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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이문환(1903-1973)

할아버지 芝山 이문환(1903-1973)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언제나 자랑스런 손자가 되지 못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고 오직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나뿐인 손자에게 거는 기대가 크셨음에도 나는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아니하고 중학교와 고교시절을 그저 시골동네 형들과 놀기에 바빴고, 집안일을 돕는것은 매우 싫어해서 할아버지의 마음을 슬프게 해 드렸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겨울저녁이면 큰방 등잔불아래서 돋보기를 쓰신 할아버지는 앉으신 채 소리내어 책을 읽으시고 나는 엎드리어 책을 읽었습니다. 한학을 하시고 한약방을 경영하신 할아버지는 내게 중국고전을 인용하시며 많은 교훈을 주셨지만 나는 깨달음이 없이 그저 대중가요부르기와 연예인들에 대한 관심만 지나치게 컸습니다. 할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이 글을 적자니 자꾸만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