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44

미륵산 가는 길에 지나다

미륵산 가는 길에 지나다.〔彌勒山途中經過〕 오횡묵(吳宖默 : 1834~1906) 황차 심은 것을 보기 위해 일부러 소씨가 사는 집에 찾아갔다. 종소리가 들리니 절이 있음을 알겠더니댓바람 소리에 다시 수레 멈추었다. 골짜기 새들은 지저귀며 화답하고(谷鳥鳴相應)숲속 꽃들은 웃으면서 피려한다.(林花笑欲舒) 지나오며 구경했던 기이한 풍경은 그 동안 들어왔던 뜬 바위를 말하리라. ■저자 오횡묵은 1874년(41세)에 무과에 급제하여 1877년(44세) 수문장을 시작으로 부사과, 감무감, 공상소 감동낭관, 영남 별향시, 박문국 주사를 거쳐 1887년(54세) 정선군수에 임명된다. 그 뒤 자인현감, 함안군수, 고성부사를 거쳐 내금위장겸 공상소 인감, 징세서장을 지내다가 다시 지도군수, 여수군수, 진보군수를 지내고 1..

서예 2024.06.15

대별미인

代別美人 미인을 이별하는 시를 대작하다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1169-1241) 不問儂歸幾日廻 불문농귀기일회떠나는 나에게 돌아오는 날 묻지도 못하고 謾牽衫袖重徘徊 만견삼수중배회부질없이 옷소매를 잡으며 서성이네 千行玉淚休多費 천행옥루휴다비 천 줄기 구슬 같은 눈물일랑 쏟지 말았다가 作雨時時入夢來 작우시시입몽래빗방울 되어 때때로 꿈속에 찾아주오!  ■2024년도 제 32회 대한민국서예전람회에 출품한 작품입니다. 심사결과 입선하였고 이 달 말부터 7월초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 됩니다.우리나라에서 한시를 남긴 그 수많은 시인들 중 나는 이규보와 허균의 시를 가장 좋아하고 또 뛰어나다고 평가합니다. 저들은 대단히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라고나 할까요?

서예 2024.05.24

서회

書 懷 窓外靑山似削成(창외청산사삭성) 창밖에 청산 깍은 듯이 솟아 있어 愁時擧目轉分明(수시거목전분명) 시름 올 때 눈 들면 더더욱 뚜렷하네. 秋風日日吹巾杖(추풍일일취건장) 가을바람 불어와 나날이 옷깃 스치니 欲上高岑望玉京(욕상고잠망옥경) 높은 봉우리에 올라 서울이나 바라보고 싶구나. ▣권근(1352-1409) 이 시의 제목인 書懷의 뜻은 이라는 뜻이다. 『금마지』에는 제목이 라고 되어 있다. 권근의 본관은 안동이며 호는 양촌(陽村)이다. 1368년(공민왕 17) 성균시에 합격하고, 이듬해(18세) 급제해 춘추관검열·성균관직강·예문관응교 등을 역임했다. 공민왕이 죽고 우왕이 즉위하자 정몽주·정도전 등과 함께 위험을 무릅쓰고 배원친명을 주장했으며, 좌사의대부·성균관대사성·지신사 등을 거쳐, 1388년 동지공..

서예 2023.11.10

용 안(龍 安)

용 안〔龍 安〕 서거정(徐居正1420-1488) 고을 크기는 말됫박 보다 클 정도인데 / 縣大大於斗 길손들 많기는 구름처럼 많구나. / 客多多似雲 서늘한 바람 들이려 북창을 열고 / 納涼開北牖 모자 젖혀 쓰고 남풍을 쐬노라. / 岸幘倚南薰 먼 산들은 검은 쪽머리처럼 자잘하고 / 遠岫鴉鬟細 앞 시내는 제비 꼬리처럼 갈라졌네. / 前溪燕尾分 시는 읊조려도 좋은 말 안 나오니 / 吟詩無好語 술로나 고상한 기분 즐겨야겠네. / 酒可策高勳 1444년(세종 26) 문과에 급제하여 사재감 직장(直長)을 지내고 이조 참의, 사헌부 대사헌(1478년), 의정부 좌찬성 등을 역임하였다. 1451년(문종 1) 사가독서(賜暇讀書)를 하고 집현전 박사(集賢殿博士)·부수찬(副修撰)·응교(應敎)를 역임하였다. 1456년(세조 2)..

서예 2023.08.03

여산 세심당

礪山 洗心堂 尹 向(1374-1418) 崇朝宿雨未全靑/숭조숙우미전청 늦은 아침에도 밤비는 완전히 개이지 않았는데 軟綠新紅滿一庭/연록신홍만일정 연한 풀 새로 핀 꽃 한 뜰에 가득하구나. 唯有墻東數竿竹/유유장동수간죽 담장 동쪽에 서있는 몇 그루의 대나무만 玲瓏不變去年靑/영롱불변거년청 영롱하게 지난해의 푸른 빛 변치 않았네. 고려 우왕 때 생원으로서 박초(朴礎) 등과 같이 불교 망국론을 역설하고 유학을 권장하라고 주장하였다. 1404년(태종 4) 지사간원사(知司諫院事)로 복직되었으나, 남재(南在)의 부정 사실을 탄핵하려다 오히려 공주로 귀양갔다. 1405년 사헌부집의를 거쳐 1406년 왜적이 침입하자 경차관(敬差官) 판군자감사(判軍資監事)로 충청도에 파견되었다. 1407년 이조참의로 승진되었다가 곧 대사헌이 ..

서예 2023.07.16

서예이론 A

서예이론 A ■서에의 심미 3 1. 形質은 서예의 형체를 가리킨다. 점과 필획의 장단, 고하, 다과와 자형, 분행, 포백 등으로 말미암아 구성을 이루는 서예 심미범주의 하나이다. 2. 미를 실현하기 위해 미적 규율에 의지하여 자형을 바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3. 황희지의 형질의 미묘함은 무수한 서예가들이 심취하여 그 안에서 형식 비밀을 찾으려고 하였으나 끝까지 밝히기가 어려웠다. 3. 神采(신채)는 서예작품에서 표현한 정신, 풍채를 가리킨다. ...글씨를 쓸 때 정신, 기운, 신채를 주로 삼는다. 4. 風神(풍신) : 인품이 높아야하고, 옛것을 스승의 법도로 삼아야하며, 종이와 붓이 좋아야하고, 험절하고 굳세어야하며, 높고 분명하고, 윤택하고, 향하거나 등짐은 마땅함을 얻어야하고, 때때로 새로운 ..

서예 2023.03.30

청명

淸明淸明時節雨紛紛 (청명시절우분분)路上行人欲斷魂 (노상행인욕단혼)借問酒家何處有 (차문주가하처유)牧童搖指杏花村 (목동요지행화촌) 청명날에 어지러이 비 내리니나그네 마음 몹시 심란하다.주막이 어디쯤 있나 물으니 목동이 멀리 살구꽃 핀 마을 가리키네. ​■중국 만당전기(晩唐前期)의 시인 두목(杜牧, 803∼853) 두목은 陝西省 西安市 출생으로, 작품이 두보(杜甫)와 비슷하다 하여 소두(小杜)로 불린다. 26세 때 진사에 급제한 후 굉문관교서랑, 황주· 지주· 목주 자사를 역임한 후 중서사인까지 올랐다. 매사에 구애받지 않는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로 당나라의 쇠운을 만회하려 애썼다. 산문에도 뛰어났지만 시에 더 뛰어났으며, 특히 칠언절구(七言絶句)를 잘 했다.                             ..

서예 2023.03.30

碧 松(벽송)

碧 松(벽송) 雪溪(설계) 朴致和(박치화 : 1680-1764) 風雨山頭閱幾歲 (풍우산두열기세) 蒼髥若戟拂靑雲 (창염약극불청운) 棟樑他日扶傾厦 (동량타일부경하) 分付樵夫遠斧斤 (분부초부원부근) 산등성이 비바람을 몇 년이나 겪었는가 푸른 잎이 가래창 같이 푸른 하늘에 나부낀다. 훗날 동량이 되어 큰집을 지탱하겠으니 나무꾼에게 분부하여 자르지 말라고 하여야지. □雪溪 朴致和(1680-1764) 본관 밀양, 자 사이(士邇), 호 설계(雪溪)·읍건재(泣愆齋)· 손재(巽齋), 초명 치원(致遠)이다. 1708년(숙종 34) 식년문과에 병과로 급제, 전적(典籍) 및 예조·병조의 좌랑(佐郞)을 거쳐 양성현감(陽城縣監)을 지냈다. 1721년(경종 1) 장령(掌令)으로서, 연잉군(延礽君:영조)을 왕세제(王世弟)로 책봉하고..

서예 2022.09.27

범해

범해(泛海 바다에 떠서) 왕수인(왕양명 1472-1528) 험이원불체흉중 (險夷原不滯胸中) 하이부운과태공 (何異浮雲過太空) 야정해도삼만리 (夜靜海濤三萬里) 월명비석하천풍 (月明飛錫下天風) 험난하고 편안함은 본래 마음속에 있지 않으니 어찌 뜬 구름이 아득한 하늘을 지나감과 다르겠는가. 밤은 고요한데 거친 파도 삼만리에 이르고 달은 밝은데 거친 하늘 바람에 지팡이가 날리네. □해설(인용) 내 본시 죽거나 살거나 별로 개의치 않거늘 뭘 이 정도의 파도에 겁을 낸단 말인가? 하는 기분의 두 구절을 뽑은 뒤, 눈앞 전후좌우로 펼쳐진 웅대한 풍경을 그려놓았다. 사방엔 뭍도 섬도 보이지 않는 바다가 끝도 없이 펼쳐 있고, 큰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데 지팡이(석장,錫杖)에 붙은 쇠고리가 쩔렁거릴 만큼 바람이 세차다. ..

서예 2022.09.04

송인

송인(送人) 정지상(鄭知常 1090경? - 1135)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비 개인 긴 언덕에는 풀빛이 푸른데, 그대를 남포에서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대동강 물은 그 언제 마르리,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는 것을. □ 작품 해설 우리나라 한시 중 이별가의 백미(白眉)로 평가되는 7언 절구의 한시로, 서경(敍景)과 서정(敍情)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항구의 긴 둑에 비에 씻긴 풀들의 푸른빛이 더욱 짙어지고,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은 시적 화자의 슬픈 이별과 대조되어 이별의 애달픔을 더욱 고조시킨다. 자연사와 인간사의 대조를 통하여 이별의 정한(情恨)을 심화 ·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서예 2022.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