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둠 21

비바람 속에서도 꽃은 피고

비바람 속에서도 꽃은 피고 이병석 시집 ■이병석 시인은 나의 제자입니다. 내가 교직에 들어선 첫해인 1980년, 고창 해리중학교 우리 반 학생이던 이병석 군은 그동안 소식을 모르다가 10여 년 전, 고창대성고 제자인 김임순군을 통하여 두 사람이 고교시절 교회에서 만나 사귀게 되었고, 그 후 부부가 되고 미국으로 건너가 이 군은 태권도 사범으로 도장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들은 후로는 서로 소식을 전하며 지내왔습니다. 같은 학교 제자끼리 결혼하여 부부가 되는 경우는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나 각기 다른 학교의 제자들끼리 결혼하여 부부가 되는 경우는 그리 흔한 일은 아닙니다. 그만큼 두 사람은 나와 깊은 인연이 있다 하겠습니다. 이병석군은 심성이 착하고 성실한 학생으로 우리 반 부실장이었습니다. 김임순군은 인물 ..

시모둠 2024.06.18

백산 별서 지산원 춘우송

백산 별서 지산원 춘우송(白山 別墅 芝山園 春雨頌) 하루 종일 봄비 내리고매화꽃은 하염없이떨어지는데연못 가득 고인 물열 세 마리 비단잉어 신났다. 기나 긴 겨울 눈 구경 못하고가뭄 끝 봄 장맛비 나도 흥겹다. 창문 열고 이정화의 봄비 노래 들으며 책장을 넘긴다. 이따가 저녁상엔새콤한 쪽파와 쑥 얹어호박전 두어 개 부쳐 달래서막걸리 한 잔 술 기대 크다오.       (2024.4.2.)

시모둠 2024.06.06

별서에서 봄비를 바라보다

별서에서 봄비를 바라보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비가 내린다. 지난 해 12월 17일 큰 눈이 온 뒤 무려 85일 만에 내리는 비 온 대지는 목이 마르고 얼굴은 누렇더니 산천초목과 내가 이제야 기나긴 갈증을 푼다. 고향 별서 책상에 앉아 시원스레 내리는 봄비를 바라보며 이정화의 《봄비》를 듣고는 통기타를 두드린다. 살아온 세월 70년 아무리 백세시대라지만 건강치 못한 노후라면 무슨 의미가 있으랴? 내게 건강한 삶 이제 얼마나 남은 건가? 그리운 사람들 만나고 가고 싶은 곳 찾아가며 살다보면 언젠가 소리 없이 그때는 찾아오리니 공부하고 가르치고 물러난지도 8년 노후 걱정 없는 상팔자 세월로 글씨 쓰고 책보고 노래하고, 별서와 과일정원과 텃밭 채소 가꾸며, 조국산천 타국까지 여행 다니며 별 걱정 없이 복..

시모둠 2023.04.05

섭리

섭리(攝理) 화암 이재천(1947~ ) 존경하는 이재천 선생의 세 번째 시집입니다. 출간된 지 불과 일주일만인 지난 토요일(2022.9.24) 전주제일고 등산모임인 의 정기 모악산 등산시 증정본을 주셨습니다. 평소 남성적인 운동을 좋아하시며 체격도 당당한 남자다운 형님인데 어쩌면 저리도 늘 고향과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시는 것이며, 흐르는 세월과 인생과 자연을 노래하시는 感性 짙은 고운시를 쓰시는지요. 간결한 언어로 시에 문외한인 우리도 쉽게 이해하고, 마음이 평안해지며, 세월을 같이 해 온 터이라서인지 저절로 동화되는 듯합니다. 아름다운 시를 쓰시는 화암 형님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섭리 은빛사랑 노인요양병원 건너 제방 하얀 억새 억척스레 나부끼고 살얼음 에두른 방죽 철새들 옹기종기 모여 시베리아 회귀..

시모둠 2022.09.29

인생칠십고래희

人生七十古來稀 꽃 사월 꽃 대궐 온갖 꽃 만발하니 가슴은 마냥 뛰고 마음은 부자라네. 장차 이 아름다운 시절 몇 번이나 만나려나 자고로 ?인생칠십고래희?라 했거늘. 온 세상 가득히 온갖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찬란하기 그지없습니다. 막 가슴이 뛰고 벅찹니다. 이 찬란한 봄을 그냥 보내기에는 너무나 아쉬울 것 만 같은 생각이 일어 벚꽃 아래 꽃향기에 취하고, 꽃비도 맞으면서 막걸리에 흠뻑 취하고 싶은 마음에 토요일 오후에 해우회 번개팅을 추진했습니다. 일요일 아침부터 나는 마트에서 먹걸리 열병에 맥주, 음료까지 사서 아이스박스에 준비하고, 가원은 부침개를 만들고, 안주감으로 두부와 횟감을 준비하였지만, 왠지 아쉽다고 다시 동부시장에 가서 순대 모듬까지 샀습니다. 오후 4시에 벽암선생의 별장이 있는 석탄동..

시모둠 2022.04.12

숲속 이야기

숲속 이야기 시인 이택회 고교 후배인 이택회 선생은 박학다식하시고 지극히 활동적인 분이어서 수십 년 동안 다름없이 다양한 활동을 계속하고 계시는 분이다. 모교인 남성고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하고 퇴임하였으며, 나와는 40여 년 대학원에서 처음 알게 되었고 이후 마한향토사연구회에서 다시 만난이후 교분을 이어왔는데, 그동안 시조로 등단하고 여러 권의 시조집과 수필집을 낸 바 있다. 예전에 익산문인협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까지도 가람기념사업회 수석부회장, 익산불교신도협회장, 익산교원향토문화연구회장을 맡고 있다. 불과 두 달 전에 간행된 시조집을 증정 받아 읽어보니 선생이 오랫동안 불교에 천착하여온 이유에서인지 시나 시조에 문외한인 나인지라, 이해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찬찬히 읽어보고 두 편의 시를 소개한다. ..

시모둠 2022.02.15

하늘을 머리에 이고

하늘을 머리에 이고 시인 전근표 ■프롤로그 이사회 회의장에 들어서니 웬 책이 테이블에 한 권씩 놓여 있습니다. 대부분의 책들이 비를 맞았는지 아니면 좀이 슬었는지 지저분하게 보이며 볼품이 없어 보였는데 ?웬 책입니까??하고 물으니, 사무국장님이 ?전근표 이사님의 시집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전이사님은 평소에 인품이 돋보이시며 매우 점잖으신 분으로, 회의 때면 신중하시면서 논리적으로 말씀을 잘 하시는 분이시다. 전직 기업 간부이셨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책 모습은 볼품이 없고 미처 한 장 넘겨보기도 전에 전이사님이 들어오시기에 다들 인사치레로 ?감사합니다.?라고 건네고 곧 회의가 시작되었고, 전이사님의 시집이라니 한번은 읽어 드려야 할 것 같은 의무감(?)으로 챙겨 왔다. 2019년에 출판된 이 책에는 8..

시모둠 2022.01.28

권학문

권학문 勸學文 주자(朱子 1130-1200) 少年易老學難成 소년이노학난성 一寸光陰不可輕 일촌광음불가경 未覺池塘春草夢 미각지당춘초몽 階前梧葉已秋聲 계전오엽이추성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짧은 시간이라도 가벼이 여길 수 없어라. 못 가의 봄풀은 꿈에서 아직 깨지 못했는데 섬돌 앞의 오동나무는 벌써 가을 소리를 내누나. 朱子 : 중국 송대의 유학자. 주자학을 집대성하였다. 그는 우주가 형이상학적인 '이(理)'와 형이하학적인 '기(氣)'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다. 인간에게는 선한 '이'가 본성으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그러나 불순한 '기' 때문에 악하게 되며 '격물'(格物)'로 이 불순함을 제거할 수 있다고 하였다. 자 원회(元晦)· 중회(仲晦). 호 회암(晦庵)· 회옹(晦翁)· 운곡산인(雲谷山人..

시모둠 2021.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