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시골 별서에 조용히 앉아
명심보감을 읽다
창밖에
기나긴 가뭄 끝에
시원하게 내리는
단비를 보노라니
막혔던 내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옛날 같았으면
임금은 내 부덕의 소치라며
한 숨 내쉬면서 기우제를 지내고
온 백성은 모내기도
하지 못한 채
올 겨울 넘기지 못하고 식구 모두
굶어 죽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했으리라.
일천구백 사십 오년 나라 찾았으나
민족은 분열되어 전쟁이 터지고
강토는 초토화되어 희망을 잃었었지만,
대한민국
겨우 반세기 만에
G20 선진국 대열에 서서
먹을 것 걱정 없는 복지국가 이루어내니
5% 농민 말고는 기나긴 가뭄도
마치 남의 일 만 같아라.
이제 고개 숙인 텃밭 채소들이
힘차게 고개를 쳐들고
과실 정원 열매들도
탐스럽게 영글어 갈테니
여름 내내 별서에서
두 다리 쭉 뻗고
책 읽으며
마음수련 할 수 있겠다.
저 비야 오늘 하루로 그치지 마렴
예니레 장맛비로 줄기차게 내리려므나.
2017.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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