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둠

이재천 시집 : 땡미산 유허

청담(靑潭) 2017. 1. 22. 20:04

 

 

존경하는 화암 이재천 형님께서 두 번째 시집을 내셨습니다. 시집의 이름이『땡미산 유허』입니다. 2004년에 전주제일고에서 만난 존경하는 선배로 퇴직 후 금세 시단에 이름을 올리시더니 요즈음 시작활동을 아주 왕성하게 하십니다. 매월 만나는 등산모임에서는 가끔씩 시낭독도 해주시는 멋쟁이 선배십니다. 첫 시집『눈향』이 나온 지 벌써 6년이 지나긴 했지만 어느 새 85편이나 되는 저리도 주옥같은 시들을 쓰셨는지 매우 놀랍습니다. 형님의 시에는 본향, 유년, 어머니 같은 단어들이 유난히 많이 등장하고 시의 제목들도 고향, 과일, 꽃, 채소, 계절과 관련된 것이 많이 보입니다. 때로는 가슴이 뭉클하고 때로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감동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형님은 지금도 마음이 늘 어린 시절 고향마을이라는 네거리에 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이 늘 따뜻하시고 욕심이 없어 보입니다. 오늘날 세상에서 저리도 욕심 없이 마음이 평화롭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기린회 모임을 함께 하는 존경하는 은정표 교장과는 마음이 아주 잘 통하시는지 두 분이 마치 두 살 터울 친 형제 같습니다. 두 분 모두 인자하시고, 의젓하셔서 요즈음 보기 드문 어른들이시며 후배들을 아껴주시고 욕심 없는 마음으로 살아가시는 인생의 길라잡이 같은 분들입니다. 산을 좋아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시고 약주도 제법 잘하시는 자랑스러운 멋쟁이 선배들이십니다.

나도 늘 마음이 고향에 있어 고향집에 농막을 짓고 거의 날마다 찾아가므로 고향을 그리는 것은 비슷하지만 사실은 많이 다릅니다. 나의 고향 김제시 백산면은 많이 변하긴 했지만 실체가 그대로 남아 있어 서글픔이나 아련함 같은 것이 거의 없으나, 형님의 고향은 전주시의 변두리로 모두 시가지로 개발되어(오늘날 전주시 평화동) 그 옛 모습은 전혀 찾을 수가 없기에 더욱 아련하고 그리운 마음이 유난히 큰 가 봅니다. 그런 연유로 시를 쓰게 되었다는 고백이 아주 잘 이해가 갑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고향의 뒷산 <땡미산>을 그리워하며 쓰신 시가 바로 『땡미산 유허』라고 합니다. 두 번째 시집 발간을 늦게나마 축하드리며 항상 건강하시고 언제까지나 우리 후배들을 아껴주시는 마음 변치 마시기 바랍니다.

 

 

 

땡미산 유허

 

 

해 뜨는 중바위 멀리 보이고

담장 넘어

쑤시감 가지 늘어진 산 끝집

허허로울 땐

묏등 언저리 삐비 뽑아

무료함을 질겅거리고

잔디밭에 누우면

하늘엔 뭉게뭉게 꿈이 피어나는 곳

산꿩 나는 소리에

깜짝 가슴 들썩거리는 풀숲

아늑한 태고의 정감 시인이 된다

 

치솟는 아파트 숲에 눌리어

크지도 못하고 압사한 땡미산

시간 저편,

생각만으로도 가슴 울렁이는 그리움

 

무력한 상실감에 애틋함이 더하는데

흔적조차 없는 내 태자리에

소음에 찌든 새들

 

본향을 잃어버린 양

그 때가 그리워 울어도 쌌는다.

 

 

 

 

어머니의 미소

어머니의 측은한 미소는

모깃불 멍석 위 두레상 둘러

올망졸망 맺힌 노란 입

멀건 수제비 국물 번지는

애틋한 사랑이었다

 

때 거른 뙤약볕에

소채 함지박 무게에 눌린

억척스런 어머니

이마에 땀 훔치며 짓는 미소는

바람 소리 아닌 한숨 소리였다

 

자식들 듬성듬성 양노병원 찾아도

자애로운 눈가 미소는

매화꽃향기에 젖은 이슬이었다

 

세월 따라 지쳐버린 기억에

꼭 다문 입술, 사라져가는

어머니의 미소는

내 가슴을 에는 아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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