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17년 10월기

청담(靑潭) 2017. 11. 1. 09:46

 

2017年 10月記

 

 

오늘은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사계절이 있어 너무나 살기 좋은 우리나라지만, 나는 일 년 열두 달 중에 10월이 가장 좋습니다. 하늘은 푸르며 맑고 산은 노랗고 붉게 물들어 갑니다. 많은 행사들이 펼쳐져 바쁘기도 했습니다. 이용씨가 부른 《잊혀진 계절》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들으며 글을 써보겠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해우회 부부들이 모여 조촐하게 10월의 마지막 밤 모임을 갖게 됩니다.

 

4일 추석 연휴

금년 추석연휴는 1일부터 9일까지 무려 9일간입니다. 2일은 근무일이지만 많은 회사들이 쉬는 모양입니다. 추석연휴기간에 해외로 나간 사람이 100만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처음으로 보는 추석 진풍경입니다.

2일 저녁에 후배인 김성진 교수를 만났습니다. 명절에 내려오게 되면 으레 김호길 선생과 함께 만나 한잔 합니다. 세월은 많이 흘렀으나 그는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3일에 사랑하는 우리 아들과 딸이 내려왔습니다. 모든 차례음식은 우리 아파트에서 준비하여서 아침에 김제 부모님 아파트에 가지고 가서 차례를 지냅니다. 차례를 지낸 후 선산에 가서 성묘를 하고 시골집에 들려 해피와 초코, 다섯 마리의 닭, 서른 마리의 잉어에게 먹이를 줍니다. 지난 달 28일의 벌초행사에는 또 나의 개인일로 참여하지 못하고 식사비만 냈습니다. 물론 내가 장손이므로 여름철에 두 번이나 찾아가 제초약을 뿌리고 돌보기는 했습니다. 이참에 내내 아버지께서 보시던 할아버지 시제 회계사무는 태균이 아저씨에게 넘기게 되었습니다. 점심 후 곧 익산으로 왔습니다. 동생들은 아무도 만나지 못합니다. 막내 세희는 이미 가족들과 31일에 내려와 2일에 부산 시댁으로 갔습니다. 선희네는 일주일전에 미리 다녀갔고 은희, 숙희, 난희네는 오후에 들러 갔다고 합니다. 이제 추석날 하루에 6남매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일은 지양하고자 했습니다. 그러기에는 하루 동안 너무나 힘들고 모두들 너무 바쁘고, 각자의 자녀들이 다들 장성하고 식구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은 내심 서운하실 수 있으나 변할 수밖에 없는 세월입니다.

5일에는 어머님이 외조부모 선산에 가시고 싶어 하여 모시고 다녀왔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 어머니의 손을 잡고 걸어서 십리 떨어진 외갓집에 가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께 오래 만에 절을 했습니다. 두 분에게 나는 유일한 외손자이자 장손자여서 예쁨을 많이 받았습니다. 고향을 지키고 사시는 둘째 삼촌은 창원에 사는 당신의 둘째 아들집으로 추석을 쇠러 가시고, 수도권에 사시는 세 삼촌들은 벌초하러 내려왔기에 정작 오늘은 찾지 못합니다. 우리 동생인 선희가 사위가 둘이요 며느리가 있고, 나보다 연하인 대준이 외삼촌도 벌써 며느리가 둘입니다. 추석 풍경은 이제 옛 날 같을 수 없습니다.

6일에는 모악추모공원으로 장인 장모님 성묘를 다녀왔습니다. 추모공원에 모시면 접근성이 좋아 명절이 아니라도 자주 찾게 됩니다. 바람직한 장례문화로 정착되는 듯싶습니다.

 

9일 종정21회 임원모임

28일에 가지게 되는 가을 모임을 준비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연휴 마지막 날인데 송지사가 참석해 주었습니다. 인간성이 순수하고 소탈하면서도 일에는 열정적인 송지사가 믿음직스럽습니다. 우리 전라북도 도정을 잘 이끌고 있는 친구가 너무나 자랑스럽고 송지사에 대한 도민들의 신뢰가 커서 내년 선거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듯싶습니다.

 

11일 36주년 결혼기념일/민화전과 산민묵연전 관람

오늘은 우리 부부의 36주년 결혼기념일입니다. 그런데 우리 둘 모두 깜빡했습니다. 이틀이 지난 뒤에야 내가 생각이 났습니다. 이런 일은 처음인 듯싶습니다. 추석연휴가 긴 탓입니다. 그래서인지 서운한 마음도 별로 없습니다. 생각이 났다고 해봐야 둘이 맥주한 잔 했을 겁니다.

전주예술회관에서 열리는 민화전과 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산민묵연전전을 보고 왔습니다. 요즈음 화가들이 그려놓은 민화는 옛 민화처럼 투박하지 않고 한층 세련되고 아름답습니다. 민화가 새롭게 재창조 되는가 봅니다.

산민 이용(1948 - )선생은 강암 송성용 선생의 제자로 서예로 일가를 이룬 분인가 봅니다. 작품을 출품한 산민회원들이 67명이나 됩니다. 작품들도 훌륭합니다. 입구에서 만나 뵌 회장님이 집안 형님인 이석부 선생이었습니다. 현 서예협회이사장인 윤점용씨가 회원이니 대단합니다.

 

15일 여산면 천호산 등정/가람기념관 탐방

여산면에 있는 천호산은 미륵산과 함께 익산을 대표하는 산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이 아니어서인지 여지 것 한 번도 오른 일이 없습니다. 불현듯 한번 올라가 보고 싶은 생각에 전경욱 교장에게 가장 우리기 쉬운 길을 물어 찾았습니다. 문수사를 지나 천일사까지 차로 올라가니 경사가 조금 급하기는 하지만 정작 두발로 오르는 시간은 겨우 30여분 남짓입니다. 난생 처음 오른 501m의 천호산 정상에서는 서쪽으로는 나무로 시야가 가려 미륵산이나 너른 평야가 거의 보이지 않고, 동편으로 천주교성지와 완주군 비봉면과 화산면 일대의 산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모습만 보입니다.

하산하여 가까이 있는, 어제 개관한 가람 이병기 선생(1891-1968)의 기념관을 찾았습니다. 선생은 우리 익산이 낳은 가장 유명한 시조시인이자 국문학자이십니다. 기념관은 많은 돈을 들여 잘 지어져 있고, 선생의 업적과 모습을 어느 정도는 잘 엿볼 수 있도록 전시가 되어 있어 흡족합니다. 선생께서 지은 시조에다 이수인 선생(1939 - )이 곡을 붙인《별》은 내가 가끔 즐겨 부르는 노래입니다.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달이 별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별은 뉘 별이며 내별 또 어느 게요

잠자코 홀로서서 별을 헤어보노라.

 

 

20일 문화원 청송 주왕산 답사

문화원에서 가을 답사를 갑니다. 남들은 주왕산이 좋다고 하는데 나는 20 여 년 전에 주왕산에 두어 번 가본 기억이 있으나 가물가물하며 기억이 선명치 않습니다. 그래서 주왕산이 얼마나 좋은지를 정말 몰랐습니다. 아마도 교직원 연수 때 잠깐 들러온 때문입니다. 교직원 연수는 여름방학을 하면서 다녀오기 때문에 무지하게 더운 7월 20일경입니다. 시간도 없고 무더운 탓에 겨우 산 입구에 있는 대전사만 보고 왔기 때문일 겁니다. 오늘은 먼저 주왕산 부근에 있는 저수지인 주산지를 찾았는데 주변 경치가 그만입니다. 이윽고 주왕산의 대전사 마당에 들어서서 뒷산을 보니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처음으로 주왕산 속으로 들어가면서 아름다운 비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용추폭포로 가는 길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어디서 찾기 어려운 절경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주왕산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21일 제11회 마한서예문인화대전 전시회 관람

익산예술의전당에서 시상식을 하고 전시합니다. 여송선생님의 제자인 정명성 선생이 행서로 대상을 받았습니다. 양드리는 대나무로 특선을, 나는 해서로 입선을 하였으나 내 작품을 쳐다보기가 참 부끄럽고 민망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제 아무런 변명도 하지 말고 정말 열심히 써야 할 듯싶습니다.

 

22 성우회 가을모임/용안생태습지공원 탐방

성우회는 전주교육대학교 남성동문 모임입니다. 현재는 여덟 명의 동문부부가 모입니다. 다들 퇴직하고 호적이 일 년 늦어져 내년 2월에 퇴직하는 강조석 선생만 현직입니다. 모두 나름 건강하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어 잘 살아가고 있고 자랑스러운 친구들입니다. 내년 봄에는 함께 해외여행을 가게 됩니다.

점심을 먹고 용안생태습지공원을 찾았습니다. 성당면 성당포구에 있지만 공원의 넓은 땅은 용안면에 속해 있습니다. 4대강 개발시 조성된 공원인데 재작년에 처음 찾았을 때는 마치 버려진 공원인 듯 전혀 관리가 안 되어 안타깝더니 이젠 제법 사람들도 많이 찾아오고 공원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이왕 조성된 생태공원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잘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

 

 

23일 남성 21회 11월 모임

8월에는 대아리에서 전북지역 합동모임을 했고, 9월에는 서울에서 개최되는 재경남성한마음체육대회에 가느라 익산모임을 갖지 못했습니다. 연회비를 내고 있는 30여명은 모두 건강해서 오래토록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기를 기원합니다. 내년 2월이면 회장임기가 끝나니 한결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강덕신 총무와 김용묵 재무가 열심히 해주는 덕택입니다.

 

24일 문화원 야외무대 준공기념 발표회/박삼순 친구장례식

5천 만 원을 들여 익산문화원 광장에 무대를 설치하였습니다. 준공기념으로 익산문화원에서 배우는 공연예술분야 모임들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기타를 배우며 포크와 동요를 부르는 우리 《설레임》반도 공연을 하였습니다. 〈새색시 시집가네〉와 〈목로주점〉을 기타반주로 노래하였습니다. 예상외로 회원들이 많이 찾아주어 200여명이 모였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인 박삼순 친구가 세상을 떴습니다. 오늘 장례식 날입니다. 회복이 어려운 암이라서 회복을 기대하지는 못한 상태였습니다. 지난달에 서울체육대회에 갔을 때 병문안을 다녀왔는데 겨우 한 달 만에 유명을 달리 하였습니다. 친구들을 지독하게도 좋아하는 순수한 친구였습니다. 고향인 삼기면 서두리 선영에 묻혔습니다. 친구들이 많이도 왔습니다. 서울에서 여섯 명의 친구들이 장의차로 내려오고 고향인 이곳에서 무려 열여덟 명의 친구들이 장지까지 찾아왔습니다. 동기인 박종탁 신부가 장례식을 집전하였습니다. 평소 고향을 찾으면 마을 사람들에게 따뜻한 정을 주었다며 마을사람들이 감사패를 제작하여 장지에 가지고 왔습니다. 친구의 착한 성품을 짐작케 해줍니다. 박삼순 친구는 운명을 거스르지 못하고 비록 예순 여섯에 세상을 떴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따스한 마음>을 우리에게 가르침으로 남겼습니다. 저 세상에서도 이승에서처럼 항시 활짝 웃으며 지내기를 바랍니다.

 

25일 남성 21회 교직자 등산

오늘은 군산 월명공원을 찾았습니다. 월명호수가 있어 시민들이 아주 많이 찾는 공원입니다. 우리는 대충 월명산이라고 부르지만 정작 월명산보다는 옆의 장계산과 점방산이 더 높습니다. 옛 해망동에서 시작하는 낮은 산맥은 옥구읍의 끝자락에 있는 영병산까지 이어집니다. 여섯이서 점심을 먹기 위해 《12동파 횟집》에 가니 인기 상한가인 문재인 대통령이 6월에 이집에서 식사하기 위해 방문한 사진이 방안에 가득합니다. 재미있는 일입니다. 대통령의 약속대로 앞으로 임기동안 대통령은 우리 전라북도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 주리라고 굳게 믿습니다.

 

26일 교원대 마지막 출장/제11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관람

작년 4월부터 교원대학교 중등교장연수원 협력위원으로 분임토의를 주재하고 평가하는 일을 해왔고 오늘 모두 마쳤습니다. 부족한 내게 매우 과분한 자리였으나 최선을 다하여 봉사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2년 동안 각 시도에서 협력위원으로 위촉된 20여명의 전직 교육계 인사들(퇴직 3년 이내의 전직 교장, 교육장, 연수원장, 교육국장 등)과의 대화는 매우 유익했고, 현직 교장들로부터는 분임토의를 통하여 교육현장에서의 많은 문제점 및 애로점들을 경청할 수 있었습니다.

 

27일 익산지역 향토문화자료구술조사 완료

전라북도 문화원연합회에서 조사하는 향토문화자료구술조사를 하기 위해 구술자들을 만나 녹음하고 문자로 옮기는 작업을 마쳤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인데 나이 드신 어른들이 말씀하신 녹음을 듣고 문자로 옮기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28일 종정21회 가을 인천모임

이번이 세 번째 서울모임입니다. 백상원부회장과 홍성재 친구가 인천 월미도에서 개최하자고 정하였습니다. 추진하는데 많은 갈등과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친구들이 은퇴공무원들 이외에는 대부분 생업에 종사하고 있어 많은 친구들이 모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동창회를 연 2회 개최하다보니 호응도가 갈수록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총무인 류효영 친구마저 근무일 변경이 어려워져 참석치 못하게 되었습니다. 지역에서는 버스를 대절하였지만 겨우 10명이 참여했고 서울과 인천에서 16명이 참여했습니다. 월미도에는 처음입니다. 반가운 친구들과 유람선을 타고 인천 앞바다를 한 바퀴 돕니다. 2002년부터 동창회를 재건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15년 동안에 단 4년을 제외하고는 총무, 부회장, 회장직을 맡아오니 여러 말도 생기고 나도 열정이 식어가나 봅니다. 그래도 2019년 5월까지는 열심히 해야 합니다.

 

 

30 연우회 남해여행

문화원에서 여송 김계천 선생에게 서예를 배우는 모임이 연우회입니다. 20명이 가을 소풍을 갔습니다. 목적지는 고흥군의 끝자락에 있는 외나로도입니다. 외나로도는 두 번째입니다. 아침 8시 10분에 출발하여 겨우 12시 반에 외나도로항에 도착합니다. 점심을 먹고 우주센터를 찾았지만 월요일이라 휴관입니다. 옆의 몽돌해변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푸른 바다가 아름답고 저 멀리 금오도와 연도가 보입니다. 푸른 바다만 보면 그저 기분이 상쾌합니다.

 

 

31일 10월의 마지막 밤/제12회 천만송이 국화축제

오늘은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1982년 가수 이용씨가 부른 노래인 《잊혀진 계절》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에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대중가요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히 큽니다. 평소에는 가까이 하지 않는 시인들의 시보다도 오히려 더 가슴에 와 닫는 노래말들이 많습니다. 특히 젊은 시절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늘 이성을 그리워하며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기 때문에 사랑을 노래하는 대중가요를 상시 듣고 부르며 살게 됩니다. 하긴 요즈음 어른들도 되게 대중가요를 좋아하기는 매 일반이긴 하지만요.

제 나이 40대가 되었을 때쯤부터 가까운 사람들과 『10월의 마지막 밤』모임을 가지며 맥주 한 잔씩 마시며 가을밤을 즐겼습니다. 몇 년 전 부터는 해우회의 익산멤버들 부부가 모이고 있습니다. 맛있는 식사를 하며 유튜브로 《잊혀진 계절》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듣습니다.

식사 후 익산중앙체육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천만송이 국화축제장을 찾았습니다. 매년 찾아오는 행사장인데 그제부터 갑자기 추워진 탓인지 조금 한산합니다.

 

 

10월은 갔습니다. 나도 모르게, 그리 즐거운지도 모르게 그냥 쉽게도 가버렸습니다. 이제 2017년 10월은 다시 오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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