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지금은 라디오시대 담당 PD님께

청담(靑潭) 2009. 3. 20. 13:54

 

지금은 라디오시대 담당 PD님께

 

 

퇴근시간에 지금은 라디오 시대를 애청하는 고교 교사입니다. 아주 즐겁게 듣습니다만 너무 거슬리는 사안이 있어 글을 씁니다.


수 년 전부터 수 차례 들어온 얘긴데요. 이종환씨는 유부녀와의 대화중에 “남편 지금 어디계신가요?”하고 물은 뒤 상대방이 “잠깐 밖에 나가셨어요” 라고 대답하기가 바쁘게 “나가셨어요? 남편이 나가셨어요? 에이∼나갔어요 라고 해야죠”하면서 부부의 경우는 평등한 관계이므로 존대말을 쓰면 무조건 잘못된 언어사용이라는 투로 핀잔 비슷하게 주면서 상대방을 몰상식한 사람으로 만들고 마는데 최유라씨까지 거드는데는 정말 안쓰럽습니다. 누가 몰상식한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과거 조선시대의 양반들은 남자도 여성을 존중하여 경어를 썼습니다. 물론 여성은 말할 것도 없이 남성에게 경어를 쓰고요. 현대에 들어와서 남녀평등이 이루어지면서 오히려 남자는 여자에게 거의 반말을 사용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거의 존대어를 써왔지요. 요즈음에는 서로 반말하는 부부가 있는가 하면, 서로 존대말을 쓰는 훌륭한 부부도 있지요. 즉,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하고 부부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사용될 수 있는 것이지 고정불변의 바른말은 없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어느 고지식한 국어학자가 남녀가 평등하므로, 부부는 평등한 관계이고 따라서 남들에게 자기의 배우자를 말할 때는 “지금 집에 없어요 ”“어디 잠깐 나갔습니다 ”“그런 말 안하던데요 ”라고 낮추어 말하는 것이 옳다고 말하는 것을 지금은 라디오시대에선가 들은 기억이 납니다. PD님. 그건 대화의 상대자가 자기보다 손위의 어른이나 연장자일 때의 경우임을 분명히 아셔야 합니다. 이웃집 어린이가 와서 “아저씨 어디 가셨어요?”라고 물을 때 “잠깐 밖에 나갔다 ”라고 하겠습니까? 아니면 “잠깐 밖에 나가셨구나”라고 해야 옳겠습니까?


방송중에 이종환씨는 당신보다 나이 어린 유부녀이므로 남편을 낮추어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요? 그 부인이 이종환씨에게만 대답하는 중입니까? 아니면 이종환, 최유라 두분에게 대답하는 것입니까? 최유라씨에게 50대의 아주머니가 말할 때도 남편은 무조건 낮추어 말해야 한다는 것인가요? 아니면 듣고 있는 모든 시청자들에게 말하는 것일까요? 대화중인 부인은 이종환, 최유라씨의 질문에 답하고 있지만 대답은 사회자 두 사람을 포함하여 어린아이부터 어른에게까지 이르는 대다수의 청취자에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두분의 무지함에서 비롯되는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① 대화의 상대가 나이가 어리면 존대어를 쓰는 것이 옳습니다.


② 대화의 상대가 손위이면 낮추어 말하는 것이 맞습니다.


③ 대화의 상대가 다수인 경우가 바로 쟁점이지요. 이때는 경우에 따라 경어도 수 있고 낮춤말도 쓸 수 있다고 봅니다. 즉,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점잖은 사장부인이 회사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남편을 얘기할 경우 “평소에 그 분은 식 사를 잘 하시는 편이예요”라고 하는 것이 옳겠습니까? 아니면 “ 그 사람 평소에 밥은 아주 잘먹지요”라고 해야 할까요? 어느 편이 바람직 한가요?


○여교사의 남편이 학부형들과 통화하게 되었습니다.“잠깐 시장에 갔네요”“잠깐 시장에 가셨네요”중 어느 편이 자신의 아내를 품위 있게 만드는 말이겠습니까?


○자기보다 나이가 10살이나 많아 평소에도 남편에게 존대어를 쓰는 부인이 방송에서 “잠 간 나갔어요”라고 하겠습니까? 이종환씨가 싫어하는 바이니 존경하는 남편이지만 부부가 평등하다니 무조건 쓰라고 강요하는 꼴이 아니겠습니까?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고,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자기의 배우자가 남들로부터 존경받고 대우받기를 원합니다. 부부는 그냥 평등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서로 위해주고 서로 사랑하고 서로 존경하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행여 그런 가치관을 가지지 못하고 그로 인하여 바람직한 가정을 이루어 보지 못한 연유에서 비롯되는 소치라면 하루빨리 고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변화하는 다양한 사회에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전 근대적 고정관념에서 빨리 탈피하시기를 바라며, 이에 대한 관계자들의 토의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