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제주도
♣떠나면서
작년에는 현장체험학습 사전 답사 차 제주도에 가게 되고, 한라산등반에 백록담까지 탐방하는 행운을 맛보았더니 금년에는 학교장께서 1학년 제주도 책임지도를 기꺼이 내게 맡기시는 바람에 1년 만에 다시 제주도에 가는 행운이 터졌다.
제 1차는 1987년 여름방학 때 양선생과 함께 갔다. 신혼여행을 돈이 없어 제주도로 가지 못한 한을 풀기위해 대한여행사를 통해 마치 신혼여행처럼 다녀왔다. 비행기를 처음 탔다. 제 2차는 1997년경에 군산월명여중에서 겨울 직원여행을 간일이다. 아마도 군산에서 제주행 비행기가 뜨기 시작하여 친목회가 주선했던 것으로 여겨지며 이때 한라산을 등반하였는데 당시 어리목 코스로 올라 윗세오름까지 (4.7㎞ 2시간) 걸어 올라갔으나 백록담 정상은 등반이 허용되지 않는다하여 영실코스(6.1㎞ 2시간 30분)로 내려왔었다. 제3차는 2004년 전주제일고 2학년 5반 담임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일이다. 네 번째는 2005년도 1월에 고교동창인 이완수의 초청으로 완수의 대형 펜션에 동창 12가족이 모였던 일이다. 그때 조랑말 경마장에서 우리 팀 세 명이 경마에 당첨되어 100만원을 벌어 완수에게 주었더니 그 돈으로 우리에게 선물을 사 주었었다. 다섯 번째는 바로 작년 이맘때 한라산과 백록담을 목적으로 1학년 현장체험학습 사전답사 차 행정실장과 함께 다녀온 일이다.
이제 여섯 번째로 제주도를 다시 가게 되었다. 제주도는 내겐 언제나 아름다운 곳으로 각인되어 있어 갈 때마다 기분이 좋고 기대 또한 크다. 하늘에서 보이는 제주도는 정말 아름답기 때문이다.
어쩐지 내 나이에 교직생활 30년이 넘었는데 겨우 여섯 번째라니 정말 제주도 갈 기회가 적었다 싶더니만 4-50대 다른 선생님들은 제주도 다녀온 수를 잘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다녀왔단다. 아무튼 여섯 번째 제주도 여행을 간다.
Ⅰ. 첫날(2010년 5월 12일 수요일)
●현장학습 체험단은 모두 89명이다. 학생이 82명(남-44명, 여-38명)이고 교원이 7명 [교감, 담임(유지은, 서향남, 문경환, 권이철), 김경님(특수) 김병수(기능)]이다.
아침 5시 출발이라서 관사에서 4시에 일어났다. 어제저녁 체육부장이 잘 다녀오라고 저녁을 샀기에 너무 잘 먹어서인지 아침 밥 생각이 없어 그냥 출발하기로 하다. 학생들은 전원이 출발준비 완료상태인데 김병수 선생이 나오지 않아 전화해보니 아직도 잠이다. 세수도 못하고 뛰어나온 김선생은 얼마나 놀라며 준비도 제대로 못하고 뛰어왔는지 제정신이 아니다. 5시 5분에 출발하게 되었다.
●8시 30분에 목포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하고 9시에 출발하다. 배이름은 <씨월드 훼리>사의 퀸 메리호인데 1,7000톤이라 한다. 학생들이 선실로 들어가고 우리 인솔자들에게 두개의 방을 남녀별로 주는데 내가 들어간 방은 최상층(5층인가?)의 가장 전망이 좋은 곳에 위치한 방이라서 놀랐다. 선실 중 가장 앞에 있는 특실로서 마치 빌딩 위 전망대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느낌이기 때문이며 평생에 가장 좋은 대접을 받아보지 않았나 싶다. 교무부장, 문경환 선생, 김병수 선생과 함께 방에서 편히 쉬게 되었다.
● 10시에 국제관광에서 간식으로 목포산 세발낙지를 준비했다며 소주한잔 하라고 한다. 배에서 칠보고 인솔단(학교장등 7명)과 만났고 맛있는 세발낙지에 소주 서 너 잔이 너무 쉽다. 10여 년 전 어느 날 오후, 갑자기 신홍규 교수에게 불려나갔더니 동료교수가 무안출장 갔다가 세발낙지 25마리 정도를 사왔다며 함께 먹게 되었고, 세 명이서 소주를 실컷 들이 켰던 기억이 있다. 칠보고와는 일정과 호텔이 같다고 한다.
●오늘 조류가 세서 평상시보다 시간이 더 걸리며 5시간이 소요되어 오후 2시에 제주항에 도착한다. 프시케 월드를 관람하다. 프시케 월드는 보석전시관인 Queens House, 거울궁전, 나비박물관, 자일파크, 미로공원, 바람의 화원, 동화마을, Teddy Bear 사파리 테지움 등의 구경거리가 있다.
●구 제주에 있는 해연호텔이 숙박지이며 제주한라병원 부근이다. 9층 건물인데 상당히 낡았으나 학생 체험단 숙소로는 그리 문제될 것은 없고 음식은 깔끔하며 맛이 있어 칭찬할 만 하고 실제로 많이 칭찬을 해 드렸다. 저녁식사 후 7시부터 9시까지 자유시간을 주되, 반드시 조를 짜서 행동하도록 지시하다.
Ⅱ. 둘째 날(2010년 5월 13일 목요일)
●아침에 6시 30분에 기상하여 김병수 선생과 40분간 운동하며 걷다. 7시 30분에 식사하고 8시30분에 출발하다. 출발시간 10분전에는 전원이 현관 앞에 모이고 예정시간에 정확히 떠날 수 있도록 인솔교사들과 학생들에게 힘주어 당부하다.
●서귀포 천지연 폭포다. 주차장과 폭포 주변경관이 빼어나게 아름답고 보기에도 시원한 폭포다. 학생들이 꽤나 좋아한다. 학급사진을 찍다.
●올레길이다. 동베낭골에서 외돌개까지 40여분 걷는데 이곳이 완비된 12코스중 7번 코스라고 하며 가장 아름답고 따라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길이라고 한다. 올레란 제주 사투리로 ꡐ차가 다니지 않는 길ꡑ이라하며 도로에서 집 앞 대문까지 이어지는 작은 길을 말한다. 2007년 9월부터 시작되었는데 이젠 제주도의 관광명품이 되었고 육지에서도 갖가지 명칭으로 올레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잘사는 나라가 되니 먹을 것이 넘쳐나고, 너도나도 오직 건강만 챙기며, 산으로 강으로 관광을 나간다. 무엇보다도 산에 오르는 일이 국민들의 일상사가 되고 모두들 걷는다. 수명은 놀랍게 늘어나 큰 병 없는 한 여자는 90세, 남자는 80세를 넘긴다. 이번 체험학습 코스는 유지은 선생 등이 기존 코스를 바꾸어 새롭게 만들었는데 나 역시 《不敢請이언정 固所願》이다. 예전의 한라산 등반코스를 빼고 마라도 탐방과 올레길 답사, 우도 잠수함 체험 등을 넣었고 대부분 가보지 못한 볼거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대정읍 부근 식당에서 돼지고기 상추쌈으로 점심을 먹고 12시 반에 모슬포항에 도착하다. 30여분 만에 마라도이다. 지난겨울 아테네에서 애기나섬을 찾던 생각이 나다. 처음 와보는 마라도!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에 이제야 오게 된 것도 큰 행운이다. 깨끗한 바다와 마치 어느 평원 같은 섬이 기분을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한바퀴 돌며 사진을 찍다.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올 것 같은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는데 안전시설이 전무하여 이백 여명이 좁은 공간에 대기하며 우리 아이들이 위험한 곳에 몰린다. 아차하면 바다에 떨어지고 떨어지면 영락없이 죽을 텐데 무섭기 짝이 없다. 선생님들을 질책하고 안전지도하도록 강하게 지시하고 언제나 학생들의 안전과 질서지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요구하였다.
●퍼시픽 랜드이다. 아직 훈련 안 된 일본원숭이 억지 재롱과 바다사자 묘기, 돌고래 묘기를 보다.
●주상절리다. 교제를 하는 두 남녀학생이 손을 잡고 걸어가기에 무지하게 화를 내며 혼을 내다. 언젠가 기숙사생 둘이 아침에 운동장에서 손을 잡고 다니는 것을 보고 짐짓 모른 체 했던 아이들로 보이기에 일부러 맘먹고 무자비하게 혼을 내고 다시 한번만 학교나 단체 활동 시 눈에 뜨이면 규정과 예고대로 기숙사에서 퇴출시킨다고 경고하다. 학교 밖 공원 같은데서 둘이서 데이트하면서 손을 잡는 것이야 혼낼 일이 아니로되 기숙사에서 풍기문란으로 공부하는 학습 분위기를 흐리게 하거나, 단체 활동 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하고 선생님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면서 하는 버릇없는 행동은 반드시 바로 잡아주어야 한다. 성인인 같은 학교의 총각교사와 처녀교사가 서로 좋아한다고 학교 안에서 시시때때로 손을 잡거나 껴안거나 하면서 돌아다니고, 학교행사시 교장이나 학생들이나 학부형들 앞에서 손을 잡고 돌아다닌다면 누가 아름답다고 여기며 너그럽게 용서될 것인가? 부끄러움을 알게 하고 남을 배려하게 하고 때와 장소에 따라 행동하도록 잘 가르쳐야 한다. 우리나라는 서양이 아니라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다. 미성년자가 아니라면, 학교가 아니라면, 우리나라가 아닌 서양에 가서라면 능히 용인되는 것이나 저 애들에게는 학생다운 행동양식을 잘 가르쳐야 한다. 떠나기 전에 담임이 걱정이 되어서 미리 주의를 주었음에도 분별력이 없어 저지른 행동이라 하며, 다른 많은 아이들도 서로 교제하지만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으나 유독 저애들만 그렇다고 한다. 돌아와서 담임에게 앞으로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잘 이해시켜 지도하도록 요청하다.
●여행사의 우리 인솔단에 대한 어떤 배려나 대접을 완강히 거부하고 우리는 학생들과 함께 식사하고 행동을 함께하니 걱정 말도록 당부하다. 수학여행에 대한 교육단체의 오해와 공격이 극심하여 신문에 보도된 것을 보니 가히 가관이었다. 마치 교사들이 수학여행 때 학생들 주머니와 관광사를 우려먹는 것처럼 보도됨에 화조차 나지 않았다.
진실은 이렇다. 교직원도 학교에서 출장을 내고 출장비로 학생들과 똑 같이 여행비를 납부한다.(비판자들이나 기자들은 이런 사실도 확인 안하고 보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여행할 때 인솔자들은 일반인들의 여행처럼 입장료 등을 내지 않고 입장하도록 해준다. 그런 이유로 해서 여행사에서는 인솔자들에게 별도로 한번쯤 식판식사 아닌 식사를 제공하고 술도 한잔 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대접도 잘못되면(비판자들의 논리라면)학생들 식사를 부실하게 만드는 천하에 나쁜 선생이 될 수 있기에 짐짓 이를 사양하고 학생들과 함께 하기로 한 것이다. 나의 이런 뜻을 선생님들에게 말하고 동의를 구하였다.
교사들이 현장체험학습비 당당하게 납부하고 현장체험학습 지도하면서 여행사에서 식사한번 대접받으면 정말 그렇게도 나쁜 행동인가? 일반인들이 여행사를 통해 국내 또는 해외여행할때 여행사의 호의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본적이 없다. 모두들 좋아할 뿐이다. 오히려 여행사로부터 무언가 얻어내기에 바쁘다. 비판할 것만 비판하고 비판받을 것만 비판받으면 좋은세상이련만 비판할 거리(자료,근거) 어디없나 하고 찾아 확대재생산하는 단체와 언론은 참으로 무서운 존재다. 그래도 참아야지. 그나마 없으면 부끄러운 관행이 사라지지 못할 것은 자명하니까.
아직도 여행사에서 사례비 돈 봉투를 받는 학교장이 있다면 퇴출되어야 마땅하다. 학생들과 인솔교사들의 잠자리와 식사를 부실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혹시 출장비를 되돌려 받는 교사들이 있다면(신문에 언급된 대로) 그런 여행사와 교사들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철면피들이며 학생들의 여행을 부실하게 만들었으니 역시 퇴출감이다. 남을 탓하지 말고, 관행을 무조건 따르지 말고 옳지 않은 일은 용감하게 거부하는 실천자가 되도록 젊은 세 교사와 세분의 경력 많은 교사들에게도 역설하였다.
Ⅲ. 셋째 날(2010년 5월 14일 금요일)
● 어제 아침에 집합이 느리다고 내게 질책을 들은 탓인지 모두들 집합이나 출발이나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진행되니 정말 우리 학생들이 너무나 예쁘고 자랑스럽다. 8시에 출발하다.
●우도로 잠수함을 타러 간다. 잠수함 타는 곳이 서귀포에도 있다고 한다. 9시 20분에 멋진 요트 같은 배로 성산포를 출발하여 10분 만에 우도에 도착한다. 대기한 잠수함 두 척에 나누어 타고 30분간 약 35m의 바닷속 여행을 하다. 몇 년 전에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수중잠수를 하면서 바닷속을 본 일이 있으나 잠수함을 타보기는 생전 처음이다. 여행은 생애 처음인 것을 많이 제공해 준다. 그래서 여행은 즐거운 것일 수 밖에 없다.
●성산일출봉 앞 백사장에서 학생들에게 사진 촬영시간을 준다. 시간이 상당히 남아 바닷가에서 보내는 일도 상쾌하다. 이번 여행기간의 날씨가 왜 이리 좋은 것인고? 반팔 T가 제격이요, 여학생들 미니스커트가 상큼하다. 흑돼지 식사가 맛있어 과식했다.
●일출랜드에 가다. 성산일출봉 옆에 있다하여 붙인 이름일 뿐 일출(日出)과는 전혀 상관이 없으니 공원명칭 작명이 매우 웃긴다. 아름다운 정원이 볼만하다. 미천굴이 있어 장관(壯觀)은 아니라도 들어가 볼만 하다. 가축사육장이 있어 철망을 크게 치고 그 안에 토끼, 닭, 오리, 거위 등을 함께 넣어 키우고 있다. 내가 장차 퇴직 후 취미생활로 꿈꾸는 일인고로 자세히 살피다.
실은 지난 일요일에 하도 개와 토끼, 토종닭 등을 키우고 싶어 무조건 시골집에 똥개 두 마리와 토종닭 큰 병아리 여덟 마리, 칠면조 병아리 다섯 마리, 어미토끼 세 마리를 가축우리 없이 그냥 풀어놓고 왔다. 먹이는 잘 줄 것이며 아버지께서 거의 매일 시골집에 가시므로 어느 정도는 돌보실 것이고, 그들이 어울려 협력하면서 잘 살아가는지와, 삵괭이나 매나, 들고양이들에 의한 공격을 극복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것이다.
장차 600여 평의 소나무 밭에 울타리를 치고 그 안에 온갖 가축들을 자유스럽게 키우면서 훈련된 개로 순찰을 돌게 하는 방법으로 비영리 농장을 경영할 꿈을 꾸고 있는 바이므로 미리 실험을 해 보는 것이다. 아버지께 궁금하여 전화로 여쭈니 아깝게도 이틀 만에 기온에 적응하지 못한 칠면조 병아리 세 마리가 죽고, 토끼는 두 마리가 집밖으로 나갔다가 한 마리만 돌아왔다고 한다. 왜 짝을 버리고 왔을까? 한 마리는 산짐승의 먹이가 된 건 아닌가? 매우 궁금한데 장터에서 암수도 제대로 따지지 않고 값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조건 없이 가져와 버렸으니 해답이 안나온다. 아무튼 토끼와 나머지 병아리들이 잘 크고 있다 하고, 앞으로는 걱정할 것 없을 것 같은 생각이며 토종닭 수탉을 두 마리쯤 사다 붙여야겠다.
●다음은 미니랜드이다. 몇 년 전에 와본 기억이 있으니 2004년도이고 벌써 6년 전이다. 이제 앞으로 6년 후면 내가 노인? 안되지. 언제까지나 젊어야 하는데… 그러나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이던가? 우리 양드리 얼굴이 자꾸만 50대 젊은 할(?)머니가 되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마침 캐나다 토론토 시청건물이 전시되어 있어 그 앞에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하워드를 놀려주기 위함이다. 하워드는 토론토 출신이며 토론토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우리 학교 원어민 강사다. 큰 키에 세련된 모습으로 전형적인 서양미인이며, 밝은 성격으로 수업준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등이 정말이지 최고의 교사이다. [돌아와서 사진을 보여주며 토론토 시청 앞에 있는 새로 지은 빌딩 옥상에서 찍은 것이라고 했더니만 그녀는 박장(拍掌)은 아니 했지만 대소(大笑)했다.]
●다음은 돌조각공원이다. 처음 가보는 곳인데 규모가 대단하며 제주도 화산암중 귀한 모양과 거석은 몽땅 수집한 모양이다. 전시관은 잘 해 놓았지만 옥외전시장은 아직 정비가 안 되고 계속 준비하는 과정이라서 조금은 걷기도 힘들고 먼지도 있어 아쉬운 점을 말하는 선생님들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상설 판매장이다. 학생들이 선물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며 아이들이 초콜릿이며 감귤비타민 등을 사고 있다.
Ⅳ. 넷째 날(2010년 5월 15일 토요일)
●오늘은 현장체험학습의 마지막 날이며 아름다운 제주를 떠나는 날이다. 신비의 도로를 간다. 오늘도 시동을 끈 버스가 언덕을 오르는 신비함은 변함이 없다. 착시현상이라고는 하지만 좌우간 재미있는 일이다.
●자연사박물관이다. 박물관 입구에 있는 전광판에는 무주고등학교 현장체험학습단을 환영한다는 자막이 나온다. 재미도 있고 관광홍보발상이 훌륭하다. 그래 즐거운 기분에 사진을 여러 장 찍다.
●용두암이다. 내가 어렸을 적, 그러니까 1961년도 내가 국민학교 3학년 때 아버지는 군에서 제대를 하고 오셨다. 외아들이라고 할아버지 강권으로 고등학교 1학년 때 결혼하시고 3학년 때 내가 세상에 태어났으며 대학을 졸업하시고 군대를 가신 것이다. 그때 아버지께서 제주도 사진첩을 사오셨는데 용두암 사진이며, 해녀들의 사진이며, 대문구실을 하는 정낭이며, 여성들이 물 항아리를 진 모습들의 사진을 오래토록 놓고 보아 기억이 생생하다. 아아! 우리 아버지는 남들보다야 외관상 행복하신듯하지만 평생 여러 고통도 겪으셨다. 취업이 어려운 60년대에 적성에 맞지 않은 금융사업을 하시다가 사업이 실패하여 빛 더미에 앉으시고, 장사라도 해보신다는 계획 중에 국민학교 교사모집이 있어 다행히도 선생님이 되신 덕에 나는 그나마 대학을 다닐 수가 있었다.
우리 부모님 모두 그나마 건강하신 편이고 두 분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살아가시므로 내가 이처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니 다른사람들이 말하기를 60이 다된 나이에 나만큼 부모 복을 누리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한다. 더욱 열심히 살아서 두 분 은혜에 보답해야한다. 용두암에서 칠보고 장애학생과 보호차 함께 온 사업가인 40대 아버지의 정겨운 대화를 보면서 아버지의 숭고한 자식사랑을 보았다. 우리 승원이와 승수에게도 부끄럽지 않는 아빠가 되도록 많이 참고 많이 기다리고 너희들의 뜻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해주마. 약속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우리 이승수와 이승원 파이팅!
●공항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1시 20분발 대한항공 비행기에 오르다. 오늘도 운이 좋아 창가에 앉게 되고 거문도와 청산도와 완도를 지나 탐진강을 내려다보며 광주비행장에 도착한다.
♣마치면서
제주도 현장체험학습 기간 내내 행복하였다. 이유는 대체로 이런 것들이다.
1. 우리 아이들이 사복을 입고 멋을 낸 모습들이 너무 세련되고 예쁘다.
2. 아이들이 질서를 잘 지키며 단 한번도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일이 없었다. 차분하고 조용하게 움직이므로 마음이 편하였다.
4. 안 가본 곳에 많이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5. 크게 아픈 사람이나 작은 사고도 없었다.
6. 수학여행에 우리교직원들이 전혀 마음에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고 모두들 학생들과 함께하는 여행을 하여 자부심을 가진다.
토요일임에도 집에 가시지 않고 기다리시는 학교장님의 영접을 받으며 4시 50분에 학교에 도착하다. 김제 금산사 부근 아름다운 우매실 가든에서 초등학교 정기총회가 열리고 있어 서둘러 짐을 챙겨 금산사로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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