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록

독서록 개설

청담(靑潭) 2010. 7. 20. 09:49

독서록 개설 이유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일일불독서 구중생형극)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바쁜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양서는 멀어지고 인터넷과 TV와 신문만 가까이 하게 되는군요.

  현대에 사는 우리는 아침부터 재미있고도 유익한 온갖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세계를 여행하고 저녁이면 TV의 매력을 떨치지 못하여 틈만 나면 그 앞에 다가가고, 낮 동안에도 무려 50여면이나 되는 중앙지를  읽다보면 두 세시간이 퍼뜩 지나갑니다.

  그런데 저는 중앙지 2개를 꼼꼼히 읽고 지방지 10여개까지 훑어 보고 있으니 지나친가요? 게다가 각종 교육기관, 사회기관, 기업체에서 발간하여 보내주는 온갖 잡지와 신문, 대학에서 보내오는 대학신문들이 있으니 가히 읽을 거리 천국이네요. 선생님들은 읽을 시간 없어 거의 거들떠 보지 못하거든요.

  업무를 보는 중에 짬이 나는대로 닥치는대로 읽다보면 정말 좋은 책을 편안하게 읽을 시간은 잘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책은 책대로 꼭 읽어야할 유의미한 이유가 존재합니다. 독서는 지식의 논리성과 체계성과 사유의 힘을 줍니다. 최근에 도서실에서 책을 구입하기에 역사관련서적을 여러권 부탁하였습니다.

  책을 가까이 하면서 읽고 난 다음 간단한 요점을 정리하기 위함이 독서록을 개설한 이유입니다. 한편으로는 적어도 한달에 한권의 신간서적은 꼭 읽고자 하는 하나의 고육지책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人言逆于其志, 易其不擇是非而去之.
인언역우기지, 이기불택시비이거지.
人言遜于其志, 易其不擇是非而取之.
인언손우기지, 이기불택시비이취지.

 다른 사람의 말이 나의 뜻과 다르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버리며

 다른 사람의 말이 나의 뜻과 같으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취한다.

 

 

 

권만두(權萬斗,1674~1753) <한거잡영(閒居漫詠)>

늙어갈수록 점차 책 읽는 재미를 알겠고     老去漸知讀書好
궁해질수록 친구 맺기 어려움을 실감하네   竆來偏覺結交難

 

 

 

이만도(李晩燾 1842~1910)

 

責人不當刻削    책인부당각삭

發言令有餘地    발언영유여지

 

사람을 나무랄 때에는 너무 각박하게 하지 말아야 하고,
말을 할 때에는 여지를 남겨 두어야 한다.

 

 

책을 읽는 것은 음식을 먹는 것과 같다

 

讀書猶飮食也 독서유음식야

 

신국빈(申國賓, 1724~1799)

 

책 읽기의 가치를 부정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다들 책을 읽지 않는 핑계거리를 한둘은 가지고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의 하나가 나이가 들어서 책을 읽어도 금방 잊어버린다는, 그래서 쓸모가 없다는 핑계다. 이는 쓸모없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니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인다.


  지은이는 독서벽(讀書癖)이 있었다. 예순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이 버릇은 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어떤 객이 조롱 삼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르신은 총명이 이미 쇠하여 책을 읽고 돌아서면 잊으실 텐데 수고로이 책을 읽을 게 무에 있겠습니까?”

  지은이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그대는 노인은 음식을 끊고 먹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시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음식을 먹는 것과 같소. 아침에 음식을 먹었으면 저녁이면 소화되고 낮에 음식을 먹었으면 밤이면 잘게 분해되오. 그러나 소화된 음식의 알짜는 체액이 되어 우리 몸을 두루 돌아다니고, 이것이 없으면 굶주려 죽소.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오. 책을 읽고 돌아서면 바로 잊어버리더라도 계속해서 읽는다면 내게 녹아든 책의 알짜가 어디로 가겠소?”

  우리는 언제 무엇을 먹고 마셨는지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 또한, 그 맛이 어떠하였는지도 다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먹고 마신 것은 우리의 기억과 상관없이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양분이 되어 왔고 일부는 아직도 우리의 뼈와 살을 이루고 있다.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의 마음이, 정신이 성장한다면 독서에 대해서도 위와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 듯하다. 책을 읽고 나서 한참 지나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그 감상이 어떠하였는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내 의식을 거친 책의 알짜는 내 정신의 피톨이 되어 내 정신세계를 돌아다녔을 것이고 일부는 뼈가 되어 정신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을 것이다.

  지은이의 위 말을 곱씹으면 책을 읽지 않는 핑계 하나를 잃는다.

 

글쓴이 : 오재환(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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