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향
존경하는 이재천 형님이 시집을 냈다. 눈향은 사전을 어렵게 찾아보니 <누운 향나무>라는 뜻이다. 전주제일고에서 같이 3년을 근무하였던 인연으로 등산모임<기린회>을 함께 하고 있는 형님이 문단에 등단하시고 시집을 내신다기에 - 아니 사회선생이 웬 시 까지? - 약간은 의외라 여겼더니만 정작 시집을 받아들고 찬찬히 읽어 보니 형님의 삶과 인자하신 마음씨가 그대로 묻어나 있는듯 하다.
가난하고 고달펐던 지나간 우리 역사의 아픈 세월과 고향에 대한 당신의 그리움과 애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시집을 주시면서 <변변찮은 시이지만 꼭 한번 읽어주세요>하고 당부하신 그 말씀도 진실되고 아름답더니만 불과 몇개의 시를 읽어가면서 정말 꼭 읽어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 그 만큼 재천형의 고운 마음과 인자함을 엿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2004년 내가 전주제일고에 부임하고 며칠 뒤 형님이 계시는 방에 인사차 들어가니 매우 반갑게 맞이해주시며 격려해주시는 모습에서 사려깊고 진실된 정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후배를 대하는 그런 아름다운 마음과 평소에 나타나는 존경스런 욕심없는 인생관이 잘 정립되어 있으시기에 당신의 생활과 철학을 저처럼 순수하고 잔잔한 시어로 담아내며 승화시킬 수 있는 것이리라. 문단등단과 시집발간을 축하드리며 작년에 명예퇴직하신후 건강한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시는 재천형의 발전을 기원한다.
눈 향
차마 떠나지 못해 머문
고향 언저리
쌓인 상념의 무게가
버거워
맘 비워 내려놓으니
눈향 되었어라.
뭉게구름 일어
은은히 퍼지는 고향의 내음
주위를 맴돌며
한가로이 머문다.
허허로움 뒤끝에 남는 안온함
세월의 뒤란에서
고향의 붙박이로
그윽한 정을 보듬고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