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의 자살
<2010. 6.14일자 보도>
‘함바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돼 검찰 수사를 받던 임상규(62ㆍ전 농림부 장관) 순천대 총장이 자살한 채로 발견됐다. 임 총장은 함바비리와 함께 저축은행 사전 예금 인출 혐의도 받아 관련수사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13일 오전 8시10분께 전남 순천시 서면 동산리 인근 도로에 주차된 쏘나타 차량에서 임 총장이 숨져 있는 것을 사촌 동생인 임모(50)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임씨는 “어제 오후 7시께 형님이 집을 나간 뒤 집 안을 살펴보니 주방탁자에 ‘선산에 간다’는 메모지가 있었다”며 “오늘 아침까지 귀가하지 않아 선산에 가보니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임 총장의 쏘나타에서는 A4 용지 1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임 총장은 유서에서 “안타깝고 슬프다. 악마의 덫에 걸려 빠져나가기 어려울 듯하다. 그동안 너무 쫓기고 시달려 힘들고 지쳤다. 모두 내가 소중하게 여겨온 ‘만남’에서 비롯됐다. 잘못된 만남과 단순한 만남 주선의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 금전 거래는 없었다”고 전했다.
임 총장은 건설현장식당(함바집) 브로커 유상봉(65ㆍ구속기소)씨로부터 2차례에 걸쳐 2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3일 검찰에 의해 출국금지 조치됐다. 함바비리에 연루된 인사들이 “임 총장을 통해 유씨를 알게 됐다”며 사건 ‘몸통’으로 임 총장을 지목함에 따라 검찰 수사는 그에게 맞춰져 있었다.
임 총장은 광주일고 출신에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과 사돈 관계로 예금 만기를 9개월이나 남긴 지난 1월 말 부산저축은행에서 정기예금 5천만원을 인출해 영업정지 사실을 미리 알았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았다.
대단히 슬프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나는 그 분의 인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죽음을 택할 만큼 괴로웠고 죽음으로써 자신의 명예를 지키려 한 듯 싶습니다. 본인이 유서에 남긴 말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장관까지 역임한 공직자로서 사람을 잘못 선택했던듯 싶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날이면 날마다 어떤 선택상황에 부딪칩니다. 그리고 선택을 합니다.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효율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을 선택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최선의 선택만을 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을 사귀는 것도 그렇습니다. 자신의 자유의지나 권리와는 반하여 전혀 또는 별로 원치 않는 사람과 만나거나 사귀게 되기도 합니다.
공직자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신중하고 단호해야 한다고 봅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을 이용하려하는 것은 사업가들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그 중에는 정말 나쁜 사람들이 많을 수 있습니다. 임장관의 죽음은 사람을 사귀고 만남에 있어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한편으로는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자신을 둘러싼 엄청난 커넥션이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가집니다. 아무튼 장관을 역임한 현역 대학총장의 자살은 ‘인생이란 결코 출세나 성공의 잣대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생각하게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40여 년 전 1981년 문교부차관을 지내고 충남대 총장을 역임한 박희범 교수가 암으로 투병하자 의사인 아내가 박교수와 동반 자살한 사건은 아직도 내게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분들의 숭고한 사랑에 매우 큰 감동을 받았고 지금까지 그 감동은 내게 남아 있습니다. 2주일 후 내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그런 숭고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있는지 제 자신에게 물으면 자신이 없습니다. 아마도 언제까지나 자신이 없을 듯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9년 5월 고향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져 자살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나와는 이념적으로나 국가관으로나 정치적 성향으로나 너무나 다르기에 그 분을 존경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내고 정치적 업적이야 어떠하든 그 어떤 정치인들보다 훨씬 깨끗하고 맑은 분이라는 것은 나 역시 크게 인정하는 바인데, 본인이 원치 않은 부끄러운 돈의 뒷거래가 밝혀짐로써 본인 자신이 큰 충격을 받고 자존심이 무너지며 소중한 삶을 마감하였으니 <맑고자 하나 맑을 수 없는 곳>이 한국의 정치판인가요? 그 분은 그 분 추종자들이 주장하는대로 오로지 이 명박 정부에 의한 희생자가 아니라, 예나 지금이나 맑지 못하고 맑으려는 노력도 별로 하지 않는 여야 정치인들 모두가 만들어낸 희생물입니다. 임총장의 죽음도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의 모든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이 자신들의 삶을 진지하게 되돌아 보는 계기로 삼을 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맑고 밝은 사회를 만드는 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누구나 작은 것부터 솔선수범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제 자신 작은 것 부터 실천하는 노력을 더욱 기울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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