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이규보의 한시 세 편

청담(靑潭) 2011. 6. 16. 20:36

 

 

시원한 샘물   

 

오가는 행인 더위에 지쳤는데

 

시원한 물을 길가에서 만났네

 

조그만 샘물 온 나라를 적시니

 

두 번 절하고야 맛볼 수 있네

 

 

南北行人

                                 

寒漿當路傍

 

勺泉能潤國

 

再拜迺堪嘗

 

 

 

 

 

 

 

큰 나무   

 

 

 

 

더운 날씨에 쉬기 좋고    好是炎天憩

 

 

소낙비 피하기도 좋아라  宜於急雨遮

 

 

시원한 그늘 양산만 하니 淸陰一傘許

 

 

주는 혜택이 또한 많구나 爲貺亦云多

 

 

 

 

  이규보(李圭報 1168~1241)가 지은 시입니다. 아마도  <동국이상국집>에 실려 있는 시일 듯 합니다. 이규보는 샘물과 큰 나무를 보고  단순하게 읊었을지 모르나 나는 다른 의미를 부여하여 해석해 봅니다

   시원 샘물은 마치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밀알이 되고 봉사하고 헌신하는 아름다운 삶을 살라고 가르쳐 주는 듯 합니다.

   나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만들어주는 큰 사람, 베푸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쳐 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봉사하고 헌신하며 살아가는 삶은 우리같은 범인에게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우기 큰 사람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행복을 주는 일은 더더욱 어렵거니와 또 오늘날 그런 사람을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찾기 만큼이나 어렵습니다.

   남을 배려하고 남의 입장을 이해하고 남의 어려움을 안타까이 여기는 마음과 남과 어울려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만이라도 가지게 된다면, 다투고 싸우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시험하고 거짓말하고 모함하는 일들이 사라지고 꽤나 아름다운 사회가 될 듯도 싶습니다.

   

 

 

 

折花行     절화행                       


牡丹含露眞珠顆 (목단함로진주과)       진주 이슬 머금은 모란꽃을

 

美人折得窓前過(미인절득창전과)        신부가 꺾어들고 창밖을 지나다가

 

 

含笑問檀郞 (함소문단랑)                  방긋이 웃으며 신랑에게 묻기를

 

花强妾貌强 (화강첩모강)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檀郞故相戱 (단랑고상희)                  신랑이 짐짓 장난을 치느라

 

强道花枝好 (강도화지호)                  꽃이 당신보다 더 어여쁘구려

 

 

美人妬花勝 (미인투화승)                  신부는 꽃이 더 예쁘다는 말에 토라져

 

踏破花枝道 (답파화지도)                  꽃가지를 밟아 뭉개고 말하기를 

 

花若勝於妾 (화약승어첩)                  꽃이 저보다 어여쁘거든

 

今宵花同宿 (금소화동숙)                  오늘밤은 꽃하고 주무세요

 

 

 

  이 시는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처음보는 시인데 너무나 재미있으면서도 아름다운 시라서 올려 봅니다. 개경에 사는 귀족의 넓은 저택 뜰안에서 일어나는 열여덟 신랑과 열여섯 신부가 벌이는 예쁘고 아름다운 사랑놀이 하는 광경이 저절로 자연스레 그려집니다. 신부는 박한별같은 생기발랄한 아가씨일까? 아니면 임수향같은 요조숙녀형 아가씨일까? 짐짓 예쁜 신부를 놀리기 위해 장난치는 신랑이나, 장난인줄 알면서도 토라져서 꽃을 버리며 발로 밟아버리기까지 하는,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신부의 토라진 귀여운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청소년 시절에 가졌던 티없이 맑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언제까지나 잃지 않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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