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가정집-차마설

청담(靑潭) 2011. 5. 26. 08:53

 

 

 

가정집(稼亭集) 차마설(借馬說)

 

 

 이 글은 한국고전번역원 조경구 선생이 쓴 글입니다. 이곡 선생의 이 한 말씀속에 너무나 많은 뜻이 담겨 있는듯하여 그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人之所有。孰爲不借者(인지소유。숙위불차자)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남에게서 빌리지 않은 것이 무엇이겠는가?

 

  고려말 학자 이곡(李穀 1298∼1351)이 지은 차마설(借馬說)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집이 가난하여 말을 빌려 타다가 느낀 점을 얘기하면서, ‘빌린다’는 데 초점을 두고 논의가 점점 확대되더니, 마침내 ‘임금은 백성으로부터 힘을 빌려서 존귀하고 부유하게 되는 ’이라고까지 말합니다. 임금의 권력이 백성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은 오늘날의 민주주의 개념과 다를 바 없으니 당시로서는 대단히 충격적인, 그리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발언이라 하겠습니다.
  권력을 국민에게 잠시 빌린 것, 언젠가 돌려주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권력자가 권력을 이용하여 횡포를 부리고, 비리를 저지르는 일들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요? 이 권력이 절대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이 오히려 자신을 지켜주는 무기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논리는 에도 똑같이 적용될 듯합니다. 내가 노력해서 모은 것이라지만 그 과정에는 분명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가난한 사람들의 피땀, 눈물이 들어갔을 테니, 이 돈을 남들에게 잠시 빌린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비록 자기 돈일지라도 좀 더 값있게, 다른 사람 아프지 않게 쓸 수 있지 않을까요?

  환경운동을 하는 분들은, ‘자연은 우리가 후손에게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정말 그 표현대로 우리만 살고 끝날 세상이 아니라 바로 내 아들딸, 내 손자에게 이어질 세상이라는 데 생각이 미친다면, 참으로 우리는 후손에게 이 자연을 잠시 빌려 쓰고 있구나, 그러니 최대한 깨끗하고 온전한 상태로 돌려줄 의무가 있구나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처럼 환경을 함부로 망가뜨리는 일들도 조금은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씁니다.

 

   이곡은 이제현의 문인으로 죽부인전의 저자이며 이색의 아버지이다. 토정 이지함은 그의 8대손이다.  1333년(충숙왕 복위 2) 원나라 정동성 향시에 수석을로 급제하였다. 정동행중서성 좌우사원외랑()이 되었고, 원제()에게 건의하여 고려에서의 처녀 징발을 중지하게 했다. 1344년 귀국, 이듬해 도첨의찬성사()가 되었다. 가정집은 중소지주 출신의 신흥 사대부가 유학의 이념으로 현실 문제를 해결하려 하나 이미 쇠망해 가는 고려의 귀족 정권에서 그 뜻을 실현하지 못하는 좌절감 등이 잘 반영되어 있다. 또한 원나라에서 오랫동안 관직생활을 하며 보고 듣고 조사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어 원의 사회문화적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해방된지 6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친일파문제로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들, 군사정권이 무너지고 민주화를 이룬지 20년이 넘어서  상당한 수준의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로 인정받고 있음에도 이명박 정권을 독재정권(독단적 정치라는 표현이라면 맞다)이라고 억지 비난하면서 자신들의 민주화 투쟁경력을 끈질기게 이용하며 정치권력의 발판으로 사용하는 사람들, 북한과 쿠바같이 1인 신격화와 권력세습을 이어가는 말도 안되는 정치체제를 가진 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공산주의 국가들이 모두들 민주화혁명을 통하여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도입하고 공산주의를 포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70-80년대의 민주화투쟁시대에 일부 좌파 학자들에 의해 주입된 반독재 의식, 투철한 민주화 투쟁신앙, 맹목적 반미의식, 민족지상주의, 통일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자신은 남보다 우월한 학력과 직업과 지위와 명예를 차지하며 이 사회의 지배층에 속하여 출세하고 온갖 부귀와 영화를 누리면서 이미 자신이 기득권 세력임에도 입으로는 기득권 세력 운운 비난하며 평등과 복지를 부르짖는 이중 인격자들은 대체로 편향된 역사인식을 가지기 십상이니 어쩌면 그들은 이곡을 친원세력이요, 신진사대부 신흥귀족이라고 일언지하에 매도해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내 비록 아직 가정집을 모두 읽지 못하였으나 이곡선생은 1백년 원이 지배하는 시기에 비록 벼슬은 하고 살았지만 시대의 아픔을 품고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참 지성인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권력은 남으로 부터 나온다는 것은 단지 최고 권력의 상층부인 대통령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아니다. 종업원을 부리는 가게의 사장에게도, 교직원을 이끄는 학교장에게도, 착한 아내를 둔 남편에게도, 1학년 후배가 있는 2학년에게도, 학생을 지도하는 선생님에게도, 신참을 받은 중고참병에게도, 동생이 있는 형에게까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 적용되는 이치이다. 권력은 남이 있어 내가 행사하는 것이니 남은 내 권력에 복종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를 빛나도록 존재케 해주는 고마운 존재들인것이다.  리더가 되되 권력의 남용이나 횡포를 부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며 결론은 겸손하자는 것이다. 겸허해지자는 것이다.  문제는 겸허한 마음과 겸손한 태도야! 남의 인격존중이야!

 

  은 가지면 많이 가질 수록 좋은 듯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어제 뉴스에는 로또복권에 당첨(15억원)되어 일학천금을 한 가정에서 돈 문제로 인하여 부부가 별거하고 결국 다툼끝에 남편은 손위동서에게 폭행당하고 살해까지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미 복권에 당첨되거나 주식부자가 된 사람들중 70-80%가 결국은 불행하게 된다는 세계적인 통계를 많이 보았다. 돈은 땀흘려 정당하게 벌어야만 그 돈이 가치있게 쓰이고 가정의 발전과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진리를 암시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도 부자가 되고 싶다. 그러나 내 손으로 열심히 번 돈을 저축하여 되는 부자라야 한다. 그런데 나는 이제 정년이 4년이 채 남지 않았고 사업으로 돈을 버는 의욕이나 재주는 손끝만큼도 없는 듯하니 돈 부자는 틀렸지요? 마음부자로 만족하며 아주 건강하게 90까지 행복하게 살렵니다.  돈이 많다 하여 분수에 맞지 않게 그저 넓고 고급인 아파트로 이사가는 사람들, 돈이 많다하여 분수에 맞지 않게 그저 최고급 대형 승용차만 타는 사람들, 돈이 좀 있다하여 분수에 맞지 않게 명품만 찾는 사람들을 그리 크게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행복은 큰 아파트와 고급 대형승용차와 명품가방과 명품시계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 아닌 남이 있고 사회와 대중이 있고 국가가 있기 때문에 내가 돈을 벌어 부자가 된 것이어늘 ‘내 돈 내마음 대로 쓰는데 웬 간섭이냐?’고 한다면 바람직 하지 않은 생각이다. 돈이 없어 고통받거나 힘들어 하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언행은 삼가해야 한다. 반대로 내가 가난하다 하여 부자를 이유없이 미워하여 인격적으로 모독을 주거나 해코지를 해서도 안된다. 힘든 사람들을 착취하거나 사기를 치거나 공금을 횡령하거나 도둑질을 하거나 강도짓을 하거나 세금은 내지 않으려고 재산을 은닉하거나 하는 못된 부자들은 미워도 하고 엄한 법적 처벌이 반드시 따라야 하겠지만 말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오히려 행복지수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어 발표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당황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오직 잘살기 위해 땀흘렸고 부자가 되었고 잘 사는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부자나라가 된 나라의 그래도 중산층에 속하는 내가 이제 가난은 결코 다시 맛보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여 내가 지금보다 조금 더 부자가 된다하여 더 행복하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도 잘 안다.   문제는 분수지킴이야! 중요한 건 사람이고 사랑이야! 가족의 건강이고 따스한 가정이야!

 

  자연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영원한 소유물로 착각하여 우리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자연은 우리가 소중히 가꾸고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여 물려준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그 복원을 위해 얼마나 많은비용과 땀과 공을 들여야 할 것인가? 또 복원이 아예 안된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무섭고 부끄러운 일인가? 그 원망을 어찌 감당하랴?  지속가능한 개발과 살생유택의 마음으로 아름다운 우리의 자연을 보호하고 나아가 지구의 환경보전에 온 세계가 하나가 되어 노력하여야 한다. 나도 한때 적극적 개발지지론자였으나 이만큼 살게된 우리나라에 어느정도 만족하면서 이제는 아름다운 금수강산과 생명체들을 소중히 여기고 가꾸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늦게나마 자연보호와 생명사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됨에 따라 지나치다고만 여겨졌던 환경보호론자들의 강력한 투쟁을 조금은 더 이해하여 가고 있다.  문제는 자비심이야!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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