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노후대책

청담(靑潭) 2011. 11. 18. 15:31

 

 

노후대책 - 아내에게 부담스런 은퇴남

 

 매일 거실에서 빈둥거리는 공포의 거실 남, 온 종일 잠옷 차림에 아내에게 걸려온 전화를 귀 쫑긋 세우고 엿듣는 파자마 맨, 하루 세끼 밥 차려줘야 하는 삼식(三食)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6일 발표한 <저 출산 고령화 사회 국민인식 조사>에서 여성의 71.8%가 「늙은 남편 돌보는 일이 부담스럽다」고 답변했다. 심지어 같은 질문에 남성도 66.4%가 동의했다. 한국 남성들 스스로 '나이 먹으면 아내에게 부담되는 존재'라고 자인(自認)한 셈이다.


  ♣평생을 가정일 하느라 힘들게 살아온 가정부주든, 직장생활을 한 여성이든,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에 수십 년 동안을 너무 힘들게 긴 세월을 살아온 여성들이다.

  평소에 지극히 가정적인 남성들이나 원래부터 휴머니스트들이거나 페미니스트들이야 큰 탈이 없겠지만 가정주부라 하여 은근히 남성우월성을 드러내고 자신이 돈을 번다하여 은근히 아내를 경제적으로 속박하고 심하면 언어폭력, 물리적 폭력을 자주하거나 일삼은 남성들은 이제 역으로 핍박받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 아니겠는가?

  늦게라도 깨달음이 있다면 아내를 더욱 소중히 여기고 가사일을 돕고 되도록 아내가 힘들지 않도록 살아갈 궁리를 하겠지만, 평생을 함부로 살아온 남자가 늙어서라고 남녀평등의 이치와 아내의 소중함을 갑자기 깨닫게 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터이니 그의 앞날은 매우 어두울 지다. 다행이 몸이라도 성하면 여전히 큰소리 친다 하겠으나 몸이라도 아프고 눕게 되면 그에게 닥칠 불행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여자는 나이 들어도 건강유지를 잘하고 이웃들과 어울려 외로움을 잘 극복하지만 남자는 나이 들수록 쉽게 노쇠하고 외롭게 되는 존재이러니 오래토록 행복하고자 하면 百年偕老를 약속한 糟糠之妻의 소중함을 일찍 일찍 깨달을 지어다.

○퇴직 후에도 하루 일정에 따라 움직여라. 게으르면 이미 죽은 목숨이다.

  집에서 빈둥거리지 마라. 운동도 좋고 작은 텃밭경영도 좋고 사회단체 가입이나 봉사단체 활동도 좋고 구청이나 대학의 사회교육원 수강도 좋다. 바쁘지 아니한가?

○운동을 아주 아주 열심히 하라.

  골프도 좋고 테니스도 좋고 탁구도 좋다. 공원에서 걷기 운동을 하면 더욱 좋다. 건강을 유지하여 남성다운 매력을 잘 유지하라. 기쁘지 아니한가?

○늙을수록 멋을 부려라.

  헤어스타일도 신경 쓰고 화장품도 향수도 뿌려라. 나갈 때도 멋을 부리고 집안에서도 단정한 옷차림을 유지하라. 옷은 깔끔하게 세탁소에 맡겨 드라이 시켜 입어라. 응접실이라 하여 잠옷이나 속옷만 입고 어정거리면 매력도 없는 늙은이 짜증나지 않겠는가? 내가 멋지면 나도 기분 좋지 아니한가?

○늙을수록 몸을 깨끗이 하라.

  아침저녁 샤워는 기본이고 주 3회씩 목욕탕에 가야한다. 늙은이는 냄새난다.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이 가까이 오지 않는다. 아니 나로부터 멀어지려 도망간다. 자신의 노인 냄새를 본인이 못 느낄 뿐이다. 깔끔하면 유쾌하지 아니한가?

○잔소리 좀 그만 하라.

  평생 동안 밥 주라! 커피 주라! 과일 주라! 신문 주라! 옷 주라! 이거 주라! 저거 주라! 여자들은 지쳤다. 이제 우리가 무엇인가 그녀들에게 해 주자!  그녀가 즐거우면 나는 더 즐겁지 아니한가?

○3식은 좀 다르게 먹자.

 아침은 빵(그녀는 우아하게 빠리 바게트, 나는 막걸리 찐빵)이나 우유 원두커피로 우아하게 하라. 점심은 밖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먹어라. 노인을 위한 2천원짜리 백반, 3천원짜리 전통국수, 반찬이 맛있는 5천원짜리 기사식당, 장터의 2천원짜리 짜장면, 1500원짜리 보통김밥(두 줄이면 충분)이 곳곳에 서 기다린다. 여유가 있으시면 6천원짜리 생선탕은 아주 우아하다. 저녁은 아내가 손수 준비하는 정성어린 디너로 맛있게 먹어주라. 그녀가 준비한 저녁식사 근사하고 행복하지 아니한가?

 좀 낯 간지럽게 적어 보았답니다.

 

고령화가 가져온 도전, '은퇴 후 40년, 초 장기 부부시대'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에 지난 1년간 상담을 요청해온 남성의 44%가 60대 이상 노인들이다. 부부 갈등과 이혼을 고민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그중에서도 혼인기간이 25년 이상 된 남성 내담자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는 30년 전만 해도 생각하기 힘든 고민이다. 1980년만 해도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수명은 65.7세,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다가 65세 정년 채우고 퇴직하던 시절이었다. 은퇴 후 부부가 함께 사는 시간이 길어야 채 10년을 넘지 않았다.


  ♣불과 1990년대 말까지만해도 집 나이로 62세-67세에 은퇴하는 공무원들은 남은 수명이 10여년 밖에 안된다는 생각에 차마 연금을 신청하지 못하고 IMF시대에 급상승한 이자율(연 10%내외)에 현혹되어 일시불로 받고서는 지금에 와서는 생활의 궁핍에 빠진 경우가 흔하다. 연금을 받았으면 현재 월 250만원을 수령할 수 있는 것을, 목돈으로 받은 퇴직금을 은행에 넣어 받는 이자는 기껏 월 80만원 밖에 안 된다. 자식들 가르치고 결혼시키고 분가시키느라 힘들어서 가진 재산 없는 이들은 졸지에 생활비 부족한 가난한 노인이 되었으며, 언제까지 살아갈지 몰라 목돈을 깨지도 못한다. 그나마 이런 경우는 자식들에게 목돈을 빼앗기지 않은 아주 다행스런 경우이다.


 고령화가 가속화돼 현재 남자는 80세, 여자는 90세 시대가 도래 했고, 쉰 안팎에 조기 퇴직하는 고용 불안정까지 겹치면서 은퇴 부부가 함께 사는 기간이 30~40년에 달하는 '초장기(超長期) 노인부부' 시대가 도래 했다. 노부부 간의 '평화로운 공존'과 '갈등 관리'가 인생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화두가 된 것이다.


빨리 변하는 女, 느리게 변하는 男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누구 일방의 잘못이 아니라 은퇴 이후 30~40년을 함께 살아야 할 부부가 서로에게 적응하는 방법을 몰라 빚어지는 갈등이라고 말한다. 고려대 심리학과 성영신 교수는 「늙은 남편이 부담스럽다」는 여성들의 표현은 「싫다」「밉다」는 뜻이 아니라 「불편하다」는 의미라면서 「눈 뜨면 회사에 나갔다가 자정이 되어서야 돌아오던 남편과 갑자기 24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데서 오는 불편함」이라고 말했다. 「결국 아내는 은퇴한 남편을 위해 새로운 내조를 해야 할 처지가 되는 거죠. 놀아줘야 하고, 점심밥·저녁밥까지 신경 써 차려줘야 하고, 은퇴해 위축된 남편의 기분도 달래줘야 하니까요. 어느 누가 부담스럽지 않겠습니까?」


남편들이여, 영국 남자를 본보기 삼아라

  우리나라 남성들은 은퇴하고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집안일을 별로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남성들의 가사노동시간(1시간 1분)은 미국 (1시간49분)이나 영국 (2시간48분)의 은퇴 남편들보다 훨씬 짧다. 특히 아내들이 하루 평균 1시간 43분을 음식 준비하는 동안, 은퇴 남편들은 단 17분 거든다. 송다영 인천대 교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부장적 권위는 무너지고 부부간 대등한 관계가 필요한데, 어느 일방의 희생을 기반으로 더 이상 부부관계가 유지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 결과로 황혼이혼도 늘고 있다. 1995년 138건에 불과했던 65세 이상 여성의 이혼 건수는 지난해 1734건으로 늘었다. 자생력 없는 가부장적 권위는 법정에서도 단죄 받는다. 지난해 11월 법원은 권위적인 남편(80)으로부터 6년 동안 메모지로 살림 지시를 받은 76세 아내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남편은 「생태는 동태로 하고 삼치는 꽁치로 바꿀 것」, 「두부는 비싸니 각종 찌개에 3, 4점씩만 양념으로 사용할 것」 등의 메모로 아내를 통제했고, 법원은 이런 통제를 이혼사유로 인정했다.


그래도 열 효자보다 악처가 낫다

  지난해 서울에서 부부끼리 사는 65세 이상 노인(26만1399명)이 전체 노인의 28.1%를 차지했다. 서울의 노인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부부끼리 사는 셈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이삼식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장은 「자식이 몇 안 되는 고령화 사회에서는 모든 돌봄에서 양성 평등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며 「신(新)가족갈등의 해법은 부부가 공평해지는 것에서 출발한다」 말했다. 돌봄의 책임을 가족, 특히 나이 든 아내에게만 떠넘기지 말고 사회적 돌봄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다영 인천대 교수는 「노인돌보미바우처사업,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등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남자평균수명이 76세, 여자 평균수명은 83세가 되었다. 남자들은 여자들에 비해 더 빨리 늙거나 병들어 여자들의 보살핌이 필요한데 여자들은 30년을 뒷바라지하고도 모자라 은퇴 후 20년 내지 30년을 또 다시 돌본다하니 오죽 짜증이 나겠는가? 지금까지 아내에게 서운한 언행을 일삼는 남성들은 회개하고 반성하며 미리 미리 깨닫고 행동으로 아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돌봄보장성 보험을 확보하시면 좋겠다.

  부부가 노후에 살아가는 생활비 적정선으로 177만원이라고 발표되는데 약간 이해하기 어렵다. 이미 지난 세월을 자식들에게 모두 바친 어른들에게는 현재 맞는 기준이겠지만, 우리 50대 이하 중년층들에게는 매우 서운한 기준이다. 현재의 화폐가치로 이미 준비된 아파트에서 월수입 200만원 이상 300만원까지는 중산층으로 살기에 어려움이 없고 300만원 이상이면 중상류층으로, 400만원 이상이면 중형차를 굴리고 월 2회정도는 골프를 치며 일년에 한번씩은 해외여행을 하면서 력셔리 하게 살 수 있다하니 모든 남성들은 더 아끼고 더 저축하여 훗날 아내에게 인정받고 자식에게 부담주지 않기 위해 자신의 노후대비에 가일층 철저할 필요성이 있다 하겠다.


2012. 11.18일자 조선일보에서 발췌하고 덧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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