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 세상의 그물을 조심하시오
(原題 蜘蛛賦 지주부; 예쁜 거미송)
이옥(1760-1812) 지음 이승수 편역
편자의 서언중 발췌
조선 후기 이옥선생의 산문집 48편이 실려 있다. 그는 조선 후기의 새로운 문풍을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1790년 생원시에 급제하고 성균관에서 생활하며 과거를 준비하였으나 문체로 인하여 정조의 견책을 받아 끝내 합격하지 못한다. 그는 남녀의 情을 시로 다룬다고 한 바 있으며 곧 세계의 인식에서 고정성, 규범성을 탈피하려는 해체적 방법을 사용한다. 그는 봉건사회의 질곡에서 벗어나 참다운 개성을 글 속에 담아내려고 했던 실험적 작가였던 것이다.
-실려있는 48편중 편자가 제목으로 잡은 한편만을 정리한다-
이 선생이 저녁 서늘한 틈을 타서 뜰에 나가 거닐다가, 한 마리 거미가 낮은 처마 앞에 거미줄을 날리고. 해바라기 가지에 망을 펼치는 것을 보았다. 거미는 거미줄을 가로로 치고 세로로 치고 수직으로 펴고 수평으로 펴는데, 그 너비는 한 자 쯤 되고 그 형식은 컴퍼스에 맞았으며, 성글지 않고 조밀하여 실로 교묘하고도 기이하였다. 이 선생은 그것을 보고, 거미에게 機心(남의 것을 탐내는 욕심)이 있다고 여겨, 지팡이를 쳐들어서 그 거미줄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전부 걷어내어 내려치려고 하는데, 거미줄 위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듯하였다.
“나는 내 줄을 짜서 내 배를 채우려고 하오. 당신에게 무슨 관계가 있다고 내게 해독을 끼치는 게요?”
이 선생이 노하여 말하였다. “기계를 설치하여 생명을 해치는 것은 벌레들의 적이다.! 나는 너를 제거하여 다른 벌레에게 덕을 베플겠다.”
그러자 그 자는 다시 껄껄 웃으면서 말하였다.
“아아! 어부가 그물을 설치하여 바다 물고기가 걸려드는 것을 두고, 어부가 포학한 짓을 한다고 하겠소?
虞人(우인 : 수렵담당인)이 펼친 그물에 들짐승이 걸려 부엌에 요리로 오르게 된다면 우인이 그렇게 만들었디고 하겠소?
士師(사사 : 법무관)가 내건 법령에 악독한 자가 저촉되어 감옥이나 유배지에 같히게 된다면, 그걸 두고 사사의 잘못이라고 하겠소?
만일 선생 말대로라면, 선생같은 분들이 어찌하여 伏羲(복희;목축과 어로를 가르침)가 그물을 칠때 (형벌 관장)죄를 논하는 것을 잘못이라고 꾸짓지 않았단 말이오? 그것과 이것이 무에 다르단 말이오?
더구나 선생은 내 그물에 걸려든 자들이 어떤 자들인지 아오?.....이하 생략 ”
세상은 보이지 않는 온갖 그물로 겹겹이 짜여 있습니다. 아직도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는 어린이들은 먹을 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그물망에 걸려 좀처럼 헤어나지를 못합니다. 아니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가난한 나라나 독재국가에서 인간의 앞을 가로막는 그물은 이루 헤일수 없습니다. 먹을 것으로부터의 해방도, 직업선택의 자유도, 거주이전의 자유도, 해외여행의 자유도, 국적포기의 자유도 없이 온갖 철망캍은 강력한 그물들이 첩첩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대한민국같은 선진국에서도 자라면서 대학입시라는 강력한 그물망이 가로 막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을 가로막는 그물이 쳐집니다. 결혼이라는 그물이, 승진이라는 그물이 나타나고 온갖 성인병이라는 그물이 두터이 둘러 쌉니다. 법과 규칙과 관습이라는 그물망은 또 어떻습니까? 한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저처럼 끝없이 겹겹이 둘러싸고 앞길을 가로막는 거미줄망을 통과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지난한 일이 아닐까요? 부자나라나 가난한 나라나 오십보 백보라고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행복지수는 가난한 나라에서도 충분히 높을 수 있고 북한을 탈출하여 대한민국에 왔다가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니까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행복은 제 마음속에 있다고하니 그냥 만족하면서 살아가면 된다고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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