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너머 도망친
100세 노인
발행 열린 책들
저자 요나스 요나슨
1. 내가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
●초등학교 시절에는 동화를 읽으며 꿈을 꾸고, 중고교 시절에는 우리나라와 서양의 근현대 소설을 나름 읽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부터는 거의 읽지 않았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팩트(사실)만 찾게 되는 사고의 습관이 형성되었고, 그러다 보니 픽션에는 관심이 적어진 때문이 아닌가 한다. 픽션이기는 하지만 드라마는 극히 현실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인지 매우 좋아하지만(불륜스토리가 지나치고 중독성이 강하여 정통사극 이외에는 지금은 전혀 보지 않고 있다.), 영화도 성인이 된 이후에는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아름다움을 찾지 못하기도 하고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비현실적이어서 거의 흥미가 없다. TV에서 보여주는 명작이나 문제작(동서양을 막론하고)을 가끔 보지만 스스로극장을 찾는 일은 거의 없다. 아내가 졸라 마지못해 따라가는 것이 일 년에 한 두 번이다. 그런 경우에는 아주 잘 만든 영화이거나 이미 유명해진 작품이어서 나역시 보아두기는 해야 할 것 같은 영화이기 때문에 아내의 성화가 오히려 고맙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그래서 『영화도 안 보는 사람』이 되어 아내에게 아주 매력 없는 남자로 미움을 받게 되었다. 그렇다고 하여 내가 꿈을 꾸지 않는 것이 아니다. 잠을 자면서 꾸는 꿈도 좋아하고, 미래를 그리는 꿈도 무지 좋아한다.
2.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요즘 사람들의 관심이 큰 소설이라며 나의 딸이 읽어 보기를 권유하기에 집어 들었다. 이 책은 나이가 무려 백 살이나 되었지만 몹시도 팔팔한 영혼이어서 자신의 백세 축하연 준비가 한창인 양로원 창문을 뛰어내려 대책 없이 모험을 떠나는 어느 못 말리는 영감님의 이야기이다.
백세 시대에 백세 노인의 이야기라서 사람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인가? 주인공 알란 칼손은 1905년 스웨덴에서 태어난다. 우리 할아버지가 1903년생이시고 우리 할머니는 1906년생이시니 거의 같은 시기에 태어났다. 현재인 2005년 5월 2일부터 6월 16일까지 그의 과거를 넘나들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공상 영화도 같기도 하고, 만화 같기도 하여서 허무맹랑하기도 하지만, 세계의 여러 나라를 넘나들며 20세기 역사의 현장에 나타나서 정치거물들과 인연을 맺어가는 스토리 구성이 독특하여 자세히는 아니지만 매우 흥미 있게 읽었다.
3. 그가 양로원을 탈출한 이유
●그는 자기가 저 양로원에 웅크리고 앉아 <이제 그만 죽어야지>라고 되뇐 것은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몸뚱이는 늙어서 삭신이 쑤실지라도, 알리스 원장에게서 멀리 벗어나 실컷 돌아다니는 일이 이 친구처럼 여섯 자 땅 밑에 누워 있는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지 않겠는가?
4. 그가 간 곳과 만난 사람들
●1929-1939 스페인 : 프랑코 총통
●1939-1945 미국 : 트루먼 부통령
●1945-1947 중국 : 쑹메이링, 마오쩌뚱, 장칭
●1947-1948 이란 :
●1948-1953 러시아 : 모스크바, 스탈린
●1953 : 블라디보스토크 수용소 탈출, 김일성, 김정일
●1953-1968 : 인도네시아 발리
●1968 : 프랑스 파리, 존슨 대통령
●1968-1982 : 모스크바에서 스파이 활동
●1982-2005 : 스웨덴 고향으로 귀환
5. 그가 한반도에 오게 된 이유
●항구에서 일하는 선원들의 주요화제는 한국전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한반도는 일종의 공백상태에 있었다. 스탈린과 트루먼은 나라를 사이좋게 나누어 점령했고, 임의로 38선을 그어 남과 북으로 양분했다. 그러고 나서는 이 나라를 어떤 형태로 독립시킬 것인가에 대한 끝없는 협상이 이어졌다. 트루먼과 스탈린은 정치적 견해가 전혀 달랐기 때문에 역사는 독일의 전철을 밟게 되었다. 즉 미국이 남한을 세우자 소련은 북한을 만들어 응수했다. 그러고 나서 미국과 소련은 한국 사람들이 자기네끼리 알아서 하도록 놔두었다.
한데 일이 삐딱하게 흘러갔다. 북쪽의 김일성과 남쪽의 이승만은 서로 자신이 한반도 전체를 통치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전쟁을 시작했다.
3년 후, 거의 4백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희생됐지만 상황은 조금도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북은 북이고, 남은 남이었다. 38선은 여전히 반도를 가르고 있었다.
※주인공이 우리나라에 오게 된 때문에 한국에서 이 소설에 대한 관심이 커졌나 보다. 저자는 소설가로서 당시 한반도의 역사적 상황을 철저히 중립적인 입장에서 담백하게 그리고 있다.
●알란은 북한의 원산항으로 떠나는 배가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소련은 공식적으로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몇 주 전부터 산더미 같은 군수물자들이 열차에 실려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서는 모두가 똑같은 곳으로 떠나는 배들에 선적되었다.
●수십만의 여인들과 소녀들이 붙잡혀 가 천황 군대의 위안부가 되었으며 남자들은 강제로 징집되어 천황을 위해 싸워야 했다. 또 이 천황은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등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말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김일성은 북쪽 부분으로만 만족해야 했으나 그러지를 앟았다. 대신 그는 한국전쟁을 일으켰다. .....김일성은 중국의 깃발아래서도 싸웠고, 소련의 깃발 아래서도 싸웠다. 그리고 이제 자신을 위해 싸웠다. 이런 과정을 통해 그가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 외에는 아무도 믿지 말라는 것이었다.
●김일성이 그의 사령부를 설치한곳은 중국령 만주, 더 정확히 말하면 평양에서 북서쪽으로 약 500킬로미터 떨어진 랴오닝성의 선양부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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