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ool-그리움

이리북중학교

청담(靑潭) 2015. 1. 23. 15:53

 

이리북중학교

   

 

 

19873월에 부임한 이리북중학교는 개교한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신설학교이다. 비로소 1965년 남성중학교 입학 이후 내내 나의 삶의 근거지가 된 이리에 아파트를 마련하고 근무를 하게 되었다. 주공에서 지은 신동아파트 16평형을 마련하였다. 비록 아주 작은 응접실에 작은 방이 두 개지만, 처음으로 마련한 내 집인지라 응접세트도 마련하여 비로소 서양식 아파트에 살게 되는 기쁨은 컸다.

초대교장으로 소탈하신 송재남 교장선생님이 계시고, 교감은 류제근 선생님이시다. 6개월 만에 학교장이 바뀌어 학자타입의 권형로 교장이 부임하셨다. 위로는 박형섭 선생님을 비롯하여 50대 선배들이 여러 분 계시고 40대와 30대가 고루 균형을 이룬 모습이다. 대학동기인 이봉희(퇴임), 송창오 선생(퇴임) 등과 함께 부임하였다.

 

 

 

1987년  

 

  3학년 8반 담임을 맡았다. 모두 8개 반이다. 학년 부장은 김대길 선생님(전 교장), 2반은 이현복 선생님(퇴임), 3반은 김진창 선생님(퇴임), 4반은 이경숙 선생님(퇴임), 5반은 최규남 선생님(퇴임), 6반은 장인자 선생님(퇴임), 7반은 임래정 선생님(퇴임)이다. 당시 40대 초반 아래나이로만 모였는데 오늘 적고 보니 현직은 오직 나 하나이다. 나도 이제 한 달 후면 퇴임을 하게 되니 정말 많은 세월이 흘렀음을 알겠다. 우리 반은 남학생 32, 여학생 31명이다. 실장은 묵묵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 김병태로 남성고에 진학하였고, 고입선발고사에서 익산시에서 2위를 했다. 연대를 졸업했다고 들었다. 부실장은 귀티 나는 류 희였는데 너무 얌전해서 부실장으로서의 리더십 발휘가 잘 안 된다고 내가 가끔 꾸중한 기억이 나니 류 희에게 매우 미안한 생각이다. 학생회장인 김상중, 부회장인 조건, 선도부장인 박병훈, 대대장인 송항섭 등 공부도 잘하고 여러 면에서 뛰어난 아이들이 많아 가르치는 우리교사들도 매우 행복한 한 해였고, 좋은 성적을 내기위해 학년친목모임도 자주 가지며 결속을 과시했다. 김대길 형님의 열정적 리더십과 노력이 컸다. 훗날 김대길 학년부장님은 이리북중학교에서 교장을 역임하시고 정년퇴임 하셨다.

 

 

 

1988

 

  2학년 7반 담임을 맡았다. 학생은 남학생 27, 여학생 32명 모두 59명으로 실장은 김승현, 부실장은 강하정이다.

학급 경영관으로는

스스로 최선을 다하여 공부하며, 예의바른 학생으로 키운다

높은 이상과 포부를 가지게 한다.

자기의 위치를 확인하고 자기 발전을 향해 최선을 다하는 학생이 되게 한다.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알고, 협동하며 책임을 다하는 정신을 기른다.

단정하며 예의바른 학생으로 자라게 한다.

라고 학급경영록에 기록해 놓은 것이 있다.

  실장은 김승현인데 머리가 좋고 공부도 잘하는데 성격적 측면에서 볼 때 장차 교수나 연구직이 적성에 맞다 생각하였고 졸업시 전남과학고에 입학하고 서울대에서 공부했다. 승현이는 나의 중학교 은사인 김덕행 선생님의 아들이다. 그 외 김성율, 이승노, 성경희, 강하정 등이 공부를 잘했다. 모범생들인 이윤미와 강하정이와 이은실은 삼총사처럼 친했는데 3학년에서도 같은 반에서 공부하고 싶다하여 해결하여 주었다. 부실장인 강하정이는 합격이 충분한 서울의 외고에 보내기를 부모에게 강력하게 권하였으나 결국 이리여고에 입학하였고, 훗날 방송국 리포터를 하다가 결혼하였다는 소식만 들었다. 하정이는 나의 초등학교 친구인 강치군의 조카인데 나는 지금까지 하정이만큼 예쁘면서 의젓하고 귀족적인 중학생 아이를 본 적이 없다. 윤미는 지방신문사 기자라고 들었고, 은실이는 초등학교 교사인데 나의 교감 발령시 어떻게 알았는지 고맙게도 축하 선물을 보내왔다. 현재 은실이가 근무하는 학교의 교장이 나의 고교후배인 이상범 교장이니 인연은 오래 이어진다.

  이 해에 서울 올림픽이 개최되어 전교생이 다녀올 때 나는 네 살박이 승수를 데리고 갔다. 훗날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지만 대한민국에서 어쩌면 단 한 번 개최되는 올림픽이니만큼 꼭 관람시키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남북한의 가치관의 비교에 관한 연구라는 주제로 연구학교 운영을 마무리 하면서 도덕시간에 우리 반과 함께 시범수업을 했다. 전북교육연구원장을 비롯하여 수 십 명의 도덕과 교사들의 참관 하에 모둠별 발표중심의 수업을 하였다.

 

 

 

1989

 

  3학년 담임을 맡게 되다. 학년부장은 채수탁 선생님, 2반은 이명재 선생님, 내가 3반 담임, 4반은 이준엽 선생님, 5반은 이봉희 선생님, 6반은 장인자 선생님, 7반은 이융의 선생님, 8반은 이정욱 선생님으로 나를 비롯하여 세 명만 30대이고 나머지는 50대와 40대 선배들이다. 우리 반은 남학생 28, 여학생은 32명으로 모두 60명이다. 실장은 김승현, 부실장은 전희정이고 학급경영록 첫 장에 칭찬해주고 타이르고 격려하자라는 말이 쓰여 있다. 앨범을 보니 이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절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25년이다. 올 해 이 아이들의 나이가 42세가 된다. 신동아파트 앞마을에 살던 정재은이는 귀염둥이고, 옛뚜기 마을에 사는 황진희는 생활태도가 아주 성실하고 봉사정신이 강한 아이로 오랫동안 내 기억에 남아 있다. 내 앨범 속에는 이정방이의 졸업장이 남아있다. 끝내 찾아가지 않은 것이다.

 

 

 

1990

 

  3학년 담임이다. 학년부장은 김대길, 2반은 임래정, 3반은 주태식, 4반은 최규남, 5반은 나, 6반은 최병은, 7반은 이복자, 8반은 이현복 선생님이다. 반은 선배들이고 반은 또래와 후배들이다. 우리 반은 남학생 28, 여학생 27명으로 모두 55명이다. 학급경영록 첫 장에 모두에게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이라고 쓰여 있다.

  술자리를 자주하고 담배를 피워대니 잠이 들라치면 가래가 차오르고 기침이 나서 한 시간 남짓이나 잠을 이루지 못하므로 이 해에 담배를 끊었다. 그래 두 번째 장에 이런 글이 쓰여 있다.

 《금연하라! 술 마실 때마저도 끊지 않으면 건강상에 위험이 있을 듯하다.담배를 끊는답시고 술자리에서는 여전히 피웠으므로 나 자신에게 주는 경고문이다. 긴 술자리에 많은 음식을 먹으므로 나는 역류성 식도염이 심하였던 것인데 당시에는 무슨 병인지도 잘 몰랐다.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담배를 사거나 소지하는 일은 없지만 여전히 술자리에서는 종종 피워왔으니 완전한 금연은 아직도 하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장은 한승훈이고 부실장은 한지희였다. 한승훈은 공주한일고로 진학했다. 한지희는 부실장 역할을 아주 잘해내는 리더십을 가진 모범생이다. 정은미와 강은실이도 우등생이었다. 언젠가 황우영이가 전북대 재학시절 전화를 걸어와서 반갑게 만난일이 있다. 내 앨범 속에 고동운이의 졸업장이 있으니 끝내 찾아가지 않은 것이다.

 

 

 

1991

 

  학급경영록 첫 장에

아이들을 사랑하자.

즐거운 학급을 만들자.

화내지 말고 참으며, 웃음으로 대하라!

진실로 사랑하면 너그러운 법이다.라는 글을 써 놓았다.

  2학년 3반 담임인데 남학생반으로 모두 54명이다. 실장은 이홍석이고 부실장은 정자헌으로 기억한다. 군산당북초등교 교사 중에는 제자가 둘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정희선이다. 당북초 교장은 나의 매제이거니와 금년부터 우리학교에도 입학이 가능한 관내학교가 되었으므로 지난 가을 학교방문시 정희선이 찾아와 인사하기에 깜짝 놀랐고, 본관신축기념식에 갔을 때 다시 정희선을 반갑게 만났다. 어린 시절 만큼이나 역시 순수하고 맑은 모습이다. 이 해에 우리학교에 부임한 이찬규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나는 무주고 교감 발령을 지원하였고, 무주고 교감으로서 이찬규 교장을 1년 반 모셨다. 5년동안 주로 국사를 가르쳤으나 어느 해인가는 1학년 두개반의 도덕까지 가르친 일도 있었다.

 

  이리북중학교에 근무한 교사들로 친목계를 만들어 학교의 상징인 거북이를 이름으로거북회를 조직하였다. 김수영, 성길호, 이영삼, 이준엽, 채종석, 이봉희, 송창오, 이현복, 박종구, 최병은 선생, 그리고 나까지 11명이다. 김수영 선생님이 83세로 회장이시고 내가 현재 총무를 맡고 있는데 오늘 6시에 1월 월례모임이 있다. 금년 2월 말, 내가 정년퇴임하고 박종구 선생과 최병은 선생이 명예퇴임하고 나면 현역은 한 사람도 없게 된다. 이리북중학교 은퇴자 모임이 되는 셈이다. 언젠가 졸업생인 심춘호가 반가운 연락을 해온 적이 있다.

 

  동일지역, 동일학교에 6년간 근무가 가능하다. 하지만 장기순환근무자도 경우에 따라서는 가고 싶은 지역으로 가지 못하는 수가 있다는 말에 어차피 1년 후면 익산지역을 떠나야하니 하는 마음으로 내신을 냈더니만 덜컥 군산으로 발령이 났다. 왜 이때 다시 고등학교로 가거나 아니면 전주로 가거나 하지 않았는지 당시의 나의 소극적 자세와 태도에 대해 후회랄 것 까지는 아니지만 많이 반성하였다.

 

 

후기

 

1회 부회장인 고경태군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 블로그를 보았다면서 당시 은사들을 초대하고 싶다고 한다. 개교 30주년을 맞이하여 1회들이 정성을 모아 학교의 상징인 거북상을 새긴 교비를 제작하여 건립식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 거북회 회원 중 개교 첫해에 부임하여 6년을 근무하신 당시 교무부장이신 채종석 선생과 당시 체육부장이신 이영삼 교장, 2년후 부임하여 3학년 8반을 담임한 나와 당시 3학년을 가르친 송창오 선생이 반가운 마음으로 즐겁게 참석하였다. 10월 1일(개교기념일은 10월 2일) 비가 오는 관계로 제막식은 생략하고 강당에서 30주년 기념식이 거행되었고 우리 거북회 회장이신 채종석 선생이 축사를 하셨다.

사실 시골중학교가 아닌 시내의 중학교 졸업생들이 모교를 잊지 않고 동창회를 운영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첫 입학생들이라서 어설프게 막 개교한 학교인지라 운동장을 고르는 노력봉사까지 하던 추억이 있고, 1회 졸업생이라는 자부심이 있어서 그들의 모교 사랑이 각별하였다. 많은 경비를 들여 훌륭한 거북상을 제작하고 재학생들에게 작은 선물까지 준비한 제자들이 아주 대견하다.

담임 중에서는 오직 나만 참석한 것이 아쉽고 제자들에게 미안함이 크다. 김대길 교장은 분당에 사시는 관계로, 최규남 선생과 이현복 선생은 개인일로, 임래정 김진창 장인자 이경숙 선생은 연락이 잘 안되어서였다.         2015.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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