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록

한시(하루 한 수 365일)

청담(靑潭) 2016. 8. 22. 17:20

 

하루 한 수

漢詩

365일

이병한 엮음

궁 리

중문학 교수인 이병한 선생이 중국과 우리나라의 한시를 뽑아 계절에 맞추어 365수를 수록하였다. 매월마다 마음에 드는 시를 한 수씩만 골라 이곳에 기록한다.

 

 

3월

병중에 꽃을 꺾어 들고 술을 마시다

조선 이달(1539-1612)

꽃피는 시절에 병든 몸 문 굳게 닫아걸고

억지로 꽃가지 꺾어 술 마시며 시를 읊네.

서글퍼라 세월은 꿈속에서 지나가고

봄을 즐김에도 젊었을 적 마음 이제는 없네.

 

 

4월

임 기다리는 마음

조선 이옥봉(1544-1595)

오시겠다던 임 어찌 이리도 늦으시는고

Em락의 매화는 하마 꽃이 지는데

문득 가지 위에 까치 우는 소리 듣고

부질없이 거울 들여다보며 눈썹 그리네.

 

 

5월

산중문답

당 이백(701-762)

무엇 때문에 푸른 산에서 사느냐구요?

빙그레 웃고 답은 하지 않지만 마음 절로 한가하답니다.

복사꽃 두둥실 물에 떠 저만치 흘러가는데

여기가 바로 딴 세상 속세가 아니거든요.

 

 

6월

초여름

송 증공(1019-1083)

연못에 비 후드기더니 둑에 물 가득 차고

산 높고 낮은 데 길 동서로 비꼈네.

복숭아꽃 살구꽃 한바탕 피더니

어느덧 들녘이 온통 푸르네.

 

 

7월

전원으로 돌아가 살다

동진 도잠(365-427)

남산 아래 콩을 심었는데

풀이 무성하여 콩 싹이 드무네.

새벽에 일어나 검불 쳐내고

달 드잊고 괭이 메고 돌아오네.

길 좁은데 초목이 자라

저녁 이슬이 내 옷을 적시네.

옷이 좀 젖기로서니 아까워할 게 못되지만

바라는 일이나 어긋남이 없으면 좋겠네.

 

 

8월

칠월칠석

조선 이옥봉(1544-1595)

만나고 또 만나고 수없이 만나는데 걱정은 무슨 걱정

뜬구름 같은 우리 삶에 이별 있음과는 견 줄 것도 아니라네.

하늘 위에서는 아침저녁 만나는 것을

사람들은 일 년에 한 번이라고 호들갑을 떠네.

 

 

9월

국화 앞에서

조선 고의후(1569-?)

꽃 있고 술 없으면 한심스럽고

술 있고 친구 없으면 또한 딱한 일.

세상일 하염없으니 따질 것 무엇이랴?

꽃보고 술잔 들고 한바탕 노래나 부르세.

 

 

10월

부끄러운 반평생

고려 김부식(1075-1151)

속세 사람들은 오지도 않는 곳

오르고 보니 정신이 맑아지네.

산 모양은 가을 되니 더욱 좋고

강물 빛은 밤인데도 밝네.

흰 새는 높이 다 날아가고

외로이 돛단배 홀로 가벼이 떠가네.

부끄럽구나 달팽이 더듬이 위에서

반평생 공명 찾아 헤매었으니.

 

 

11월

1. 해질녘 강촌 풍경

송 대북고

강가의 지는 해 모래밭을 비추고

물 빠지나 고깃배 강 언덕에 걸쳐 있네.

흰 새 한 쌍 나란히 서 있다가

사람을 보고 놀라 푸드덕 갈대숲으로 드네.

 

2.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조선 김인후(1510-1560)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가고 옴에 정해진 곳이 없거늘

부질없이 일백 년 살 궁리는 왜 하는가?

 

 

12월

부질없는 욕망

당 석습득

사람이 뜬 구름 같은 세상에 태어나

저마다 부귀 누리며 살기를 바라네.

고대광실에 수레와 말도 많고

부르기만 하면 백 사람이 대답하고 달려오네.

남의 논밭이나 가옥 마구 집어 삼키고

후손에게 물려줄 생각까지 하네.

그러나 나이 일흔도 넘기지 못하고

얼음 녹듯 사라질 목숨인 것을.

 

 

1월

설날

송 왕안석(1021-1086)

폭죽 소리 요란한 가운데 새해가 오고

봄바람 따라 대지의 따스함이 술독에 스미네.

집집마다 눈부시게 햇살이 밝고

모두들 복숭아나무 부적을 새것으로 바꾸어 거네.

 

 

2월

입춘

당 나은(833-909)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만 가지 초목도 이날부터 싹이 튼다.

하늘 저 멀리 기러기 구름 제쳐 북으로 날고

물가에는 고기가 얼음위로 튀어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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