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폭염을 보내면서

청담(靑潭) 2016. 8. 28. 11:10

 

 

送暴炎頌

2016년 8월 28일 아침

아아! 그저께 8월 26일 새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보슬비가 내리며 드디어 여름은 끝이 났습니다. 그 길고 길었던 무더위는 저 멀리 떠나버렸습니다. 내내 함께 한 오랜 폭염이 하루아침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니 어쩐지 서운하고 허전합니다. 어제 기린회 모악산 등산은 땀도 별로 흘리지 않고 상쾌했습니다. 그저께 저녁, 두 달간 잠을 자던 응접실 강화마루 바닥에서 안방 침대로 원대복귀 하였습니다. 양드리는 어제부터 창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두 달 내내 하루 24시간 실외기온 37°C~28°C, 실내기온 32°C~29.5°C인 찜통 속에서 살다가 갑자기 실내온도가 26°가 되니 되게 춥답니다. 오늘 아침 9시 현재 지금 우리 익산지방 기온은 20°C, 창문을 죄다 열어젖히니 안방 기온은 23°까지 떨어집니다. 서재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나도 너무 차갑습니다. 문을 닫습니다.

 

금년 여름은 1994년 여름 이후 가장 더웠다고 합니다. 그 해는 우리 집에 에어컨이 없어 침대에서 자다가 등에 땀띠가 났었습니다. 삼성아파트 응접실은 모노륨이 깔려 있어 시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997년에야 에어컨을 구입했었습니다. 작년엔 에어컨을 아예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금년에도 참아볼까 했으나 불가항력이었습니다. 그런데 19년 된 에어컨이라서 신통치 않았습니다. 내년엔 에어컨을 교체해야 할 듯싶습니다. 

 

폭염주의보는 연이틀 33°C인 경우이고, 폭염특보는 연이틀 35°, 열대야는 25°C이상인 경우인데 폭염특보가 서울기준으로 24일, 열대야는 32일 발생했다고 합니다. 최고기온은 37°C로 기록을 경신하였다고 합니다. 8월 1일부터 25일까지 서울의 일평균 낮 최고기온은 34.34도를 나타냈고 이는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됐던 1994년의 같은 기간 평균 기온(32.6도)보다 무려 1.74도 높다고 합니다. 1907년 10월 서울에서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이랍니다. 기상 관측 역사상 지금까지 폭염이 가장 많았던 해는 1939년으로, 이 해 발생한 폭염일수는 43일이었답니다. 이후로는 1943년(42일), 1994년(29일), 1930년(24일) 등의 순입니다. 올해는 1930년과 함께 역대 4번째 폭염이 길었던 해가 된 것입니다.

 

경북지방의 살인적인 더위는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8월 13일 포항의 낮 최고기온이 39.3℃를 기록해 역대 최고기온인 1994년 8월 6일의 38.2℃를 경신했으며, 이외에도 영천 39.6℃(13일) · 경주 39.4℃(12일) · 영덕 38.6℃(13일) · 상주 37.2℃(8일)까지 치솟으면서 종전의 최고기온을 갈아치웠습니다. 우리 익산도 8월 4일 37.1°C를 기록하였습니다.

또 지난 12일 경산 하양의 무인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40.3℃를 기록,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역대 최고기온인 1942년 8월 1일 대구의 40℃를 뛰어넘기도 했다. 올해 폭염특보 발효일수는 영천 45일 · 대구 · 구미 43일 · 의성 42일 · 경주 40일 · 안동 39일 · 상주 37일 · 문경 36일 등입니다.

 

4월말에 유럽여행을 다녀 온 뒤 5월부터 3개월간 월 4회 교원대학교에 중등교장연수 협력위원으로 출장을 다녔습니다. 힘들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지루한 여름을 잘 견디게 하는 청량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7월과 8월에는 시골집으로 아침 6시에 출발해서 해피와 초코, 닭, 토끼, 잉어 밥을 주고 연못에 물을 대주기, 꽃밭과 잔디의 풀 제거와 물주기, 채소밭 물주기 등을 끝내고 8시 반까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낮 더위를 피한 것입니다. 그런 중에도 아버지께서 가꾸신 오이, 가지, 고추, 상추, 쑥갓, 부추, 아욱, 메밀, 참외, 수박, 호박까지 잘도 따다 먹었습니다. 여행은 일체 중단하고 각종 모임에만 참석하였습니다. 그러나 독서는 별로 하지 못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속에서 책을 읽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테니스장엔 얼씬도 하지 않았습니다. 문화원 서예교실만큼은 꼭 참석해서 시원한 에어컨 아래서 붓을 놀렸습니다. 은퇴 나이임에도 경제가 어려워 현장에서 일하시는 많은 실버들에게는 참으로 고통스런 여름이었을 것이니 미안한 마음으로 위로하고 격려해 드리고 싶습니다.

 

어제저녁 우리지방에서 개최되는 마한서예문인화대전에 출품한 양드리의 우수상 소식을 접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올 가을엔 왕성한 국내여행을 해 볼 들뜬 마음으로, 특별나게 우리를 힘들게 했던 여름을 보내면서 폭염에 대한 감회를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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