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가뭄송가

청담(靑潭) 2016. 9. 17. 17:53

가뭄送歌

 

 

어제 추석날은 작년 못지않게 상당히 무덥더니만, 어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오늘은 제법 신나게 내리고 있습니다. 정말 너무도 기분이 상쾌합니다. 오랫동안 답답했던 가슴이 터진듯  아주 후련합니다. 우리 전북지방에 내일까지 적어도 80mm는 온다하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너무나 기다리던 단비입니다. 제 14호 태풍 므란티가 우리나라를 비껴가면서 단비를 몰고 왔고, 제 16호 태풍인《말라카스》가 북상하고 있어 내일까지 조금 더 온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미 경남 일대는 100~200mm폭우로 피해가 큽니다. 타이완과 푸젠성에서는 태풍피해가 매우 커서 많은 걱정이 되고 있지만, 우리 군산과 익산 그리고 김제지방에는 흡족하지는 않지만 그 정도라도 비가 와주니 그나마 참으로 다행스런 일입니다. 

 

지난여름은 그저 무덥기만 해서 짜증이 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7월말쯤 어느 날엔가 굵은 비가 15분 정도 내리더니 이후 한 달 반 동안이나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내 생애를 더듬어 보아서 거의 기억이 없는 최고의 지독한 가뭄이었습니다.

조선시대 같으면 백성들이 굶어 죽는다고 祈雨祭를 열 번도 더 지낼 판이었습니다. 그런데 8월 중순 정도까지는 방송에서 가뭄에 대한 보도가 가끔씩 나오고 과일생산 농가에 대한 걱정을 하더니, 이후는 가뭄에 대한 보도가 거의 끊겼습니다. 이곳 익산을 중심으로 군산과 김제지역을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국지적인 비가 자주 내렸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지금은 전국의 모든 논이 모두 수리안전답이어서 벼농사에 물 걱정이 없고, 대단위 과수원이나 밭의 상업작물은 거의 다 관정을 파고 스프링 쿨러로 연일 물을 뿌리고 있기에 행정기관에서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

 

8월말이 되니 그 무성하던 나의 과일밭 풀들이 맥을 못 추며 시들어 가고 복분자와 과일나무들이 마르기 시작했습니다. 10년도 더 된 과일나무들이 죽어버리면 큰일입니다. 다행이 우리 과일밭에도 시골집에서 연결한 지하수가 있기에 그나마 나무들이 죽음을 면했습니다. 20여 일 동안 과일밭과 시골집 잔디밭에 내가 연일 몇 시간씩 물을 뿌려 댔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감나무의 감들이 대부분은 떨어져 버렸지만 그나마 붙어 있는 것들도 크다가 말아서 저들 본래 크기의 반쪽이 채 안됩니다. 마치 똘감인양 제대로 크지도 못한 감들이 그래도 가을이 왔다고 노랗게 익어 갑니다. 8월 중순과 9월 초순에 영등동 지역에는 10여분가량 소낙비가 지나갔지만 내가 사는 모현동과 김제 시골집은 모두 비껴가고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내 기억으로 이런 가뭄은 처음입니다. 오늘 비가 상당히 내려주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잔디밭과 과일밭에 물을 뿌리지 않아도 될 만큼은 내려주길 바라는 겁니다. 그런데 방금 보도를 보니 우리 지역은 내일까지 겨우 10mm 정도나 올 듯합니다. 그렇다면 또 기상청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모두 80mm 오기는 틀린듯 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내리는 비를 보면 가슴속이 후련합니다.

 

우리가 참 좋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지독한 가뭄이었지만 결코 굶어죽을 사람은 없습니다. 북한은 8월말 두만강 유역이 큰 홍수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습니다. 북한은 중국에는 손을 벌리지 않고 미국에 수해복구 지원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미국과 우리가 극구 반대하며 요청하는 핵실험과 유도탄 개발중지는 들은 체도 안하고 돈을 들여 추진하면서, 홍수피해가 크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손을 벌리는 저들이 가증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미국은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유도탄 발사를 중지시키기 위해 유엔을 중심으로 중국 러시아와 함께 대북한 제제조치를 시행중에 있으므로 선뜻 북한수재민 돕기를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발전을 돕는 것이 아니라 고난에 빠진 수재민들을 돕는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므로 우리나라가 먼저 지체 없이 전격적으로 대단위 지원을 시작해야 합니다. 제재와 지원 양면정책이야말로 전 세계와 북한 주민들을 감동시키며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최선의 대북정책임에도 오로지 대북제제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고집과 불통으로 일관하는 답답한 저 박대통령 참으로 한심합니다. 대선 때 지지자였던 제가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너무나 와주지 않는 비를 기다리며 힘들었던 지난여름 한 달반의 가뭄시기를 생각하면서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2016. 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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