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경제(山林經濟)
홍만선(洪萬選 1643-1715)
1666년(현종 7) 진사시에 합격하고, 1682년(숙종 8) 30세에 음보(蔭補)로 벼슬길에 올라 내직으로는 사옹원봉사(司饔院奉事), 한성부참군(漢城府參軍), 의금부도사, 공조의 좌랑·정랑, 익위(翊衛), 사옹원·사재감·장악원·사복시 등의 정(正)을 지냈다.
외직으로는 연원찰방, 함흥·대구 등지의 판관, 대흥·합천·고양·배천·단양 등지의 군수, 인천·부평의 부사, 상주목사 등을 거쳤다.
인망이 높고 문장이 뛰어났으며, 벼슬생활에서는 당대의 순량리(循良吏: 법을 지키면서 백성을 잘 다스리는 관리)로 꼽혔다. 당론(黨論)의 대립이 심하였던 당시 판단을 공정히 하여 많은 인사들이 그를 찾아 의견을 들었으며, 부족함이 없고 결점이 없는 선비라는 평을 받았다.
연로할 때 지은 『산림경제(山林經濟)』 4권은 대표적인 향촌경제서로서 사대부의 산림생활의 지침서가 될 뿐만 아니라 농업기술에 관한 한 18세기 이후 새로운 농서(農書) 발간에 기여가 컸다.
유형원(柳馨遠)과 동시대의 인물로서 주자학에 반기를 들고 실용후생(實用厚生)의 학풍을 일으켜 실학발전의 선구적 인물로 평가된다. 유중림(柳重臨)·서유구(徐有榘) 등 학자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산림경제 서(山林經濟序)
산림(山林)과 경제(經濟)는 길을 달리한다. 즉 산림은 벼슬하지 않고 초야에서 자신의 한몸만을 잘 지니려는 자가 즐겨하는 것이고 경제는 당세에 득의(得意)하여 벼슬하는 자가 행하는 것이다. 산림과 경제가 이같이 다르지만 공통된 점도 있다. 경(經)이란 서무(庶務)를 처리하는 것이고, 제(濟)란 널리 중생(衆生)을 구제하는 것이다. 조정에는 조정의 사업이 있으니 이것이 곧 조정의 경제이고, 산림에는 산림의 사업이 있으니 이것이 곧 산림의 경제이다. 그러니 처지는 비록 다르지만 경제인 점에서는 같은 것이다.
나의 종제(宗弟) 홍만선 사중보(洪萬選士中甫)는 박식하고 아결(雅潔)한 군자이다. 세상에서 모두들 공보(公輔 삼공과 사보(四輔), 즉 높은 관직)로 기대하였으나 끝내 공거(公居 과거)에 실패하였다. 이에 음직(蔭職)으로 여러 번 주군(州郡)을 맡아 다스렸는데, 그때마다 명성과 업적이 높았다. 그러나 이는 그가 본래 즐겨하는 바가 아니었으므로 마침내 스스로 산림(山林)에 묻혀 살 생각에서 이에 필요한 하나의 책을 집성(輯成)하여 이제 4권의 큰 책이 되었다. ...만일 사중(士中)이 조정에 들어가 이러한 경륜을 당세에 펴게 되었더라면, 이 나라 수천 리에 농사는 병들지 않고 누에는 말라 죽지 않으며 나무는 무성히 잘 자라고 곡식은 잘 되었을 것이다. 사람은 장수하고 약으로 해서 요사(夭死)를 면하며 가축은 번식하여 만물이 각기 마땅함을 얻게 되고, 사람의 음식과 기거가 어느 하나 마땅하지 않은 것이 없게 되어, 백성을 이롭게 하는 정치와 백성에게 유익한 길이라면 모두 다하여 조금도 유감이 없게 되었을 것이다.
이제 그가 이러한 경륜을 묶어서 산림에 나타내었으니 비록 궁달(窮達)과 대소의 차이는 있지만 이를 ‘경제’라 해서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벼슬하여 큰 부귀를 누리는 자라고 해서 반드시 모두 경제의 경륜을 지닌 것이 아닌데, 사중(士中)은 산림에서 홀로 경제를 자기의 임무로 삼아 노심 초사하여 이러한 책을 지었으니 아무런 공도 없이 녹이나 타먹는 자들과 비교할 때 어떻다 하랴. ... 이 책은 사람의 일상생활에 관계되어 실로 집집마다 간직해 마땅하다. 그러므로 지금 호남 관찰사로 있는 종인(宗人) 홍석보(洪錫輔)가 장차 이를 간행하여 널리 유포(流布)시키려 한다. 그 뜻이 매우 훌륭하므로 내 이에 간단히 서문을 써서 보낸다.
무술년(1718, 숙종44) 10월 상순에 종인(宗人) 풍산 후인(豐山后人) 홍만종 우해(洪萬宗于海 우해는 자)는 쓴다.
산림경제 제1권
서(序)
옛사람이 말하기를, “의향에 따라 꽃과 대를 심고 적성에 맞추어 새와 물고기를 기르는 것, 이것이 곧 산림경제(山林經濟)이다.” 했는데, 내가 그 말을 음미하고 뜻을 취해서 책 이름으로 삼는다.
복거(卜居 살만한 곳을 가려서 정함)
○대개 선비는 조정에 벼슬하지 아니하면 산림(山林)에 은퇴하는 것이다. 그러니 진실로 마련해 둔 한 뙈기의 땅과 몇 칸의 집이 없다면 어떻게 그 몸을 의지하여 생업(生業)을 편히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복축(卜築 터를 가려 집을 지음)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은 경솔하게 살 곳을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만약 전지를 다듬고 원포(園圃)를 만들어 꽃과 나무를 심어 놓은 뒤에 거기를 살 곳으로 정하지 않고,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간다면 많은 공력만 헛되게 허비한 결과이니, 어찌 아깝지 않겠는가. 그러니 반드시 그 풍기(風氣 지세(地勢)의 기운)가 모이고 전면(前面)과 배후(背後)가 안온(安穩)하게 생긴 곳을 가려서 영구한 계획을 삼아야 할 것이다
복거(卜居)
○왕면(王冕)이 구리산(九里山)에 은거하며 초가 삼간을 지어놓고 스스로 명제(命題)하기를 매화당(梅花堂)이라 하고, 매화 1천 그루를 심었는데, 복숭아와 살구가 반을 차지하였다. 토란 한 뙈기와 파ㆍ부추 각각 1백 포기를 심었으며, 물을 끌어다 못을 만들어 물고기 1천여 마리를 길렀다. 《명야사휘》
방실(房室)
사람이 자는 방은 마땅히 깨끗하게 해야 한다. 깨끗하면 영기(靈氣 신성한 기운)를 받지만 깨끗하지 못하면 고기(故氣 혼탁한 기운)를 받게 되는데, 고기가 사람의 집안을 어지럽히면 무엇이든 하는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신도 그러한 것이니, 마땅히 자주 목욕하여 깨끗이 해야 한다. 《거가필용》
섭생(攝生) : 양생(養生)과 같은 말이며 몸을 튼튼하게 하고 병이 생기지 않도록 일상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
섭생서
○복거(卜居)의 계획이 이미 성취되고 서신(棲身)할 장소가 대략 완성되었는데도 보양(保養)과 복식(服食)의 방법으로써 병을 물리치고 수명을 연장시킬 줄을 알지 못한다면 이는 바로 ‘가죽[皮]이 보존되지 못하는데, 털[毛]이 어떻게 부지하겠는가.’ 하는 경우와 같은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여유 있게 즐기면서 청복(淸福)을 누릴 수 있겠는가. 그래서 섭생(攝生)의 방법을 기록하여 제2편을 삼는다.
총론(總論)
○섭생(攝生)을 하려면 마땅히 육해(六害)를 먼저 제거해야 한다. 첫째 명리(名利)에 담박하고, 둘째 음악과 여색을 금하며, 셋째 화재(貨財)에 대하여 청렴하고, 넷째 맛있는 음식을 줄이며, 다섯째 허망된 생각을 버리고, 여섯째 질투하는 마음을 없애야 하는데, 이 여섯 가지가 존재한다면 양생하는 방법은 헛것으로 설치한 결과이니, 유익함을 볼 수 없다. 《수양총서》
심지(心志)를 기름
○사람의 정신은 맑음을 좋아하는데 마음이 이를 뒤흔들고, 사람의 마음은 고요함을 좋아하는데 물욕이 이를 끌어낸다. 그러니 항상 물욕을 몰아내면 마음은 절로 고요해지고, 마음을 맑게 하면 정신은 절로 맑아진다. 《도서전집》
○부인은 굳이 예쁠 필요는 없다. 다만 나이 적고 아직 젖을 먹이지 않았으며, 살이 오동포동하면 유익하다. 만약 머리털이 가늘고 눈동자의 흑백(黑白)이 분명하며, 몸놀림이 부드럽고 뼈대가 연약하여 크지 않으며, 살갗이 매끄럽고 말소리가 온화하면 또한 유익하다. 《수양총서》
기욕(嗜慾)을 줄임
○성교를 함에 있어서 금기하는 때가 11가지인데, 추위와 더위를 무릅쓰고 한다던가, 배부를 때, 취했을 때, 기쁨과 노여움이 가라앉지 않았을 때, 질병이 회복되지 않았을 때, 먼 길을 걸어 피로에 지쳤을 때, 범필(犯蹕 임금이 행차하는 길을 범함)하고 출행(出行)했을 때, 대소변을 금방 보았을 때, 새로 목욕을 한 뒤와 여인의 월조(月潮 생리기간) 중, 그리고 정이 없으면서 억지로 하는 것은 모두 사람으로 하여금 신기(神氣)가 혼몽해지고 심력(心力)이 부족해지며, 사체가 파리해져서 온갖 병이 생기게 하는 것이니, 특히 그러한 점에 삼가야 한다. 《수양총서》
음식을 조절함
○어떤 노인이 90여 세가 되었는데도 식성이나 기운이 소년(少年) 같았다. 음식을 먹는 방법을 물었더니, 대답하기를,
“음식을 먹을 때는 모름지기 잘게 씹어서 조금씩 삼키며 진액(津液)과 함께 넘겨 보내야 영양분이 비장(脾腸)에 흩어져 화색이 살결에 충만하게 된다. 만약 거칠게 먹으며 쾌락만 일삼으면 찌꺼기로 장위(腸胃)만 채울 뿐이다.”
하였다. 또 한 노인이 말하기를,
“한평생 음식을 대할 때 그 반만 먹고 늘 ‘부족하구나.’ 하는 마음이 들도록 먹는 것도 섭양(攝養)하는 요법이다.”
하였다. 《공여일록》
신체(身體)를 보전함
○칫솔[刷牙子]을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칫솔은 말꼬리로 많이 만드는데, 말꼬리는 치근(齒根)을 썩게 한다. 《수양총서》
기거(起居)를 조심함
○장정로(張廷老)가 70여 세가 되었는데도, 걷고 달리고 굽히고 일어남이 매우 건장하였다. 스스로 말하기를,
“일찍 일어나서 반드시 수십 번 절을 한다.”
하였는데, 노인은 기혈(氣血)이 많이 적체(積滯)되므로 절을 하게 되면 지체를 굴신(屈伸)하여 기혈(氣血)이 유창하게 되어 종신토록 수족의 병이 없게 될 수 있다. 《수양총서》
도인(導引)
○섭생도인편(攝生導引篇)에 이런 말이 있다.
“도인(導引)하는 요법(要法)에는 16조항이 있다. 항상 밤중이나 평조(平朝)에 일어나려고 할 때에 먼저 눈을 감고 악고(握固)를 하며, 마음에 잡념을 버리고 단정하게 앉아서 이를 36번 마주친다.
그리고는 양쪽 손으로 목을 감싸고서 좌우로 24번을 돌린다.
다음은 두 손을 깍지끼고 허공으로 하늘을 치며, 손을 올려서 목을 24번 주무른다.
다음은 양쪽 손 한복판으로 양쪽 귀를 막고 둘째 손가락으로 셋째 손가락을 누르면서 뇌(腦)의 뒷부분을 24번 퉁긴다.
다음은 양손을 서로 잡고서 왼쪽 무릎을 주무를 때는 왼쪽으로 몸을 비틀고 오른쪽 무릎을 주무를 때는 오른쪽으로 몸을 비트는데 24번을 반복한다.
다음은 양손으로 하나는 앞으로 향하고 하나는 뒤로 향하기를 마치 5석궁(石弓)을 당기는 시늉을 하는데 24번을 반복한다.
다음은 큰대자[大]로 앉아 양쪽 손을 펴서 목의 좌우를 꼬면서 어깨와 팔을 돌아보는데 24번을 반복한다.
다음은 양손을 악고(握固)하고 아울러 양쪽 늑골(肋骨)을 받치고서 양쪽 어깨를 24번 흔든다.
다음은 양쪽 손으로 교대하며 팔과 어깨를 두드리고, 다시 등에서 허리와 다리까지 24번 두드린다.
다음은 큰대자로 앉아서 몸을 비스듬히 기대고 양쪽 손을 함께 위로 향하여 마치 하늘을 물리치는 듯한 시늉을 24번 한다.
다음은 큰대자로 앉아서 다리를 뻗고 양쪽 손을 앞으로 향하여 머리를 숙이며 발을 12번 더위잡는다. 그리고 뻗었던 다리를 오그려서 무릎 위에 구부려 놓고 24번 문지른다.
다음은 양쪽 손으로 땅을 집고서 몸을 움츠리고 등을 굽혀 13번을 위로 향해 든다.
다음은 일어서서 천천히 걸으며 양쪽 손은 악고(握固)를 하고, 왼발을 앞으로 내디딜 때는 왼손은 흔들면서 앞으로 향하고 오른손은 흔들면서 뒤로 향하며, 오른발을 앞으로 내디딜 때는 오른손은 흔들면서 앞으로 향하고 왼손은 흔들면서 뒤로 향하는데, 24번 반복한다.
다음은 손을 등 위로 마주 잡고서 천천히 돌리기를 24번 반복(反復)한다.
다음은 발을 서로 꼬면서 앞으로 10여 보 나간다.
다음은 높게 앉아 넓적다리를 펴고 두 발을 꼬면서 안으로 향했다가 다시 꼬면서 밖으로 향하기를 24번 반복한다.
이 16절(節)을 다 끝마치고는 다시 단정하게 앉아 눈을 감고 악고(握固)를 한다. 그리고 잡념을 버리고 혀로는 윗잇몸을 받치고 이를 놀려서 입 가득히 침이 생기게 하여 36번을 꿀꺽꿀꺽 소리가 나게 입 안을 가신 다음 삼키고, 다시 기(氣)를 가두고 정신을 집중시켜 단전(丹田)의 화기(火氣)가 아래에서 올라가 온몸을 태워 안과 밖이 훈훈하게 더워진 다음에 그친다. 하루에 한두 차례씩 이렇게 하여 오래 하면 신체가 건강해지고 몸이 가벼워지며, 온갖 사기(邪氣)가 물러가고, 달리거나 말을 타도 다시는 피로해지지 않는다.” 《수양총서》
구선도인결(臞仙導引訣)
○소씨양생결(蘇氏養生訣)에,
“밤마다 평상 위에서 이불을 안고 책상다리를 하고서 동쪽이나 남쪽을 향하여 이를 36번 마주친다. 그리고 악고(握固)를 하고 잡념을 버리고서 양손으로 허리와 배 사이를 버티고, 숨을 가두고 정신을 집중시키면 더운 불기운이 환하게 단전(丹田)으로 통해 들어가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배가 가득하고 기운이 꽉 차기를 기다려서 서서히 기운을 토해내되 귀에 들리지 않게 한다. 다음은 혀로 이를 문질러 입 가득히 화지수(華池水 혀 밑에서 솟는 침)를 모아서 머리를 숙이고 단전으로 내려보내되 정밀하고 힘차게 내려가도록 마음을 써서, 꼴꼴 소리가 나며 단전까지 다 내려가면 다시 앞의 방법대로 한다. 무릇 9번 숨을 가두고 3번 숨을 삼킨 다음 그치는데, 그리고 나서 두 손을 비벼 뜨겁게 해서, 양쪽 발의 중심과 허리의 양쪽을 문지르되 모두 뜨거운 기운이 통하게 한다. 다음은 양손을 비벼 뜨겁게 해서, 눈과 얼굴, 귀와 목을 모두 극도로 뜨겁게 하고, 이어 콧등 좌우를 70번 문지르고 머리에 빗질을 1백여 번 하고 누워서 날이 밝을 때까지 푹 잔다.”
하였다. 《수양총서》
복식(服食)
○구기자(枸杞子)는, 봄과 여름에는 잎을 채취하고 가을에는 줄기와 열매를 채취하여 줄기는 마땅히 굳은 껍데기를 쓴다.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기운이 더해진다. 《본초》
치농(治農)
치농서
○백성은 양식을 하늘처럼 여기고, 양식은 농사를 짓는 것이 급선무이니, 농사는 진실로 백성의 일 중에 큰 근본이 되는 일이다. 무릇 사람들이 이미 살 곳을 정하고 나면 형편대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농사란 업(業)은 또한 묘리(妙理)가 있는 법이니, 반드시 지역을 고찰하여 종자를 심되, 건조한 곳에 마땅한 것과 습한 곳에 마땅한 것을 맞추어 심고, 철이 이른 것과 늦은 것도 맞추어서 심어야 바야흐로 이익을 내어 생활을 의존할 수 있다.
치포(治圃)
치포서
○곡식이 잘 되지 못하는 것을 기(飢)라 하고 채소가 잘 되지 못하는 것을 근(饉)이라 하니, 오곡 이외에는 채소가 또한 중요하다. 하물며 농가는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고기 반찬을 해 먹기 어려우니, 마땅히 거주하는 곳 근방에다 남새밭을 만들고 채소를 심어 일상의 반찬을 해야 한다. 이러기에 남새밭을 가꾸는 방법을 기록하여 제4편을 삼는다.
버섯 양식하는 법[生蕈菌法]
○느릅나무ㆍ버드나무ㆍ뽕나무ㆍ회나무ㆍ닥나무는 버섯이 나는 다섯 가지 나무다. 장죽(漿粥)을 끓여 나무 위에 붓고 풀로 덮어 놓으면 곧 버섯이 난다. 《속방》
썩은 나무나 잎을 가져다 땅 속에 묻어놓고 늘 쌀뜨물을 주어, 2~3일 젖어 있도록 하면 곧 버섯이 난다. 본디 썩은 나무는 사람에게 해롭지 않은 것이다. 《신은지》
또, 잘 친 이랑 속에 썩은 거름을 붓고, 썩은 나무를 가져다 6~7치 길이로 끊어서 부수어, 채소를 심는 방법처럼 이랑 속에 고루 깔고 흙을 덮고서 물을 주어 늘 축축하게 하다가, 만일 처음으로 자잘한 버섯이 나면 즉시 끊어버리고 이튿날 아침에도 나가서 또한 끊어버리면, 세 차례째 나는 것은 매우 크기도 하고, 거두어다 해먹어 보면 더없이 좋다. 《신은지》
소나무ㆍ팽나무[彭木]ㆍ참나무에서 나는 버섯도 독이 없다. 《신은지》
산림경제 제2권
종수(種樹)
종수서
○옛말에 ‘10년 계획으로 나무를 심는다.’는 말이 있다. 지역에 따라 그곳에 알맞는 나무를 많이 심으면 봄에는 꽃을 볼 수 있고 여름에는 그늘을 즐길 수 있으며, 가을에는 열매를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재목이 되고 기기(機器)가 되니 모두 자산(資産)을 늘리는 방법이다. 그리하여 옛사람들도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을 중히 여겼던 것이다.
종수(種樹)
○모든 나무의 뿌리는 편안하게 뻗기를 원하고 배토(培土)는 평평하기를 바라며 토양(土壤)은 원래 서 있던 곳과 같기를 원하고 구덩이는 단단히 메워지기를 바라므로, 이미 바라는 대로 옮겨 심었다면 움직이지 말고 미련둘 것도 없이 돌아가 다시 뒤돌아보지 말아야 한다. 모종은 어린 자식 다루듯 하되 버린 듯 놓아두면 타고난 천성대로 저절로 자란다. 《유종원문》
소나무와 잣나무[松柏]
○작은 소나무라도 옮겨 심을 때는 흙을 붙여 캐야 한다. 만일 손으로 뽑으면 살리기 어렵다. 《문견방》
양화(養花)
양화서
○황량한 들판이나 적막한 물가에서 벗이 없어 정 붙일 곳이 없다면 꽃을 가꾸고 대나무를 재배하는 것도 세월을 보내는 한 가지 방법이다. 그러나 재배하는 기술과 갈무리하는 방법을 몰라 습(濕)하게 취급해야 할 것을 건조하게 하고 찬 곳에 두어야 할 것을 따스한 곳으로 옮기는 등 타고난 천성을 거스른다면 그것들은 종내 오그라들어 말라 죽게 될 뿐이다.
노송(老松)
○가운데 큰 직근(直根)을 자르고 사방 옆으로 뻗은 수근(鬚根)만 남겨두면 반송[偃蹇 나무가 곧게 크지 않고 가지들이 전부 옆으로 누워 구부러지고 나무 위가 평면꼴을 이루는 것]이 되지 않는 것이 없다. 춘사(春社 입춘 뒤 5번째 술일(戌日)) 전에 흙을 붙여[帶土 뿌리돌림] 옮겨 심으면 백이면 백주가 다 산다. 이때를 놓치면 결코 살릴 도리가 없다. 《거가필용》 《신은지》 《사시찬요》 《양화소록》
괴석(怪石)
○ 옛날 시에 보면 괴석은 다 호수나 바다에서 산출되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완상(玩賞)되는 것은 다 산에서 파낸 것이다.
○수락산(水落山)에서 산출되었다는 괴석봉(怪石峯)은 돌 질이 굳으면서도 물을 빨아 올리는데 빛깔은 검푸르다. 《문견방》
양잠(養蠶)
양잠서
○배고프면 밥을 먹고 추우면 옷을 입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서는 같은 일이다. 누에가 없다면 옷을 만들어 입을 수 없기 때문에 선비의 집이거나 일반 백성의 집을 막론하고 양잠을 중히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잠종(蠶種)을 선택하고, 누에를 쓸고[下蟻], 잠박을 나누고[分擡], 뽕을 먹일[飼葉] 때에 금기(禁忌) 사항을 피하지 않거나 사육 규칙을 잘 지키지 않으면 노력과 공은 배나 들어도 고치의 수확은 많지 않다.
목양(牧養)
목양서
○이미 거처를 정했으면 반드시 항산(恒産)이 있어야 하니, 목축(牧畜)하는 일 역시 하찮게 여길 일이 아니다. 소로 밭갈이를 하고, 말은 물건을 실어나르며, 양ㆍ돼지ㆍ닭ㆍ물고기 등은 제수(祭需)로 쓰고 노인을 봉양하며, 학ㆍ사슴ㆍ계(鸂 물새의 일종)ㆍ원(䲮 새의 일종) 등은 친구삼아 무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닭 기르기[養鷄]
○널찍한 정원을 마련하여 사방에 한 길[丈] 높이의 담장을 치고 위는 가시로 막고 정원 중간에 담을 쳐서 좌원(左園)과 우원(右園)으로 나눈다. 그리고 원내(園內)에 사방 1장 5척 가량의 닭집 하나씩을 만들되, 그 밑에 둥우리를 매달아 《한정록》에는 “담장 안 동ㆍ서ㆍ남ㆍ북에 각각 큰 닭장을 지어 놓는다.” 하였다. 닭이 자고 알을 품도록 한다. 2월 경에는 먼저 좌원(左園) 안의 땅을 잘 갈고 차조[秫]로 죽을 쑤어 뿌린 뒤 풀로 덮어 두면 2일 만에 구더기가 생긴다. 여기에 암탉 20마리와 수탉 5마리를 방목한다. 좌원의 것을 다 파먹고 나면 다시 우원(右園)으로 몰아넣는데, 여기에도 차조로 죽을 끓여 위와 같이 한다면 닭이 저절로 살이 찐다. 속방(俗方)에 “곡식의 겨를 담장 안에 많이 방치하고 물을 뿌려 습하게 해주면 구더기가 저절로 생겨 닭이 파먹는다.” 하였다. 《거가필용》 《신은지》 《한정록》
○닭장 주위에 수수[蜀黍]를 심어 그늘을 만들어 주고, 가을이 되어 수수가 익으면 그것을 수확하여 닭에게 먹이면 닭이 쉽게 자라고 잘 살찐다. 《한정록》
물고기 기르기[養魚]
○금붕어를 기르는 데는 경치가 아름다워야 한다. 초당(草堂) 후원 창문 아래에 연못을 만들면 토기(土氣)가 자연 물과 서로 조화되고, 부평(浮萍)이나 행채(荇菜 수초(水草)의 이름) 같은 수초도 자연 무성하므로 물고기가 이 같은 수토(水土)의 자연을 얻어 부평초 사이를 헤엄쳐다니면서 수면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은 참으로 볼만한 광경이다. 못 가운데 1~2개의 석산(石山)을 만든 뒤에 바위 밑뿌리에는 석창포(石菖蒲)를, 바위 위에는 전포(錢蒲 석창포의 일종)를, 석산 위에는 송(松)ㆍ죽(竹)ㆍ매(梅)ㆍ난(蘭) 등 여러 가지를 심어 놓으면 이는 바로 완연한 하나의 봉래도(蓬萊島 중국에서 신선이 살고 있다는 가상적인 섬)이다. 먹이로는 기름이나 염기(鹽氣)가 없는 증병(蒸餠)을 주는데, 먹이를 줄 때마다 창문을 두들겨 소리를 내면서 준다. 이 소리를 오래도록 들어 익숙해지면 손[客]이 내방하여 문을 두드릴 적에도 물고기가 스스로 물 밖으로 나올 것이니, 이 또한 한때 완상할 만한 광경이다. 《신은지》
치선(治膳)
치선서
○밭을 가꾸고 실과를 심고 가축을 치고 물고기를 기르고 하는 것은, 실로 시골 살림에서 없어서는 안 될 것이며, 실과를 갈무리하고 남새를 햇볕에 말리고 생선이나 고기를 찌거나 익힌다든지 차를 달이고 술을 빚고 초를 빚으며, 장 담그는 일 같은 것은 저마다 방법이 있고 일용(日用)에 요긴하지 않은 것이 없으므로, 이에 반찬 만드는 법을 적어서 제9편을 삼는다.
정과 만드는 법[蜜煎果子法]
○백매 정과는, 먼저 끓는 물로 백매육(白梅肉)을 데쳐 식을 때까지 담갔다가, 물기를 빠지게 하여 달인 꿀에 담가 앞의 방법과 같이 한다. 《거가필용》
○청매ㆍ청행 정과는, 청매(靑梅)와 풋살구[靑杏]를 쪼개어 껍질을 벗기고, 고운 동록가루[銅靑末]를 구리그릇 안에 골고루 뿌려 녹색이 된 뒤에야 생꿀[生蜜]에 담는다. 다만 신 맛이 돌거든 곧 꿀을 갈되, 3~5번쯤 갈면, 자연히 다시는 시어지지 않아 오래 둘 만하다. 동록은 얼마라도 상관없으나, 다만 골고루 뿌리기만 하면 된다. 《거가필용》 《신은지》
○살구 정과는, 살구 1백개를 소금 반 근에 절였다가 사흘 만에 꺼내어 볕에 반쯤 말려, 냉수에 씻어서 볕에 말려 씨를 빼고, 끓인 꿀 3근에 담갔다가 꿀이 마를 때까지 볕에 말린다. 《신은지》
○복숭아 정과는, 복숭아 1백개를 껍질을 벗기고 씨를 발라서 쪽쪽이 저며, 먼저 꿀에 졸여 신 물을 뺀 뒤에, 딴 꿀로 졸여 건져서 말려 차게 둔다. 《신은지》
○앵두 정과는, 앵두를 4월에 따서 씨를 발라 꿀 반 근을 은이나 돌그릇에 담아 뭉근한 불로 졸여 물기를 빼고 말려서, 다시 꿀 2근을 넣고 뭉근한 불로 호박빛이 될 때까지 졸여 자기그릇에 내어 갈무리해 둔다. 《신은지》
○모과(木瓜) 정과는, 모과를 우선 꿀 3근 혹은 4~5근을 사기나 돌 또는 은그릇에 넣고 뭉근한 불로 졸여 걸러둔다. 다음에 모과 껍질을 벗기고 씨를 도려내어, 말쑥한 살만 1근을 사방 1치쯤 되게 얇게 저며 꿀에 넣어 졸이되, 거품이 일어나거든 바로바로 걷어내어, 두어 시간 졸인다. 맛을 보아 신맛이 나거든 꿀을 넣되 알맞게 새콤달콤하도록 한다. 수저로 떠서 찬그릇에 내어, 식거든 다시 떠내어 그 꿀이 실같이 끓어지지 않을 정도로 되게 졸인다. 이때 만약 불이 괄면 눋고 맛 또한 좋지 않으니, 뭉근한 불이라야만 좋다. 《거가필용》
○생강 정과[煎薑]는, 사일(社日) 전에 캔 연한 햇생강 2근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다음 소금에 절이지 말고 팔팔 끓는 물로 데쳐 숨을 죽여 건져내어 말린다. 백반(白礬) 1냥 반을 빻아서 팔팔 끓여 하룻밤 재운 물에 생강을 2~3일쯤 담갔다가 건져내어 다시 물기를 빼고 꿀 2근을 잠깐 한 번 끓여내어 식혀서 자기(磁器) 그릇에 꿀에 졸인 생강을 넣고 열흘이나 보금에 한 번씩 꿀을 두 차례 갈아 준다. 《거가필용》 《신은지》
○죽순 정과[煎筍]는, 동짓달에 딴 죽순 10근을 껍질째 7부쯤 익혀, 껍질을 벗겨내고 아무렇게나 썰어, 꿀 반 근에 한참 담갔다가 건져내어 물기가 걷힌 뒤 꿀 3근을 끓여 찌꺼기를 걸러내고 거기에 술을 넣어 반죽하여 자기그릇에 저장하면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는다. 《거가필용》 《신은지》
○도라지 정과[煎桔梗]는, 2월에 고르고 큰 것을 가려 쌀뜨물에 담갔다가 껍질과 무른 것은 버리고 우물물에 삶아 내어 꿀 4냥을 넣어 뭉근한 불로 꿀이 없어질 때까지 졸인다. 다시 꿀 반 근에 담갔다가 햇볕에 꿀이 마를 때까지 말려서 자기그릇에 저장하되, 다시 달인 꿀을 더 친다. 《신은지》
산림경제 제3권
구급(救急)
구급서
○산골에 살다보면 성읍과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고질로 오래 앓는 병이면 의원에게 찾아가 진찰을 받아 침을 맞거나 약을 먹을 수도 있지만, 만약 갑자기 급한 병을 만나게 되면 손을 쓸 수가 없어서 끝내 요절하게 되는 자가 많다.
동사(凍死)
○얼어 죽어서 사지(四肢)가 빳빳해지고 구금(口噤 입을 열지 못하는 증세)이 되어 미기(微氣)만 있는 자는, 큰 솥에 재를 볶아 뜨겁게 만들어서 포대에 담아 가슴을 눌러주되 식으면 뜨거운 것으로 갈아준다. 그리하여 입이 열리고 기(氣)가 나온 다음에 따뜻한 죽물이나 따뜻한 술이나 생강탕을 조금씩 먹여 주면 즉시 깨어난다. 만약 먼저 심장을 따뜻하게 해주지 않고 갑자기 불로 뜸을 뜨면 냉기(冷氣)가 화기(火氣)와 충돌하게 되어 반드시 죽는다. 《동의보감》
졸사(猝死)
○무릇 폭망(暴亡)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어야 구제할 수 있다. 비록 기(氣)가 끊어지고 사지(四肢)가 식었더라도 만약 가슴과 배가 따뜻하고 코가 조금 따뜻하며 눈 속의 신채(神彩)가 구르지 않거나 입 속에 침이 없으며 혀와 고환이 줄어들지 않은 사람은 모두 살릴 수 있다. 《동의보감》
곽란(霍亂)
○한전(寒戰)이 들고 열이 심하며,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우며, 가슴과 배가 아파서 참을 수 없는 증세이다. 토하지도 사(瀉)하지도 못하는 것을 일러 건곽란(乾霍亂)이라 하고, 토사(吐瀉)가 그치지 않는 것을 일러 습곽란(濕霍亂)이라 한다. 그러므로 건곽란은 토사시키는 것을 위주로 한다. 소금 1냥, 생강절(生薑切) 반 냥을 함께 변색(變色)되도록 볶아서 동뇨(童尿) 2잔에 함께 달여 1잔쯤 되거든 두 차례로 나누어 먹이면 토하(吐下)되어 즉시 낫는다.
○습곽란(濕霍亂)은 토사가 그치지 않는 것이다. 향유(香薷)ㆍ임금(林檎) 빛이 푸른 것 을 달여 먹이면 좋다. 노구솥[鍋] 밑의 그을음을 채취하여 2전을 백비탕 1잔에 넣어 급히 흔들어서 먹이면 토사가 즉시 그친다. 또 생강 5냥을 반으로 갈라 똥[屎] 1되에 넣어 함께 달여 즙을 짜서 먹이면 즉시 효력을 본다. 《동의보감》
구황(救荒)
구황서
○기황(飢荒)은 상고(上古)시대에도 때로는 있었던 것이고 보면, 숙세(叔世 말세와 같음)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한편 가뭄이 들어 농토에 수확이 줄면 굶주려 부황(浮黃)으로 죽어서 구학(溝壑)에 뒹구는 신세가 되지 않을 사람이 거의 드물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 구제할 방책을 세우지 않고,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릴 수 있겠는가? 또 굶주린 나머지 음식에 적당함을 잃으면 비록 살아나도 반드시 병들게 될 것이니, 더욱더 삼가야 한다. 이에 이 구황(救荒)의 방법을 기록하고, 겸하여 곡식을 끊는[斷穀] 모든 약(藥)을 채택하였으며, 추위를 물리치는 방법[辟寒法]을 붙여서 제11편을 삼는다.
구황
○굶주려 피곤해서 죽게 된 사람을 구활하는 방법은, 굶주려 피곤해서 죽게 된 사람에게 갑자기 밥을 먹이거나, 뜨거운 음식물을 먹게 하면 반드시 죽게 된다. 그럴 때는 먼저 장즙(醬汁 간장)을 물에 타서 마시게 한 다음에 식은 죽[涼粥]을 주고 그가 소생하기를 기다려서 점점 죽(粥)과 밥[食]을 주어야 한다. 《구황촬요》 《고사촬요》
벽온(辟瘟)
벽온서
○때의 기후[時氣]가 조화(調和)를 상실하면 해마다 온역(瘟疫)이 치성(熾盛)하게 된다. 그리하여 간혹 온 집안과 온 마을이 서로 전염이 되는데 아주 위험하고 두려운 일이다. 그리하여 혹은 그에 대한 예방으로 부적(符籍)이나 예방물을 차고 다니기도 하고 먹기도 하며, 불에 태우기도 하고 문 위에 붙이기도 하여 무릇 예방할 만한 것은 다 상고하여 행해야 한다. 그리고 온귀(瘟鬼)가 있는 곳에도 의당 살펴서 출입해야 한다. 이에 이 벽온(辟瘟)의 방법을 기록하여 제12편을 삼는다.
벽온
○역병(疫病)을 앓는 집에 들어갈 때에는 먼저 문(門)을 열어놓고 큰 노구솥에 물 2말을 담아 당(堂) 중심(中心)에 놓은 다음 소합원(蘇合元) 20알을 달이게 하면 그 향기가 역기(疫氣)를 물리친다. 그리고 병자(病者)와 의자(醫者)가 각각 한 그릇씩 마신 뒤에 들어가 진찰하면 서로 전염되지 않는다. 《동의보감》 《고사촬요》
벽충(辟蟲)
벽충서
○산골은 성시(城市)와 달리 그 처지(處地)가 궁벽하고 누추하며 숲이 우거져 있기 때문에 사갈(蛇蝎)ㆍ문망(蚊蝱)ㆍ조슬(蚤虱) 등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들이 매우 많으니 어찌 두렵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예방의 글자를 써 붙이거나 약을 휴대하기도 하고, 훈약(薰藥)을 태우거나 자리에 깔거나 뿌리기도 하는데, 모두 그 피해를 제거할 수 있다. 이에 벽충(辟蟲)하는 방법을 기록하여 제13편을 삼는다.
벽충
○의백(衣帛 옷과 비단)의 좀벌레를 물리치는 방법은, 단오일(端午日)에 상추잎[萵苣葉]을 채취하여 궤(櫃) 속에 넣어두면 좀벌레가 생기지 않는다. 《신은지》
산림경제 제4권
치약(治藥)
치약서
○질병(疾病)이 생기는 것은 사람마다 면할 수 없으므로 약(藥)은 없을 수 없는 것이요, 그 중에도 향촌(鄕村)에서는 더욱 절실한 문제이다.
각 지방에서 생산되는 약재가 많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사람들이 미리 재배하여 저장해 두고서 불시의 수용(需用)에 대비하지 않다가, 병이 들어 약을 써야 할 때에 이르러서야 급작스레 찾게 되니, 이것은 7년 병에 3년된 약쑥을 구하는 것과 같다.
치약
○조양(調養)을 잘하는 사람은 약을 사용하여 부지(扶持)하게 된다. 그리고 산중(山中)에서 생산되는 모든 약은 화엽(花葉)이 있을 때에 알 수 있으니, 그 밑에 표시해 놓았다가 가을과 겨울이 되면 포전(圃田) 안에 옮겨 심고 각각 목패(木牌)를 만들어 세우고 이름을 써서 표시해 놓아 불시의 사용에 대비해야 한다. 《신은지》
명칭 : 맥아(麥芽) 엿기름, 의이인(薏苡仁) 율무, 마자(麻子) 삼씨, 복분자(覆盆子) 나무딸기, 산수유(山茱萸) 석조(石棗), 사삼(沙蔘) 더덕, 촉규(蜀葵) 접시꽃, 사과(絲瓜) 수세미, 사삼(沙蔘) 더덕, 길경(桔梗) 도라지, 제채(薺菜) 냉이, 인삼(人蔘) 신초(神草), 지황(地黃) 변(芐) 또는 지수(地髓), 오미자(五味子) 피육(皮肉), 결명자(決明子) 초결명. 환동자(還瞳子), 우슬(牛膝) 쇠무릎지기, 당귀(當歸) 승검초 뿌리, 천궁(川芎) 궁궁이, 산약(山藥) 마. 산우(山芋)또는 서여(薯蕷), 황기(黃芪) 단너삼 뿌리, 훤초(萱草) 원추리, 홍화(紅花) 잇꽃, 작약(芍藥) 함박꽃 뿌리, 갈근(葛根) 칡뿌리, 익모초(益母草) 암눈비앗. 야천마(野天麻), 인동(忍冬) 겨우살이덩굴, 천마(天麻) 수자해좆. 바로 적전(赤箭)의 뿌리, 울금(鬱金) 심황, 길경(桔梗) 도라지, 봉선화(鳳仙花) 금봉화(金鳳花), 맥문동(麥門冬) 겨우살이 뿌리, 즉어(鯽魚) 붕어. 부어(鮒魚), 여어(蠡魚) 가물치. 동어(鮦魚)또는 예어(鱧魚), 만여어(鰻鱺魚) 뱀장어, 모려(牡蠣) 굴조개, 귀갑(龜甲) 남생이의 등껍질. 신옥(神屋), 섬여(蟾蜍) 두꺼비, 작육(雀肉) 참새, 웅담(熊膽) 곰의 쓸개, 녹용(鹿茸) 사슴의 갓난 뿔, 녹각(鹿角)은 사슴의 뿔
하수오(何首烏)
관동(關東)에서는 은조롱이라 하고 해서(海西)에서는 새박뿌리라한다. 본명(本名)은 야교등(夜交藤)인데 구진등(九眞藤)이라고도 한다.
방풍(防風) 방풍나물 뿌리
싹은 나물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입맛이 상쾌하고 풍질(風疾)을 없애준다. 《신은지》
복령(茯苓)
○소나무는 베고 나면 다시 싹이 나오지 않으나 그 뿌리는 죽지 않고 진액(津液) 이 아래로 흘러내리므로 복령이 생긴다. 《의학입문》
생강(生薑)
○항상 씹어도 좋으나 많이는 먹지 말아야 하며 밤에는 먹지 말아야 한다. 8~9월에 많이 먹으면 봄에 가서 눈병을 앓게 되며, 수명을 손상하고 근력(筋力) 이 줄게 된다. 《증류본초》
박하(薄荷)
○포전(圃田)에 모종하여 심는다. 생으로 씹을 만하며 또한 나물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여름과 가을에 줄기와 잎을 채취하여 볕에 말려 약에 넣는다. 《증류본초》
사향(麝香)
○사향노루의 배꼽, 사(麝)는 세 종류가 있다. 제 1의 것은 향사(香麝)가 새끼를 낳으면 추운 계절에 이르러 향이 가득해지는데, 봄에 접어들면서 급박스럽게 아프므로 발톱으로 긁어 떼내 버린다. 그러면 그것이 떨어진 근처에는 풀과 나무가 모두 누렇게 탄다. 때문에 이것은 아주 얻기가 어렵다. 그 다음은 제향(臍香)으로, 곧 잡아 죽여서 취하는 것이요, 그 다음은 심결향(心結香)으로, 곧 추격을 받아 도망하다가 저절로 죽은 것인데 품질이 좋지 않아 약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증류본초》
우황(牛黃)
○황(黃)이 든 소는 털에 광택(光澤)이 있고 눈이 핏빛같이 붉으며 수시로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물에 비치기를 좋아한다. 그러므로 사람이 물동이에 물을 담아 소가 비치도록 소 앞에 갖다 놓고 소가 토하려 할 때 소리치며 다가가면 즉시 한 개의 계란만한 황(黃)을 거듭거듭 떨어뜨린다. 그것을 쪼개 보아서 가벼우면서 속이 비어 있고 꽃다운 향기가 나는 것이 좋다. 《증류본초》
소를 놀라게 하여 얻은 것을 생황(生黃)이라 하는데, 매우 얻기 어려운 것이다. 지금은 모두 도살장(屠殺場)에서 잡은 소의 간(肝)과 담(膽)에서 인출하고 있다. 우황을 얻으면 1백 일 동안 음건하되 햇빛과 달빛이 들지 않게 한다. 《증류본초》
아교(阿膠)
○빛깔이 노랗고 투명한 것을 사용한다. 소가죽을 삶아서 만든다. 《의학입문》
올눌제(膃肭臍)
○바로 해구(海狗)의 외신(外腎), 정력이 손상되어 음위(陰痿)되는 데의 주약이다. 양기를 돕고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해준다. 《증류본초》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평해군(平海郡)에서 나는데 매우 귀하여 얻기가 어렵다. 《동의보감》
성질이 상반되는 약재
○인삼(人蔘)은 오령지(五靈脂)와 상반된다.
인삼ㆍ단삼(丹蔘)ㆍ사삼(沙蔘)ㆍ고삼(苦蔘)ㆍ현삼(玄蔘)ㆍ자삼(紫蔘)ㆍ세신(細辛)ㆍ작약(芍藥)은 모두 여노(藜蘆)와 상반된다.
여노는 술과 상반된다.
반하(半夏)ㆍ과루(瓜蔞)ㆍ패모(貝母)ㆍ백렴(白蘞)ㆍ백급(白芨)은 모두 오두(烏頭)와 상반된다.
오두는 서각(犀角)과 상반된다. 대극(大戟)ㆍ원화(芫花)ㆍ감수(甘遂)ㆍ해조(海藻)는 모두 감초(甘草)와 상반된다.
석결명(石決明)은 운모(雲母)와 상반되고 유황(硫黃)은 박초(朴硝)와 상반된다.
아초(牙硝)는 삼릉(三稜)과 상반되고 수은(水銀)은 비상(砒霜)과 상반된다. 파두(巴豆)는 견우와 상반되고 정향(丁香)은 울금(鬱金)과 상반된다. 관계(官桂)는 석지(石脂)와 상반되고 낭독(狼毒)은 밀타승(蜜陀僧)과 상극이다. 피위(皮蝟)는 길경(桔梗)ㆍ맥문동(麥門冬)과 상극이다.
선택(選擇)
선택서
○건물을 수리(修理)하거나 건조(建造)하는 일은 인가(人家)에 항상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골에는 일관(日官)이 없어서 길흉(吉凶)을 판단할 수 없고, 길흉을 묻고자 서울의 일관에게 오자면 시일(時日)을 허비하게 된다. 진실로 그에 대한 책만 있으면 스스로 방법을 상고하여 행할 수 있겠기에 이에 선택(選擇)의 방법을 등초(謄抄)하여 제15편을 삼는다.
(비 과학적 비실용적 자료이므로 생략)
잡방(雜方)
잡방서
○산골에 살면서 할 수 있는 청신(淸新)한 일로서는 문방(文房)의 사우(四友 먹ㆍ벼루ㆍ붓ㆍ종이)보다 더 좋은 게 없다. 그러나 붓을 간직하고 먹을 만들고 종이를 다듬고[搥紙] 벼루를 씻는 데도 각각 그 방법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기타(其他) 물건으로서 일용(日用)에 절실한 것이나 기완(奇翫 노리개 등 구경거리의 물건)에 소속된 것들도 모두 제조(製造)하고 간직하는 방법이 있으며 그 밖의 잡된 일까지도 혹 알고 있지 않아서는 안될 것이 있다. 그래서 이 갖가지 잡방(雜方)을 기록하여 제16편을 삼는다.
벼루를 씻는 법
○무릇 벼루는 모름지기 날마다 씻어야 한다. 씻지 않고 2~3일을 지나면 먹의 색깔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므로 비록 씻을 수 없다 하더라도 모름지기 벼루에 있는 물만은 바꿔야 한다.
봄과 여름 증습(蒸濕)한 시기에는 먹을 오래도록 벼루에 머물러 두면 아교 기운이 정체되어 쓸 수가 없게 되니 더욱 자주 씻어야 한다. 《거가필용》
서화(書畫) 보관하는 법
○무릇 서화(書畫)는 마땅히 매우(梅雨) 전에 아주 건조(乾燥)하게 말려야 한다. 그리하여 글씨는 궤(櫃)에 넣어두고서 두껍게 종이로 궤와 갑의 틈을 발라 바람이 통하지 않게 하였다가 매월(梅月)을 지나 열면 누기가 지지 않는다. 대개 누기는 공기가 밖에서부터 들어오기 때문이다.
고인(古人)들이 서화(書畫)를 보관하는 데는 운향(芸香)을 많이 사용하여 좀을 쫓았다. 사향(麝香)도 좋다. 한 방법에 장뇌(獐腦)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하였다. 《거가필용》
불씨를 꺼지지 않게 잘 묻는 법
○숯 10근과 철시(鐵屎) 불무간에 떨어진 쇠똥이다. 10근을 합하여 찧어 가루를 만든 다음 생부용(生芙蓉)잎 3근을 넣고 다시 찧는다. 그리고 찹쌀[糯米]과 아교를 넣고 섞어 반죽해서 수탄(獸炭)을 만들어서 볕에 말리어 태우면 3일동안 꺼지지 않는다. 만일 불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재로 덮어야 한다. 《거가필용》 《신은지》
좋은 호도(胡桃) 1개를 태워 반쯤 탈 때에 뜨거운 잿속에 묻어 놓으면 3~5일 동안을 꺼지지 않는다. 《거가필용》 《신은지》
향탄(香炭)을 만드는 방법은, 석탄(石炭) 석탄이 없으면 목탄(木炭)도 좋다. 을 생규엽(生葵葉 생아욱잎)과 함께 찧어 버무려서 떡을 만드는 것인데, 볕에 말렸다가 태우면 향기롭다. 그리고 비록 냉습(冷濕)한 땅이라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신은지》
먹 묻은 옷을 빠는 법
○생행인(生杏仁)과 함께 씹어 뱉어내고 즉시 빨아내면 된다. 속반(粟飯)과 함께 씹어내도 된다. 《거가필용》
피란할 때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는 법
○솜으로 입에 찰 정도의 조그만 뭉치를 만들되 숨이 막히지 않도록 하여 감초(甘草) 달인 물이나, 꿀물에 적시어 임시 아이의 입안에 넣어 동여매 준다. 그렇게 하면 아이가 그 단맛을 빨아 먹게도 되고 아이의 입은 물건으로 채워져 있게 되기 때문에 저절로 소리를 낼 수도 없게 된다. 그러나 솜은 부드러운 것이므로 아이의 입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대개 불행히 화난(禍難)을 만났을 때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음으로 하여 도적에게 들릴까 두려워서 길가에 버리고 가는 수가 있는데 슬픈 일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여 살린 사람이 매우 많으니, 이 방법을 몰라서는 안 된다. 《동의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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