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年 7月記
4일 이철규 초대전과 『선비의 숨결」 사군자전
전주 객사부근에 새로생긴 문화공간 기린미술관에서 이철규초대전을 합니다. 주제는 《상생-합 한지에 펼쳐진 금빛 세상에 유하다》입니다. 작가는 현직 대학교수로 한지를 이용하여 다양한작품을 제작하고 있는데 특히 금칠을 한 한지공예가 독특합니다. 양드리는 매우 아릅답다고 평합니다.
다음 코스로 전주 KBS에서 방송 80년 기념으로 전시하고 있는 《선비의 숨결 사군자》전을 보러 갔습니다. 자주 지나치는 방송국이지만 이곳 신시가지로 이사한 이후로는 들어가보기는 처음입니다. 정원이 아름답습니다. 넓은 잔디밭이 있고 누구나 마음껏 들어가서 쉴 수 있게 하였으며 아름다운 정자도 있고 카페도 있습니다. 시원스런 전시장에 매란국죽으로 구분하여 매화로는 사호 송수면, 소치 허련, 석정 이정직(우리 신평이씨로 친구인 이창석의 증조부임) 선생의 처음보는 매화도가 눈에 띱니다. 난은 석파 이하응, 미산 황룡하, 소치 허련, 국화로는 의재 허백련, 월전 장우성, 석정 이정직, 소치 허련, 대나무로는 금강산인 김진우의 그림이 눈에 확띠고, 죽사 이응노, 춘곡 고희동, 강암 송성용 선생(친구인 송지사의 부친)의 대작이 전시되었습니다. 앞으로 KBS전시장을 자주 찾고 싶습니다. 도록까지 무료로 증정해준 것도 매우 고마운 일입니다.
거북회 총무인 박교장이 열차여행을 추진했습니다. 8명의 회원이 무궁화 열차를 타고 갑니다. 특별히 여수관광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므로 곧 바로 돌산대교 아래 선창가 횟집으로 택시를 타고 직행했습니다. 하모(아나고)샤부샤부를 먹었는데 맛이야 좋지만 꽤나 비쌉니다. 나는 생회를 좋아하므로 별도로 아나고회 한 접시를 시켜 쇠주를 몇 잔 들이킵니다. 상점 앞 바닷가에 나가니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게 해변 운치를 한층 더해 줍니다. 선창가에 여수영당지가 있어 잠시 구경을 합니다.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어 사진을 찍고 안내판을 읽어봅니다. 기차역으로 돌아와 바로 옆에 있는 스카이 타워에 오릅니다. 커피 한잔을 마시고는 돌아온 가벼운 기차여행입니다만 나름 즐거웠습니다.
14일 종정동우회 하계모임
이번 하계모임은 금구면 대율저수지에 있는 바랑산가든에서 모입니다. 바쁜 친구들 몇이 불참했지만 송지사는 바쁜 중에도 참석해주었습니다. 날이 무지 더워 가든이 수변에 있다하지만 전혀 시원하지 않습니다. 바람 한 점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에어컨 세게 켠 큰 방에 둘러 앉아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는 모두 일어났습니다.
40여 년 전 이 모임을 시작할 때부터 여름모임은 1박 2일로 해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모임에서는 잠을 자겠다는 친구가 거의 없습니다. 서울과 천안에서 내려온 세 친구 외에는 모두 집에 가고자 합니다. 그래서 가든을 나온 겁니다. 세 친구는 익산에서 총무가 뒷바라지를 하기로 하고 모두 헤어졌습니다. 나이가 든 지금 오히려 여유들이 없어진 겁니다. 다들 무슨 할 일들이 있고 바쁘다고 합니다.
첫째 이유는 할 일들이 있는 것이라지만, 또 하나의
두 번째 이유는 이제 우리가 그리 젊지 않기 때문입니다.
밤늦도록 술을 마시며 정담을 나누고, 편치 않은 잠자리를 견디며 다음 날 아침을 먹고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점심까지 해결하고 헤어지는 것은 이제 무지 불편한 일이 된 것입니다. 다음 모임 때 1박 2일 문제를 개혁하여 당일치기로 하고 회비도 절반으로 줄이자는 의견을 피력하였습니다. 다들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늘 모임에서 걷은 회비가 무려 230만원인데 정작 비용은 50만원이 채 들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는 점심에 모여서 저녁까지 함께 하고서 헤어지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 할 듯합니다.
15일 이쁜 딸 상견례
나의 사랑하는 이쁜 딸이 결혼을 선언하더니만 속전속결로 지난 오월 말에 함께 인사를 왔고, 오늘은 양가 부모들이 상견례를 했습니다.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기는 왔습니다. 그동안 자식결혼이나 상견례는 꼭 남의 일로만 여겨졌었습니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두 사람이 만나 3년여 동안 진지한 만남이 계속되었고 드디어 결혼을 결정하여 이루어진 일입니다. 사윗감인 정군이 무척 맘에 듭니다. 사랑하는 이쁜 딸이 정군과 진지하게 사귀면서 서로 사랑을 확신하고 신중히 결정한 일이니 나는 무조건 찬성합니다만, 그래도 정군은 정말 믿음직한 친구입니다. 어른스럽고 점잖은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공부하는 친구라서 더욱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정군은 박사과정을 마치고 논문을 준비하고 있지만 대학원 조교로 월급을 받고 있고, 이쁜 딸도 석사과정을 마치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므로 경제적으로 큰 걱정은 없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자립심이 강하고 가치관이 건전해서 사랑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정군의 부모님은 우리 부부처럼 대학에서 만난 캠퍼스 커플이라고 합니다. 두 분 모두 점잖으시고 경제적으로 중산층에 속해 아들 하나인 정군에 대한 경제적 뒷바라지를 충분히 준비하고 계시다고 하니 큰 복입니다. 갑작스런 결혼이라 정군집에서는 신혼집 준비가 미처 되지 않는다하여 우리가 마련한 작은 오피스 텔에서 우선 신혼살림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기쁘기 한량 없습니다.
학문을 연구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길을 택한 만큼, 결코 부귀영화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생의 보람을 학문적 성과와 교육에서 찾는 선생의 길에 만족하는 두 사람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런 삶을 영위하며 사는 둘의 행복한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싶습니다.
15일․21일 제사방식 개혁
15일은 장인어른 제삿날입니다. 몇 년 전부터 장모님 제사까지 하루에 지냅니다만 그것도 처남댁께서 무척이나 힘이 들어 하십니다. 처남이 외아들이라 제사상을 차리는 처남댁이 낼 모레면 70이니 당연한 일이지요. 몸도 아프셔서 무척 힘이 들지만 시누이들이 넷이라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양드리와 상의하고 처제들에게도 양해를 구한 뒤 오늘 제사를 마지막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처남댁께서 무척 좋아하십니다. 맏며느리가 치르는 제사에서 드디어 해방되시는 겁니다. 장인과 장모님 제삿날 즈음의 휴일에 모여 두 분을 모신 모악추모공원을 예방하고 함께 점심을 먹는 동기간 모임을 치르기로 하였습니다.
21일은 우리 할머님 제사일입니다. 역시 몇 년 전부터 할아버지 제삿날에 함께 지내왔고 할머니 기일에는 양드리와 아버지와 함께 산소를 찾아 가볍게 음식과 술을 올려왔습니다. 금년부터는 할아버지 기일에도 제사를 지내지 않고 산소에 가서 가볍게 음식과 술을 올리기로 부모님과 결정을 보았습니다. 우리 양드리가 더 이상 제사와 명절 차례를 준비할 힘이 없다하니 당연히 취하는 개혁입니다. 이제 우리집이나 처가집이나 공식적으로 제사와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선언되었습니다. 음식을 장만하는 고통과 번거로움을 없애고 산소와 추모공원을 찾아 참배하고 가족모임을 가지는 의미있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잘 한 일입니다.
19일 익산 야행 왕궁탑 축제 서예전시
익산문화재단에서 왕궁탑 일원에서 축제를 여는데 박물관 광장은 물론이고 마을 고삿길을 이용하여 가판도 벌이고 놀이판도 벌인다고 하며 우리 연우회를 지도하시는 여송 김계천 선생님 댁의 창고에서 서가협회 익산지부회원들의 작품 전시도 있어 선생님댁에 다녀왔습니다. 무지 더워서 나부터도 제정신이 아닙니다. 지부장과 삼례회원들이 전시장을 꾸미느라 정말 애쓰셨습니다. 우리 모두들 땀만 줄줄 흘리며 그늘만 찾습니다. 이 폭염속에 축제라는게 도무지 마땅치 않는 일입니다.
21일 이당미술관 실내악 연주
군산에 있는 이당 송현숙선생님 미술관에서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목욕탕을 개조하여 운영하는 멋진 미술관인데 고교은사인 정봉화 선생님이 이당선생의 부군으로 이사장을 맡고 계십니다.
서울에서 내려온 여성 4인조 현악4중주단이 연주를 합니다. 천정이 높은 미술관이어서인지 마치 연주홀인 듯싶습니다. 소리의 울림이 아주 좋기 때문입니다. 젊은 30대 여성 연주가들인데 모차르트, 드보르작 등의 경쾌한 연주를 계속합니다. 원주에서 활동한다는 예쁘시고 밝으신 소프라노 최혜윤 씨의 시원한 노래도 듣습니다. 황홀한 90분이었습니다.
26일 행서작품 준비
2년간은 해서를 써보았고 금년부터는 행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여송선생님으로부터 체본을 받았습니다. 김굉필 선생의 7언절귀인데 제목은 『서회』입니다.
서회(書懷)
處 獨 居 閑 絶 往 還 (처독거한절왕환)
只 呼 明 月 照 孤 寒 (지호명월조고한)
煩 君 莫 問 生 涯 事 (번군막문생애사)
數 頃 煙 波 數 疊 山 (수경연파수첩산)
한가히 홀로 있어 오고 감이 끊기고
오로지 밝은 달 불러 외로움 비치노라.
그대여 아예 나의 생애 묻지 말아 주시게
그저 두어 이랑 안개와 몇 첩의 산뿐이라오.
7월~8월 폭염
참으로 엄청난 폭염이고 가뭄의 연속입니다. 지난 25일에는 방안온도가 33도가 되어 달력에 기록을 했습니다. 그동안은 32도가 되면 에어컨을 켰는데 이제 날마다 32도를 웃돕니다. 32도 정도는 무섭지 않습니다. 오늘(8월 6일)동해안에는 100mm의 큰비가 내렸다는데 이곳은 어림도 없습니다. 과일밭의 나무들이 죽어가고 시골집 잔디가 타들어 갑니다. 채소밭 고추, 오이, 토마토가 열매를 맺기 힘듭니다. 가만 두면 과일은커녕 나무마저 죽을 수 있겠다 싶어 그저께부터 우선 열매가 열려있는 무화과 포도 감나무에 물을 주고 지산쁠라스 잔디에도 물을 주었습니다. 채소밭의 고추, 오이, 부추, 토마토, 가지에도 물을 주었습니다.
7월 10일경부터 시작된 폭염은 벌서 한 달이 다 되어 가고 있습니다. 연일 폭염주의보(33도 연2일 이상) 이더니 이젠 아예 폭염경보(35도 연2일 이상)입니다. 8월 1일엔 111년 만에 최고의 기록을 경신했는데 서울 39.6도(1943,1938년 38.2도), 대구와 춘천 40도, 강원 홍천 41도(1942.8.1 대구 40도) 화촌 40.7도이더니 어느 날인가는 저녁기온이 32.6도가 넘는 곳이 나타나기도 해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연일 폭염에다 열대야로 잠을 설치기도 하고 비까지 두어 달 째 내리지 않아 작물이 타들어가는 것을 보는 농민들의 걱정이 크고 가축들이 2백만 마리이상 죽어갔습니다. 과수원과 축산농가들이 비상입니다.
어쩌면 8월 15일까지 폭염이 이어질지 모른다는데 사무실 아닌 가게나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노고가 큽니다. 나는 더위를 피하는 방법으로 일체 나들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저 아침저녁으로 시골집에 잠시 들러 닭 모이와 개 사료와 먹을 물을 갈아주고, 연못에 물을 대줍니다. 그리고 유정란과 온갖 채소를 걷어 옵니다. 한 달 내내 우리 밭에서 가꾼 채소를 마구 먹었습니다. 가끔씩 보모님께도 가져다 드립니다. 낮에는 문화원에 가서 글씨를 씁니다. 에어컨이 있으니 피서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고전독서를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생각해도 남들이 부러워할 은퇴 한량입니다. 이 무더위에 힘든 일 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으니 복된 삶입니다. 복지혜택을 많이 누리고 사는 삶이니 국가와 사회가 매우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매사에 긍정적인 생각으로 더 겸손하고 더 검소하게 살아가고자 합니다.
※어제(8월 13일)전주가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했다고 한다. 38.9도라고 하며 지난 1930년 7월 11일 기록인 38.6도를 경신한 것이다. 올 들어 전국의 평균 폭염 일수는 26.1일, 최고로 더웠던 1994년 기록을 넘어섰다. 열대야 역시 전국 평균 14.3일로 최장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오늘로(8월 15일)서울 열대야(최저온 25도 이상)가 연속 24일로 종전기록과 같게 되었다. 총 열대야 기록일수는 1994년 36일이라고 한다. 어제 경북 의성은 40.3도로 역대 4번째 기록이란다. 지난 1일 홍천 41.0도, 북춘천 40.6도, 의성 40.4도였다.
오늘 지금시간 오후 7시입니다. 우리 응접실 온도가 34도입니다. 밖의 기온은 32도라는데 실내는 온 창문을 다 열어 놓았는데도 34도 입니다. 그러나 오랜 폭염에 적응이 되어서인지 그냥 버팁니다. 에어컨 켤 생각도 별로 나지 않습니다. 진짜로 이제 더위를 극복하는 큰 힘이 생긴건지, 아니면 아예 더위에 지고 말아버리고 그냥 포기하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