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친문 반문 다 싫다는 당신의 선택(중앙일보 배명복 대기자 칼럼)

청담(靑潭) 2020. 1. 28. 20:17




공감칼럼

  친문, 반문 다 싫다는 당신의 선택

배명복 대기자(중앙일보 2020.1.28)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진보주의 정당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보수주의 정당을 표방하는 것만큼 가소로운 코미디도 없다. 공정의 가치를 스스로 짓밟은 정당이 어떻게 진보일 수 있고, 명예의 가치를 새털처럼 여기는 정당이 보수일 수 있나. 진보와 보수를 참칭하는 정체불명의 사이비(似而非) 정당일 뿐이다. 굳이 규정하자면 두 당 모두 원리주의 정당이다. 자기편이 무조건 옳다고 우기며 상대편의 의문이나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가 원리주의다.

 

 지금 한국 사회는 양대 원리주의 세력의 극한대결로 오도 가도 못 하는 신세다. 한쪽에 대통령 문재인이 하는 일이라면 닥치고 지지하는 친문(親文) 세력이 있다면 다른 쪽에는 그가 하는 일은 뭐든지 반대하는 반문(反文) 세력이 있다. 각각 진보와 보수라는 가짜 외피를 걸친 두 원리주의 세력의 대립과 갈등은 가치관의 차이를 넘어 문명 충돌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것 다 하라고 부추기는 친문 세력은 적폐 청산에서 검찰 개혁, 소득주도 성장에서 탈(脫)원전, 친북탈미(親北脫美) 적 대외정책까지 문재인 정부가 하는 정책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지한다. 최소한의 합리적 의심이나 이견마저 스스로 용납하지 않는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세력이고, ‘문프(프레지던트 문재인)’를 사수하는 문재인 결사옹위 세력이다.


 이들의 절대적 지지를 배경으로 문재인 정부의 편 가르기와 제 식구 감싸기는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 있다. 정권에 부담을 주는 수사를 담당한 검찰 간부들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일거에 다 쳐낸 데서 보듯이 안면 몰수와 후안무치가 지난 정부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욕하면서 닮는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정권 초기에 보였던 겸허함이나 신중함은 사라지고, 대놓고 막가기로 작정한 모습이다.


 반문 진영은 허구한 날 ‘문재인 정권 타도’만 외칠 뿐, 뭐 하나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한 게 없다. 의회 정치와는 담을 쌓고, 장외투쟁이란 이름으로 ‘거리의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 권위주의적이고 구태의연한 꼰대 정치 스타일도 그대로다. 세상의 변화와 무관하게 친미반북(親美反北)의 옛 노래만 불러제끼며 태극기와 성조기 부대를 기웃거리고 있다. 걸핏하면 삭발과 단식의 추억을 소환하는 낡은 수법도 여전하다. ....


오늘의 우리나라 정치상황을 보는 시각이 나와 완전 일치하는 글이기에 블로그에 남기고자 한다. 엊그제 현직대학교수인 어느 후배(그것도 법학교수)가 지식인으로서의 비판적 사고는 어디에다 숨겨 두었는지, 술좌석에서 윤석열 총장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현 정권을 무조건 두둔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의와 진실, 그리고 이성과 지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