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원칙이성 기회이성

청담(靑潭) 2020. 7. 4. 23:01

■원칙이성과 기회이성

 

"자유주의자들은 이른바 ‘원칙이성’(Grundsatzvernunft)에 따라 사유하고 행동한다. 그들은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 보편적·추상적 기준을 갖고 있다. 그들은 이 기준들을 원리·규범·규칙·방법 혹은 신조로 삼아 유사한 모든 경우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그로써 문제의 보편적 해결을 추구한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거나 기준을 바꾸는 것은 이들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와 달리 전체주의자들은 ‘기회이성(Gelegenheitsvernunft)에 따라 사유하고 행동한다. 그들은 보편적 기준 없이 매사 그때그때 상황의 필요에 따라 판단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당장 눈앞에 닥친 개별사안을 그때그때 편의에 맞게 처리해내는 상황적 합리성이다. 그들은 그 해법을 나중에 유사한 다른 경우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일반적·보편적 원칙으로 만드는 일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한국일보에 연재하는 진중권교수의 글에서 많은 감명을 받는다. 오늘날 국가를 이끌어가는 정부와 여당등 여권에서는 정치인이고 언론인이고 간에 도무지 정의롭고 진실된 지도자들을 찾아보기 실로 어렵다. 이처럼 가치관의 혼돈시대에 오로지 깊고 해박한 이론과 지식으로 무장한 진교수가 외롭게 저 사이비 집단들을 비판하고 논쟁하는 그 용기와 능력에 탄복한다. 마치 사투를 벌이는 모습 다름 아니다. 어쩌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진정한 지식인의 상징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될 정도이다. 나는 일직이 그를 좋아한 적이 없다. 나는 권력집단을 옹호하거나 비호하는 인간들은 태생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어서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그가 거짓과 변명과 온갖 궤변으로 대중들을 선동하고 진실의 눈을 가리는 사이비집단과 맹렬하게 이론과 논리로 당당하게 싸우며 극복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용기를 가진 지식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일보의 진중권의 오딧세이를 읽으며 진정한 지성과 이성 그리고 참된 지식인의 자세와 태도를 생각하며 많은 반성을 하면서 정말 좋은 공부를 하고 있는데 엊그제 그의 글에서 보이는 머리가 번쩍 뜨이는 이론이 바로 원칙이성과 기회이성이다. 우리 같은 대부분의 보통사람들은 원칙이성으로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간다. 사이비 정치인들은 기회이성으로 온갖 비지성 비이성적 망발을 늘어놓으며 거짓을 진실이라고 우기기도하고 감추기도 하건만 이미 절대적 지지자가 되어버린 대중들은 그들의 거짓을 비판할 능력을 상실하였거나 있어도 모른체 하거나 아예 무조건 지지하고 만다.

 

요즈음 새로이 정치판에 뛰어든 이지역 출신 집권여당권 국회의원 남여 두 사람의 기회이성의 극치를 보여주는 정치행위를 보면서 그들과 같은 지역에서 태어났음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여야를 떠나 국회의원이라면 진실을 말하고 정의를 추구하며 품위있게 자신의 주장을 펴는 모습을 보여야하건만 그들은 내 눈에는 무식하고 힘만 쎄고 앞뒤 안가리고 기고만장하여 설쳐대며 우쭐거리는 조무래기 깡패같은 부류로만 보인다. 그런데 그들이 최고로 들어가기 어려운 대학을 나오고 최고로 어려운 시험에도 합격한 사람들이라한다. 내 눈에는 머리는 좋으나 출세에 눈이 멀어버린 머저리 돌격대원들로만 보이건만.

 

실천적 지혜 :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말이다. 지식은 있으나 오직 관행과 관습에 갇혀 지혜로운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을 <실천적 지혜가 없다>라고 말한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판사들은 실천적 지혜가 없는 판결을 부지기수로 하고 있다.

나는 우리의 각종 법과 세부사항도 하루빨리 21세기에 맞게 고치는 작업도 중요하고, 오직 고시공부에만 매달려 세상사를 잘 이해하지도 못하는 판사들에 대한 재교육이 실로 절실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