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20년 9월기

청담(靑潭) 2020. 9. 30. 20:27

2020년 9월기

내일이 추석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거국적으로 <고향방문 안하기>캠페인을 벌인 탓인지 고속도로 사정이 여느 공휴일 정도라고 합니다.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이대표도 서울에서 정박사 내외와 이모들과 함께 보내기로 합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학교도 문을 닫다시피하고, 관광도 축제도 없이 그저 사회적 거리두기로 묵묵히들 살아갑니다. 그러다보니 너무도 쉽게 가버린 9월의 마지막 날, 전을 부치고 나서 한 달을 정리합니다 

 

4일 대한민국마한서예문인화대전 입상

율곡 李珥 선생의 시 『花石亭』으로 특선했습니다. 처음으로 오언율시를 쓴 것인데 글자 수가 40자입니다. 이젠 40자도 20분정도면 금방 쓰게 되었습니다.

 

林亭秋已晩 임정추이만 : 숲과 정자는 늦가을 지나

騷客意無窮 소객의무궁 : 시 짓는 이들의 뜻이 한량없네.

遠水連天碧 원수연천벽 : 멀리 흐르는 물 하늘에 이어 파랗고

霜楓向日紅 상풍향일홍 : 서리 맞은 단풍 해를 따라 붉구나.

山吐孤輪月 산토고륜월 : 산은 둥근 달 하나 토해냈고

江含萬里風 강함만리풍 : 강은 만리에서 불어오는 바람 머금었네.

塞鴻何處去 새홍하처거 : 변방의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고?

聲斷暮雲中 성단모운중 : 저무는 구름 속으로 우는 소리 끊이는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하여 모든 서예전의 전시회가 취소되었습니다. 국전, 신춘휘호대회전에 이어 마한전도 역시 취소됩니다. 신춘휘호대전 전시회는 단 하루 전시되었다가 취소되어서 가보지도 못했습니다.

 

10일 배추심기와 무 파종

아버님과 함께 김장용 배추를 심고 무우씨를 뿌렸다. 상추도 다시 심고 아욱과 시금치씨도 뿌렸다. 금년 여름내내 장마가 계속되었으므로 토마토와 고추만 실패하고 다른 채소들은 풍작이었다. 상추, 가지, 오이, 호박, 고구마, 부추, 옥수수, 생강, 수박, 참외 등이 잘 되었고 당근과 도라지도 잘 자라고 있다. 

심은지 20일 된 배추가 엊그제 비료를 주고 물을 뿌려주니 아주 예쁘게 잘 자라고 있고, 어린 무우는 솎아다가 나물이나 김치를 담고 시래기 국으로 먹는다. 서예작품 제출이 모두 끝났으므로 당분간 문화원 출입은 적게 하고 시골집에 머무는 시간을 늘릴 생각이다. 11월에 고무마를 캐고 12월 초에 김장하는 일만 남았다. 

 

16일 임플란트

2015년에 오른쪽 위 두 번째 어금니를, 2017년엔 왼쪽 아래 두 번째 어금니를 임플란트 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왼쪽 위 두 번 째 어금니와 왼쪽 아래 첫 번째 어금니를 임플란트 합니다. 65세 이상에게 2개까지 70%의 할인 혜택으로 80여만 원이면 모두 해결 됩니다.

현재 반으로 깨어진 상태에서 금으로 싸서 사용하고 있는 오른쪽 위 첫 번째 어금니는 언젠가 임플란트 해야 한답니다.

 

18일 프린터 구입

무려 20여년 만에 프린터를 교체했습니다. 거의 부서지다시피 된 구닥다리 고물프린터를 버리고, 프린트와 복사 그리고 스캔기능까지 있는 새 프린터를 맞이한 기쁨이 꽤나 큽니다. 새로운 길을 처음 가보는 즐거움만큼이나, 없거나 고장 났거나 오래된 가구나 기기를 새것으로 바꾸는 일은 비록 값싸고 별 것 아닌 물건이라할지라도 여간 큰 행복을 주는게 아닙니다. 부잣집에 태어나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이미 다 가져버리면 살아가면서 이런 작은 행복 맛보지 못합니다.

 

25일 전북서예전람회 출품

금년도 마지막 출품입니다. 허장(許嶈 1598- ?)선생의 계정우음(溪亭偶吟 : 시냇가 정자에서 우연히 읊다.)입니다.

 

野老無營不出門 (야노무영불출문)

촌노 할 일 없어 문 밖 출입도 아니 하고,

鉤簾終日坐幽軒 (구렴종일좌유헌)

주렴 걸고 온종일 정자에 앉아있네.

胸中自爾心機靜 (흉중자이심기정)

가슴속 혼자 절로 마음도 고요해서,

竹雨松風亦厭喧 (죽우송풍역염훤)

대밭 빗소리 솔바람도 거슬려 싫다하네.

 

작년 12월부터 4개의 서예전에 출품하느라 열 달 동안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지난 3월부터는 서예실 수업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지만 너댓 회원들은 거의 날마다 서예실에 모여 연습했고 이제 마지막 출품을 하고 나니 좀 쉬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 덕분인지 내가 생각해도 서예 실력이 상당히 좋아진 느낌입니다.

 

27일 강천산과 담양호

코로나 때문은 아니고 서예와 문인화 작품완성에 매진하느라 제대로 된 여행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10월이 되어 단풍철이 되면 번잡스러우므로 한가한 시기에 순창의 강천산과 담양호를 다녀오기로 합니다. 가는 길은 내가 평생 동안 애용하는 길인 국도 23번(강진~천안)을 타서 벽골제를 지나 꼭 한번 달려보고 싶었던 국도 30번(부안~대구)에 들어서 신태인과 태인을 지나 산내면에서 구절초 공원으로 가는 길(지방도 55번)을 택합니다. 쌍치에서 국도 21번(남원~이천)을 타고 가다 다시 지방도로 55번으로 들어서면 강천산이 나옵니다.

휴일이지만 코로나19로 조심하는 상황이라 관광객이 적을 줄로 예상했는데 그게 아닙니다. 주차장이 꽉 찼습니다. 매표소를 지나니 꽃 무릇이 아름답습니다. 강천사를 오르는 길은 너무 걷기 편하게 잘 닦아져 있습니다. 흙으로 잘 다져놓아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처럼 길도 잘 정비되고 길옆의 계곡물이 많이 흐르고 맑은 줄 미처 기억치 못했습니다. 강천산 답사 세 번째 만에 처음으로 구름다리에 올랐습니다. 최근에 생긴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닙니다. 이미 1980년에 설치한 것이었고 폭 1M, 길이 76M 작은 다리이지만 상당히 멋이 있습니다. 구장군 폭포가 대단합니다. 전에 와 본지가 오래서인지 이처럼 멋진 폭포인줄 기억에 없어서 오늘 찬탄을 금치 못합니다. 3시간 20분 동안 산행을 마치고 13KM 거리에 있는 담양호를 찾았습니다. 30여 년 전 부터 가끔 광주에서 오는 길에 담양호를 지날 때면 호수와 주변 경관이 잘 어우러져 다시 한 번 찾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국민관광단지에 주차하고 잠시 다리를 걸어보고 출발합니다. 잠시 쉬는중에 농민신문 기자의 인터뷰 요청이 있어 응해주었습니다. 오는 길은 바로 이곳부터 국도 29번(보성~서산)입니다. 쌍치에서 내장산 입구방면으로 넘어오는 길이 아주 잘 뚫렸는데 길이가 2KM가 넘는 개운치 터널도 있습니다. 국도 1번(목포~신의주)으로 갈아타고 금구까지 와서 지방도 714번과 735를 타고 스파힐스를 지나 다시 23번으로 나와 집으로 왔습니다. 순창과 정읍시의 산속을 달리는 기분 좋은 드라이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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