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經
삼성문화사 간 이원섭 역해
20여 년 전에 詩經을 아주 감명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쩌면 아주 단순한 詩語로 소박하고 순수하게 살아가는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저리도 잘 그려냈는지 그 아름다움에 感動하고 또 놀라웠습니다.
우리 집에 시경이 한 권 있었던가? 하여 찾았으나 없습니다. 아마도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1만원 들여 헌책을 구입했더니 정말 오래된 책입니다. 1985년 삼성문화사에서 간행된『四書 五經』중 하나입니다. 글자가 아주 작아 돋보기 아니면 읽을 수가 없고 책장을 넘기면 은근히 여기저기가 가렵습니다. 모기약을 흠뻑 뿌린 뒤 햇볕에 말렸더니 좀 나아집니다.
1. 詩經은 中國 最初의 詩集입니다. 그중 가장 오래된 것은 周나라 건국초기이니 B․C 11-12세기 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후 B․C 6세기 초까지에 걸쳐 성립된 詩篇들이니 지금으로부터 3천 여년 전 부터 2천 5백여 년 전 시대에 지어진 작품들입니다. 주나라 초기부터 춘추시대 중반시기까지에 해당한다 하겠습니다.
2. 시경은 毛詩라고도 하는데 漢의 毛亨이 전하였다고 하여 부르는 이름입니다.
3. 지금 전하는 것은 305편, 篇名만 남은 것이 6편이 있습니다.
4. 시경은 六儀로 되어 있는데 風, 賦, 比, 興, 雅, 頌입니다. 그 중 風, 雅, 頌은 성질상 구분이고 興, 賦, 比는 그 표현법이라고 합니다.
○風은 1백 6십 편으로 여러 나라의 民謠인데 양적으로 가장 많고 문학적 가치도 가장 높이 평가합니다.
○雅는 宮中에서 演奏된 것입니다.
○頌은 宗廟에서 祭祀할 때 演奏되던 노래입니다.
5. 毛傳은 詩經의 最初 註釋書이고, 詩傳은 南宋의 朱熹가 詩經을 註釋한 책입니다.
6. 詩經은 漢代에도 이미 註釋 없이는 못 읽던 옛 노래입니다.
하루 두 세편씩 찬찬히 음미해가며 읽어보고자 하니 다섯 달은 족히 걸릴 듯싶습니다. 우선 國風에서 두 편의 시만 가려 적어봅니다. 차츰 읽어가면서 雅에서도 두어 편 적어보고, 頌에서도 두어 편 적어보고자 합니다. 漢詩는 五言이나 七言으로 짓는데 시경의 시들은 모두 四言입니다. 그래서 漢詩보다 훨씬 簡潔하면서 音樂的으로 느낌이 다가옵니다.
■國風
□징경이 우네
운다 운다 징경이
섬가에서 징경이,
아리따운 아가씨
사나이의 좋은 짝.
올망졸망 조아기풀
이리저리 찾고요,
아리따운 아가씨
자나 깨나 그리네.
구하려도 안 되기
자나 깨나 이 생각,
끝없어라 내 마음
잠 못 들어 뒤척이네.
올망졸망 조아기풀
이리저리 뜯고요,
아리따운 아가씨
거문고로 즐기리.
올망졸망 마름풀
이리저리 고르고,
아리따운 아가씨
북을 치며 즐기리.
※어여쁜 처녀를 짝사랑하는 노래입니다. 징경이는 수릿과의 새라고 합니다. 시경의 노래들은 젊은 남녀들이 모여서 발을 굴려 춤추며 합창하는 노래라고 합니다.
□던지는 매화 열매
던지는 매화 열매
그 열매는 일곱 개.
나를 찾는 임네들아
어서 오늘로!
던지는 매화 열매
그 열매는 세 개.
나를 찾는 임네들아
어서 당장에!
던지는 매화 열매
광주리 다 비었네.
나를 찾는 임네들아
어서 한 말씀!
※매화나무 열매(매실)를 던지면서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의 노래입니다. 매실이 익었습니다. 햇볕이 따스하게 비치는 봄날, 마을의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남녀 두 패로 나뉘어서 춤을 추며 노래합니다. 여자들은 매실을 따서 뜻이 있는 남성에게 던집니다. 얻어맞는 남자는 그녀가 싫지 않으면 佩玉 등을 주어 사랑을 맹세합니다.
□임이여 부탁이니
임이여 부탁이니
우리 마을 넘나들지 마세요.
내가심은 개키버들 꺾지 마세요.
개키버들이 아까움은 아니나
부모님 아실까 봐 두려웁군요.
그야 임이 그립지만요.
부모님 말씀도 두려운 걸요.
임이여 부탁이니 우리 담장 뛰어 넘지 마세요.
내가심은 뽕나무 꺾지 마세요.
뽕나무가 아까움은 아니나
오빠들이 알까 봐 두려웁군요.
그야 임이 그립지만요.
오빠의 말씀도 두려운걸요.
임이여 부탁이니
우리 밭에 들어오지 마세요.
내가심은 박달나무 꺾지 마세요.
박달나무가 아까움은 아니나
남들의 소문이 두려웁군요.
그야 임이 그립지만요.
남의소문도 두려운걸요.
※사랑의 노래입니다. 몸을 사리는듯 남성을 물리치는듯 보이면서 사실은 어리광 같은 그애교가 얼마나 남성의 마음을 잡아 끕니다.
□바위산에 올라가서
바위산에 올라가서
아버지 쪽 바라보면
그 말씀 들리는 듯 아 내 아들아.
싸움으로 아침저녁 쉴 때도 없겠구나.
부디 조심하여
몸 성히 어서어서 돌아오너라.
숲 우거진 산에 올라
어머니 쪽 바라보면
그 음성 들리는 듯 아 막내애야.
싸움으로 아침저녁 잘 틈도 없겠구나.
부디 조심하여
떨어지지 말고 어서 돌아오너라.
언덕에 올라가서
형 있는 쪽 바라보면
그 목소리 들리는 듯 아 내 아우야.
싸움터선 친구들과 헤어지지 마라.
부디 조심하여
죽지 말고 어서어서 돌아와야지.
※전쟁터에서 고향을 그리는 병사의 노래입니다. 향수에 못이겨 산에 오른 병사는 멀리 부모와 형제를 그리워하며 그 음성을 분명히 귀에 듣습니다.
□귀뚜라미 방에서 울어
귀뚜라미 방에서 울어
어느덧 이 해도 저물려느니
지금 아니 노닌다면
세월은 용서 없이 흘러가리.
그러나 지나침 없고
제 구실을 생각하며
즐기는 그 중에도 어지러움 없으리?
어진 이는 언제나 삼가나니.
귀뚜라미 방에서 울어
어느덧 이 해도 마지막 가려느니
지금 아니 노닌다면
세월은 용서 없이 달려가리.
그러나 지나침 없고
나머지 일도 생각하며
즐기는 그 중에도 어지러움 없으리?
어진 이는 언제나 부지런커니.
귀뚜라미 방에서 울어
어느덧 농사일도 끝나려느니
지금 아니 노닌다면
세월은 용서없이 지나가리.
그러나 지나침 없고
어려움도 생각하며
즐기는 그 중에도 어지러움 없으리?
어진 이는 언제나 점잖거니.
※세모의 향연에서 부르는 노래입니다. 세모에 술을 마시는 시인데 그 어두운 색조가 마음을 덮어 옴은 무슨 연유인가?
□산에 있는 것은
산에 있는 것은 참느릅나무
진펄에 있는 것은 느릅이구요.
옷이 암만 있어도
입지를 않고
말과 수레 있어도
타지 않다가
하루아침 죽어 지면
누구의 물건?
산에 있는 것은 북나무고요.
진퍼렝 있는 것은 참죽나무고.
좋은 집 있어도 쓰지를 않고
종과 북 있어도
안 즐기다가
하루아침 죽어 가면
누구 좋은 일?
산에 있는 것은 옻나무고요.
진펄에 있는 것은 올밤나무고.
술과 안주 있는데
왜 아니 노나?
마음껏 즐겨보세.
해 기울도록!
하루아침 죽고 말면
누구의 차지?
※즐기며 살아갈 것은 노래합니다. 중국판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입니다.
大雅
□길바닥에 고인 물은
길바닥에 고인 물을 떠내다가요.
이것을 다시 퍼서 쏟아 부으면
넉넉히 밥이야 지을 수 있지.
어엿하고 미쁘신 우리 임금님!
우리들 백성의 부모시라고?
길바닥에 고인 물을 떠내다가요.
이것을 다시 퍼서 쏟아 부으면
넉넉히 술 단지야 씻을 수 있지.
어엿하고 미쁘신 우리 임금님!
백성들의 의지할 기둥이라고?
길바닥의 고인 물을 퍼내다가요.
이것을 다시 퍼서 쏟아 부으면
넉넉히 술통은 씻을 수 있지.
어엿하고 미쁘신 우리 임금님!
백성들이 쉬어갈 그늘이라고?
※폭악한 왕에 대한 풍자입니다. 길에 고인 빗물로 밥을 짓고 제기를 씻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말이 안됩니다.
□끝없는 저 하늘의
끝없는 저 하늘의 上帝야말로
이 세상 백성의 임금이심을
어찌하여 사납고 무섭게 굴어
정사의 그릇됨이 이리 심한가.
이 많은 백성들 낳아 놓으시고
신실하지 않으시니 어이 믿으리.
처음에는 잘하는 듯하였더니만
끝을 좋게 여물이려 아니하시네.
일직이 문왕께서 말씀하시되
아! 어지러운 은의 나라여!
어찌하여 이리도 사나운 자와
이리도 苛斂誅求 일삼는 자가
이리도 벼슬자리 들어앉아서
어찌 이리 정사를 보고 있느뇨.
하늘이 거만한 덕을 내리고
너희들도 일어나 이를 돕도다.
일직이 문왕께서 말씀하시되
아! 어지러운 은의 나라여!
어질고 착한 이를 써야 할 자리
포악한 자 앉아서 원망 많도다.
위에는 대담하니 무근한 소리
도둑을 안에 가득 받아들이어
서로를 미워하고 저주하나니
그 다음 다할 날이 그 언제이리?
일직이 문왕께서 말씀하시되
아! 어지러운 은의 나라여!
너희들 나라 안에 활갯짓하여
남을 골려 덕으로 여기는도다.
네 덕을 밝게 하지 아니하기에
사람 같은 사람이 좌우에 없고
네 지닌 그 덕이 밝지 않기에
어진 이 따르려 하지 않도다.
일직이 문왕께서 말씀하시되
아! 어지러운 은의 나라여!
누가 시킴 아니어도 술에 빠져서
不義만을 골라가며 좇아 행하고
威儀고 체면이고 다 잃어버려
밤낮없이 언제건 한양 한꼴로
외치고 소리치고 비틀거리어
낮을 밤을 삼노니 한심하도다.
일직이 문왕께서 말씀하시되
아! 어지러운 은의 나라여!
원성은 한여름 매미 우는 듯
솥에서 부글부글 국이 끓는 듯
누구건 쓰러져 가려는 즈음
그 행실 안 고침은 무슨 所以뇨?
백성의 분노는 나라에 차고
멀리 오랑캐에 미치는도다.
일찍이 문왕께서 말씀하시되
아! 어지러운 은의 나라여!
하늘이 좋지 않아 구심 아니라
옛날의 어진 그 법 안 따름이니
老成한 신하는 없다 하기로
그 옛적 법이야 없기야 하리.
그럼에도 이를 전혀 안 받아들여
天命은 기울어져 버림이로다.
일찍이 문왕께서 말씀 하시되
아! 어지러운 은의 나라여!
세상에 널리 도는 말이 있거니
쓰러진 나무뿌리 드러날 적엔
가지 잎이야 우선은 아니 상해도
뿌리는 먼저 이미 죽어 있다고.
은의 거울 가까운 데 있었던 것을
하의 망국 비쳐 볼 줄 잊었었도다.
※은의 주왕을 개탄하는 문왕의 말에 가탁하여 주가 망하게 된 세태를 풍자한 노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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