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다는 착각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
마이클 샌델
옮긴이 함규진
■서언
1월 초, 반드시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신간 두 권을 인터넷으로 구입했다. 한 권은 바로 재래드 다이아몬드(1937~ )가 쓴 <대변동>이고, 다른 한 권은 마이클 샌덜(1953~ )의 《공정하다는 착각》이다. 저자인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은 2010년 이루 한국에 정의 열풍을 일으켰다.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 교수가 되었고 29세에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인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쳤다. 대표적 저서로 <정의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정치와 도덕을 말하다> <완벽에 대한 반론> < 마이클 샌델, 중국을 말하다> 등이 있는데 나는 2011년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은 뒤 꼬박 한 해 동안 책의 챕터(chapter)에 따라 나의 생각을 정리한 바 있다. 이 책을 읽어보니 <공정하다는 착각>의 주장은 사실 간단명료하여 구태여 장황한 설명이 필요치는 않게 보였다. 이 책에서 샌델교수가 주장하는 것들 중에는 내가 세상을 살아오면서 이미 느끼고 있었던 것들도 많고,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거나 이론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진 것들도 있었음을 알 수 있었고, 많은 메시지를 전달 받았다. 챕터(chapter)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내가 새롭게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내용들만 정리해 본다.
■한국독자를 위한 서문 : 김선욱(숭실대 교수)
○능력주의(실력주의) 사회는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그 결과로 나타난 미국적 현상이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포퓰리즘 정부 출현이었다.
○샌델교수는 <현대 자유주의를 규정하는 능력주의적 정치기획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한다.
○미국에는 대학학위를 갖지 못한 사람의 수가 전체 인구의 3분의 2에 달한다. 능력주의에 대한 강조는 미국에서는 곧바로 학력주의로 나아가고 이로 인해 대학 학위를 갖지 못한 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점차 널리 퍼지게 된다. ...학력주의라는 편견은 성공한 자들에게 교만한 마음을 준다.
■들어가며
○2016년에는 성난 포퓰리스트들의 반란이 일어나 그 결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 ...오만과 분노의 유독한 혼합물은 트럼프를 백악관까지 밀어 올렸다. ...이 책은 공동선이 정치를 찾아 나서기 위해 생각을 모아보는 책이다.
■서론 : 대학입시와 능력주의
○불평등한 사회에서 꼭대기에 오른 사람들은 자신들의 성공이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믿고 싶어 한다. ...우리가 스스로를 자수성가한 사람, 또는 자기충족적인 사람으로 볼수록 감사와 겸손을 배우기가 어려워진다.
○엘리트층에 대한 분노가 민주주의를 위험수준까지 밀어내게 될 때 능력에 대한 의문은 특별히 중대해진다. 우리는 우리의 갈등 지향적 정치에 필요한 해답이, 과연 능력의 원칙을 더 믿고 따르는 것인가 아니면 계층을 나누고 경쟁시키는 일을 넘어 공동선을 찾는 것인가에 대해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CHAPTER 1 : 승자와 패자
○첫째, 엘리트에 대한 포퓰리즘의 분노가 주로 인종적, 민족적, 성적 아양성의 꾸준한 증대에 대한 반동이라고 보고 있다. 두 번째는 노동계급의 분노를 세계화와 기술혁신의 시대 변화가 너무도 빠른 데 대한 당황, 그리고 방향 상실의 결과라고 본다.
○시장주도적 세계화는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그리고 국가적 정체성과 애국심도 약화시켰다. ...시장 중심적 세계화를 수용했고 경제가 갈수록 금융화 되는 경향을 환영했다.
○미국, 영국, 유럽에서 포퓰리즘의 발흥은 일반적으로 집권 엘리트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오늘날 가장 부유한 1%는 하위 50%가 버는 것보다 더 많이 벌고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의 폭발적인 불평등 증가는 사회적 상승을 가속화 시킨 게 아니라 정반대로 그 지위를 대물림해줄 힘만 키워주고 말았다. ...트럼프는 자신이 억만장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분노를 잘 이해했으며 잘 써먹었다. 오늘날 미국의 정치를 나누는 가장 깊은 균열 중 하나는 <대학을 나온 사람> 대 <안 나온 사람>이다.
○자격증이 있거나 전문 지식인으로 인정받는 사람들의 명예는 높아지고, 대부분의 노동자는 그 사회적 지위와 명망이 추락하여 그들의 사회적 기여 또한 과소평가되는 상황에 부딪친다.
○경제활동이 <물건 만들기>에서 <돈 관리하기>쪽으로 넘어가면서 또한 헤지펀드 매니저나 월스트리트의 은행가들, 전문직업인들이 사회적 보상을 과하게 챙기면서 전통적인 일자리에 대한 명망은 급락, 약화되었다.
○시장 주도적 세계화는 40년 동안 지속되면서 정치담론의 장을 공동화했고, 보통 시민들을 무력하게 만들었으며 포퓰리즘의 반격을 촉발했다. 그 반격이란 텅 빈 공론장에 무자비하고 복수심에 불타는 민족주의를 채워 넣으려는 움직임이다. 민주정치가 다시 힘을 내도록 하려면, 우리는 도덕적으로 보다 건실한 정치 담론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우리 공통의 일상을 구성하는 사회적 연대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능력주의를 진지하게 재검토함으로써 가능하다.
■CHAPTER 2 : 능력주의의 짧은 역사
○능력주의 사회는 자유를 강력하게 옹호하며, 각자 스스로 필요한 것을 정당하게 얻을 수 있도록 한다. ...인간의 능력에 대해 한 것 강조한다. ...불운을 겪는 사람에게 냉혹한 태도를 부추긴다.
○프로테스탄트의 직업윤리는 자본주의 정신의 배경이 되었을 뿐만이 아니다. 자기 구제와 자기 운명에 대한 책임의 윤리, 능력주의적 사고방식에 적합한 윤리의식이 기반이 되었다.
○역사를 조금만 살펴봐도 강대국이 꼭 정의롭지는 않으며, 도덕적으로 존경할 만한 나라들이 꼭 강력하지는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소련의 몰락과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많은 서구인들은 역사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 자본주의로의 행로를 명백히 드러냈다고 여기게 되었다. 그런 가정에 힘입어 그들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비전을 실천에 옮겼다.
■CHAPTER 3 : 사회적 상승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는가?
○우리는 성공을 행운이나 은총의 결과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노력의 분투로 얻은 성과라고 본다. 이것이 바로 능력주의의 핵심이다. ...우리 자신을 자수성가하고 자기 충족적인 존재로 여길수록, 우리보다 운이 덜 좋았던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힘들어진다. ...이 논리는 능력주의가 공동체 의식을 악화시키는 논리로 기능한다.
※나 역시 공자 말씀대로 나이 50인 知天命에 이르러서야 세상의 이치를 조금씩 깨닫게 됨을 알았다. <지천명>이란 論語 爲政篇에 나오는 말로 孔子가 나이 쉰에 <하늘의 명령을 알았다>는 뜻인데, 천명이란 <우주만물을 지배하는 하늘의 명령이나 원리, 또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말한다. 2003년부터 초등학교 동기 동창회를 재조직하여 운영하면서 모든 동창들을 모두 한 마음으로 동창회에 나오게 하는 일이란 매우 어려운 일임을 깨닫게 된다. 1965년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우리는 중학교에도 진학하지 못한 친구, 중학교만 졸업한 친구, 고등학교만 졸업한 친구들이 대부분이고 정상적으로 대학교(교육대학 포함)를 나온 사람들은 120여명(남 여 각 60여명)중 10명이 채 못 된다.
예전에는 나를 포함한 우리가 대학을 나오게 된 것은 나름 공부를 할 만큼 해서 나온 것(더구나 예비고사 시절이라 합격하지 못하면 대학진학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다)이고, 등록금을 낼만 한 형편은 되는 가정이었던 것이므로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로만 여겼다.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친구들은 제쳐두고 어려서부터 중학교에도 가지 못한 친구들, 중학교만 졸업하고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던 친구들의 뼈저린 아픔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면서 살아왔던 것이다. 단지 그들의 운명으로만 여긴 것이다. 어려운 환경과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해서 경제적으로는 살만 큼 살 고 있고, 자녀들도 잘 키워서 나름 자신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친구들이지만 70이 된 지금도 동창회에 나오는 것을 매우 꺼리는 친구들이 여럿 있다. 항상 매우 안타까운 일로 여긴다. 친구들이 오늘날 나를 시골 지역사회에서 나름 성공(?)한 사람으로 보아주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나의 능력과 노력 두 가지 면에서 다른 친구들보다 결코 특별히 우월해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내가 그들보다 나았던 것은 단지 공부를 조금 잘 한 것과, 가정형편이 조금 좋았던 것 뿐 이었다. 거기에다 고맙게도 幸運(직업, 결혼, 경제, 건강 등)이 잘 따라준 것뿐이다. 다른 표현으로 福을 잘 받고 태어나고 운 좋게 살아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더욱 겸손한 자세로 어려운 처지에서 살아온 친구들을 이해해주고 잘 보듬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내겐 우리 친구들이 여생을 건강하게 함께 살아가도록 동창회를 잘 보살펴가야 하는 봉사적 의무가 있다.
○복지국가에 대한 레이건-대처식 비판은 누구나 자기 자신의 복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며, 따라서 공동체는 자기 책임이라 할 수 없는 불운에 대해서만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평등한 기회와 사회적 상향 이동 보장이라는 이상은 오래전부터 아메리칸 드림의 일부였다.
○사실 능력주의 엘리트에 대한 포퓰리즘적 반감이 트럼프 당선과 그해 초 영국에서 예상을 깨고 이루어진 브렉시트 표결에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믿을 이유가 있다.
○미국인은 그 어떤 사람들보도 <열심히 일하면 성공한다>, <자기 운명은 자기 손에 달려 있다>는 믿음에 집착하는 사람들이다. ..노력과 근성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어 이상 현실과 맞지 않는다. ...미국에서 가난하게 태어난 사람은 상류층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 ...사실 다른 나라들보다 미국에서 사회적 이동성이 떨어지고 있다. 부나 가난의 대물림 현상이 다른 선진국들보다 더 많이 나타난다. ...능력주의적 오만의 가장 고약한 측면은 학력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꼭 상류층이 되어야만 할 이유는 없다. 선진국에서는 경제적으로 중산층이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고 얼마든지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상류층을 구태여 동경하고 그렇게 되지 못하였음을 한탄할 필요도 없고, 또 그런 사람을 보지도 못하였다. 우리 한국은 미국보다도 더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상층이동이 어려운 사회라고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이루지 못할 꿈은 절대 아니다. 나의 초등학교 친구 중에는 본인은 고등학교만 나왔지만 큰 아들은 병원장이고 다른 아들은 부부가 대기업에 다니는 상층 중산층들이 된 친구가 있다. 또 본인은 초등학교만 나왔음에도 아들이 의사가 된 친구도 있다. 능력주의 경쟁사회에서 환경의 어려움을 극복해낸 칭찬할 만한 사례들이다. 후진국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6․25 전쟁 시기에, 그것도 가난한 농촌가정에서 태어나 중학교나 고등학교 진학도 하지 못한 친구들이 오늘날 어엿한 가정을 이루고 지금까지도 열심히 일하며 잘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초등학교 친구들이 매우 자랑스럽다.
○성공의 길에 놓인 장애물을 모두 제거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이 동등한 성공기회를 가질 수만 있다는 것, 인종이나 출신계층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기 재능과 노력이 허락하는 한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기회가 정말로 평등하다면 꼭대기에 선 사람은 그 성공과 관련된 보상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이것이 능력주의의 약속이었다.
■CHAPTER 4 : 최후의 면책적 편견, 학력주의
○학력주의의 편견은 능력주의적 오만의 한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능력주의에 더욱 물들게 되면서 엘리트들은 출세하지 못한 사람들을 깔보는 버릇마저 들었다. 대학에 가서 자신의 조건을 향상시키라고 노동자들에게 골백번 되풀이 하는 말은 아무리 의도가 좋을지라도 결국 학력주의를 조장하고 학력 떨어지는 사람들의 사회적 인식과 명망을 훼손한다.
○학력이 뛰어난 사람이 정부를 이끈다는 것은 비교적 좋아 보인다. 그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노동계급의 생활을 동정적으로 이해한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그것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실천적 이혜와 시민적 덕성이라고 부른 것이다.
○좋은 통치는 실천적 지혜와 시민적 덕성을 필요로 한다. 공동선에 대해 숙고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나 둘 중 어느 것도 오늘날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함양될 수 없다. 최고의 명문대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최근의 역사적 경험은 도덕적 인성과 통찰력을 필요로 하는 정치 판단 능력과 표준화된 시험에서 점수를 잘 따고 명문대에 들어가는 능력사이에 별 연관성이 없음을 보여준다. 최고의 인재들이 저학력자 동료 시민들보다 통치를 잘한다는 생각은 능력주의적 오만에서 비롯된 신화일 뿐이다.
※대한민국의 정치지도자들인 국회의원들은 국민들로부터 가장 낮은 신뢰를 받는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 공부 잘하여 일류대학을 나오고,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판검사를 하거나, 변호사로 개업하여 돈을 벌다가 국회로 진출한다. 이제 그들이 우리 정치계를 거의 장악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가 되었다. 오늘날의 사회구조는 너무 복잡해졌다. 따라서 법을 잘 아는 사람 아니면 정치한다고 나서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법 만능주의 사회가 되었다. 그런데 과연 그들이 진정으로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위하여 저리도 서로 다투고 상대들을 고소 고발한다고 생각할 국민들이 있기나 한가? 나는 개인적으로 법조인, 사업가 출신 정치인들(의원 및 자치단체장)을 조금도 좋아하지 아니한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는 진정한 정치인들을 거의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남녀 노소를 막론하고, 어느 특정 정치인들을 비판을 허용하지 않으며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팬덤(fandom)현상이 생겨나는 것은 참 이해하기 어렵다. 노빠, 문빠, 박빠, 조빠....사이비 종교집단에 빠진 신자들 다름 아니다.
○우리 시대의 거침없는 학력주의는 노동계급 유권자들이 포퓰리즘 및 민족주의 정당으로 발길을 돌리도록 하며, 대학 학위가 있고 없는 사람들 사이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리도록 하고 있다.
○2016년 포퓰리즘의 갑작스러운 상승(영국의 브렉시트 결정과 미국의 트름프 승리)은 능력주의 엘리트와 신자유주의적, 기술관료적 정치 관행에 경종을 울린 것이었다.
■CHAPTER 5 : 성공의 윤리
○능력주의 사회에서조차 적어도 일부 상류층은 남다른 출발점에서의 유리함(사랑과 지지를 아끼지 않으며 아마도 부유한 가족, 헌신적인 교사와 훌륭한 학교 등)덕을 보지 않았을까 하고 의심하는 것이다. 능력주의 사회가 정의롭다고 판단하기 전에 이 회의론자들은 모든 아이들에게 그 출신 가정과 무관한 교육, 문화적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는 정책이 존재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부유하고 유력한 사람들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자신들의 특권을 영구화하고, 전문적인 계급은 자신들의 유리함을 자녀에게 물려줄 방법을 찾아낸다. 그리하여 능력주의를 세습귀족제로 탈바꿈 시킨다.
※일직이 이미 10여 년 전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강남좌파>에서 한국 엘리트의 위선을 고발한 바 있다. 나는 그 책을 읽고 감동하여 이 블로그에 나의 의견을 충분히 피력한 일이 있다. 서울대 법대 교수였던 조국은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내고 대통령에 의해 무리하게 법무장관에 취임하는 청문회 과정에서, 그 아들과 딸의 대학진학을 위한 스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지나치거나 불법적인 행위들이 드러나 큰 고역을 치르고 있다. 아내인 정경심 교수는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딸은 의사시험에 합격하여 최근 어느 종합병원에 인턴으로 근무하게 되었으나 추후 조국교수에 대한 최종 판결에 따라 의학전문대학원 합격과 면허자격이 취소될 수도 있다고 한다. 능력주의사회에서 엘리트들이 자녀들의 성공을 위해 흔히 저지르고 있으면서도 전혀 죄의식이 없는 부끄러운 한국사회의 자화상이다. 조국교수와 정경심 교수가 그 치부를 잘 드러내주었다. 조국교수 부부의 끊임없는 거짓 변명은 용서하기 힘든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으나 한편으로 그 자녀들을 생각하면 매우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어찌 그 아이들에게 죄를 지울 수가 있으랴?
○최선을 다하더라도, 가장 포괄적인 교육체제하에서라도 가난한 집 아이가 풍부한 관심, 지원, 인맥을 갖춘 집안의 자녀와 평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기란 어렵다.
○능력주의에서 중요한 건 <모두가 성공의 사다리에 오를 평등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다리의 단과 단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는 문제가 안 된다. 능력주의의 이상은 불평등을 치유하려 하지 않는다. 불평등을 정당화하려 한다.
※능력주의 세상에서 살아온 나도 역시 불평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도 물론이다. 경쟁을 통해서 우리나라는 발전하여 왔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불평등은 없을 수 없다. 아니 경제적인 차원을 떠나 바라보면 이 세상에 그 어느 것에도 완전히 평등한 건 없다. 평등을 가장 핵심가치로 추구하는 북한 같은 공산주의체제에서도 모두의 평등은 존재하지 않으며 또 그렇게 만들 수도 없다. 경제 발전을 위해 자본주의 경제를 수용해버린 중국이나 베트남은 말할 것도 없고, 쿠바나 북한마저도 빈부의 격차가 확연하게 되었다. 공산주의는 결국 실패하였다.
대한민국에서 엘리트층의 자녀교육에서의 지나친 교육비 투자와 집중, 그리고 특권적 편법이 드러나고는 있으나 사실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다. 초중학교 과정에서 모두 평등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고교에서는 과학고, 외국어고, 예술고, 영재고 등 학력이 우수한 인재들을 교육하기 위한 특별한 특목고들이 있어 과열된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정도이다. 등록금을 일반고에 비해 3-4배 씩 내고 다니는 자립형 사립고들은 대부분 정리되고 있다. 나는 교육부가 특목고들이 입시교육에 치중(그나마 모두가 판검사 되고 의사가 되라는 잘못된 진로지도)하지 않고 그 설립목적에 맞는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강력한 지도를 하면 되는 일이지 아예 없애고 모두 평준화고교로 만들어 가고 있는 획일적인 고교 교육정책에 반대한다. 유능한 인재들을 길러내야만 21세기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살아남을 수 있고, 또 우리 같은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은 나라발전 덕으로 더불어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저런 재능을 가지게 된 것은 내 노력이 아니라 행운의 결과이다. ...내가 재능을 후하게 보상하는 사회에 산다면 그것 역시 우연이며, 내 능력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존 롤스(1921-2002)
- 사회의 모든 가치, 즉 자유와 기회, 소득과 부, 인간적 존엄성 등은 기본적으로 평등하게 배분되어야하며, 가치의 불평등한 배분은 그것이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만 정의롭다.
- 비록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며 계층사이에 따른 불이익을 완전히 보장해주는 체제라 해도 정의로운 사회로 부르기에는 불충분하다.
- 비록 사회적 우연성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완벽하게 이루어지더라도 공정한 능력주의는 여전히 능력과 재능의 자연적 배분에 따라 부와 소득이 분배되는 것을 허용한다.
※마이클 샌델(1953- )
- 공동체주의,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 또 모두가 함께 라는 생각을 가지는 공동체 윤리가 확립되어야 하며 그것이 불평등의 유일한 해법이다. 기회의 평등에서 나아가 조건의 평등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필자
- 능력주의는 한국 같은 신흥 선진국들을 만들어 냈다. 경쟁 속에서 인간의 능력이 발휘되고 그 성과는 제 발전으로 나타났다. 경쟁은 필요악이다. 경쟁 없는 사회는 발전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을 반세기에 걸쳐 공산주의를 실험한 여러 나라에서 확인하여 주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행운이 따랐다 해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과는 다른 무언가 우월성이 있음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그 우월성이라는 것은 비단 타고난 재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잘하는 능력이든, 특별한 운동을 잘하는 능력이든, 그림을 잘 그리는 능력이든, 잘생긴 미모이든, 남다른 연기력이든, 뛰어난 말주변이든, 뛰어난 사업적 능력이든, 뛰어난 조직력이나 리더십이든, 강한 의지력이든, 끈질긴 집념이든 아무튼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타고난 재능과 성격과 외모가 주어졌고 그 우월성을 바탕으로 거기에다 끊임없는 성실성과 남다른 행운이 곁들여져 성공을 이루는 것이다. 우리가 타고난 차등의 차이를 부정할 수 없듯이 불평등(부, 권력, 명예 등)한 세상을 무조건 탓할 수만은 없다. 국가와 사회는 부의 지나친 불평등은 법과 제도로 완화시켜야 하며 권력과 명예는 오직 정의롭게 취득하고 사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보편화 된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어제(2월 8일) 국내 최대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톡’을 만든 김범수(55)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재산의 절반이상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목적은 ‘사회문제 해결’이라고 한다. 5조원이 넘는 규모의 기부 계획을 그는 카카오 직원 7000여명이 포함된 단체 메시지로 공개했다. 김 의장은 국내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자, 1세대 정보기술(IT) 창업자다. 한게임ㆍNHN을 거쳐 창업한 카카오로 그는 모바일 플랫폼 시대를 열었다. 그런 그가 재산 50% 이상 기부를 약속하고, 이를 통해 사회 문제를 풀겠다고 공언함으로써 한국에 새로운 기부 모델을 확산시킬 지 주목된다. 해외에서도 IT 기업 리더들이 자산 기부를 통한 사회문제 해결을 주도한다. 재산 90% 기부를 선언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나 주식 99% 환원을 약속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CEO 퇴진 후 자선사업과 새로운 문제해결에 집중하겠다고 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이다.
○자유시장 자유주의와 복지국가 자유주의가 지난 50년 동안 공적 담론을 지배했다 해도 <각자가 자신에게 맞는 것을 가져야 한다>는 신념을 뒤집지는 못했다. 반면 지난 몇 십 년 동안 성공에 대한 능력주의적 태도는 더욱 세력을 굳혔다. 심지어 사회적 이동성이 정체되고 불평등이 악화되는 현실에서도 말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겸손은 오늘날 사회경제적 삶에서 통 드러나지 않는다. ...오늘날 복지국가는 롤스의 정의사회와 크게 동떨어져 있는 셈이다. ...오늘날의 복지국가(특히 미국)가 롤스식의 정의사회와 맞지 않는다는 건 확실하다. ..완벽하게 정의로운 사회(롤스의 정의론에 따라)도 불평등이 없지는 않다.
○비록 자유시장 자유주의와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모두 능력을 정의의 제일조건으로 배제하고 있지만, 둘 다 결국에는 능력주의로 기운다. 둘 다 성공에 대해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를 거르지 않으며, 능력주의가 빠지기 쉬운 함정, 즉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이라는 함정을 피하지 못한다.
○세계화의 전리품을 나눠 갖지 못한 사람들의 높아져 가는 분노에 귀를 막은 채, 그들은 불만이 꽉 찬 공기 속을 아무렇지도 않게 다녔다. 포퓰리즘의 반격은 그들에게 뜻밖의 상황이었다. 그들이 내놓은 능력주의 사회 시스템에 내재된 대중을 향한 모욕을 도무지 모르고 있었다.
■CHAPTER 6 : <인재 선별기>로서의 대학
○학업능력은 주로 고등학교 성적과 SAT 점수로 측정된다.
※한국의 대학도 고등학교 성적과 (내신) 수능점수로 선발한다. 한 때 중시되던 논술은 점차 비중이 약해지고 있다. 다만 미국은 기여입학제가 있으나 한국은 단호히 배격한다.
○능력주의 시대의 고등교육은 사회적 이동성의 엔진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반대로 특권층의 부모가 자녀에게 특권을 물려줄 좋은 기회만 제공한다. ...이러한 세습 특권귀족제는 능력주의 엘리트층에게 자리를 내주었으며 그들은 지금 그들이 내몬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특권을 갖고 이를 확고부동하게 하려고 못질을 해댄다.
※한국에서도 강남특권층들의 무서운 교육열과 놀라운 독점적 일류대 합격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따위가 대단한 걱정꺼리는 아니다. 자율형 사립고와 특목고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고,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도 이루어지고 있다. 또 일류대학에 진학한다고 해서 취업이 보장되지도 않는 사회가 되어 버린 이유도 있다. 또 행복이란 게 무슨 대기업에 다닌다거나 의사라거나 변호사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은 전혀 아니다.
○능력주의 입시제도로의 전환은 뛰어난 학생들 대부분을 끌어들일 수 있는 대학의 명예를 최고로 높여 주었다. 명예는 대개 그 대학에 합격한 학생의 평균 SAT점수로 측정되며 또한 심술궂게도 그 대학에 떨어진 입학희망자 숫자로 측정된다.
○부유한 부모들은 자제들에게 명문대 입학을 위한 강력한 뒷받침을 해준다. ...능력주의의 군비경쟁은 부유한 집안 쪽으로 전세를 기울인다. 그리고 부자 보모들이 스스로의 특권을 대물림하기 쉽게 해준다. ...<부모 노릇하다>라는 단어는 1970년대에 와서야 동사로써 널리 쓰이게 되었다. 자녀가 공부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부모의 책임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여겨지게 되던 때이다.
○비록 사회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결 같이 부모의 개입이 심해지긴 했으나, 가장 심했던 곳은 불평등이 가장 두드러진 곳이었다. 가령 미국이나 한국 같은 나라였다. 그리고 스웨덴이나 일본처럼 불평등이 비교적 덜 불거진 나라에서는 그러한 극성 부모들도 덜 나타났다. 이해할 만하기는 하지만, 자녀의 인생을 능력주의적 성공으로 몰고 가려는 부모들의 집착은 심리학적으로 따져봐야 할 문제다.
※우리 아들과 딸은 자신들도 자녀교육에 있어 자신들이 성장한 모습대로 키우기를 기대한다. 초등학교부터 보습학원은 물론 특기신장을 위한 학원까지도 억지로 보낸 적이 없다. 태권도도, 웅변도, 학습지 과외도, 영수학원도 본인이 하기 싫다면 언제나 그만 두게 했다. 우리 아들은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시골의 고등학교의 기숙사에서, 딸은 배정받은 평준화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전 학년 동안 공부하였다. 21세기 인공지능시대에 젊은 엄마 아빠들이 70년대 이후 능력주의시대의 유물이자 이제는 신뢰성이 약한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유치원 시절부터 아이들에게 온갖 비싼 과외를 시키고, 초등학교부터는 여러 곳의 학원을 돌게 하는 것은 부모의 자녀에 대한 본의 아닌 학대이다. 그렇게 키운다고 해서 그 아이들이 자신이 가진 재능보다 월등한 성장을 통해 성공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간다는 보장은 전혀 신뢰할 만한 근거가 없다. 그저 조금 공부 더 잘하여 조금 더 좋은 대학에 갈 수는 있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살이는 그렇게 단순한 게 절대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모두들 60년을 더 사는 세상이다.
자신의 미래의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학교(학과)에 진학하고, 원하는 직업을 가지고 만족스럽게 살아가면 인생의 반은 이미 성공한 것이다. 이 외에도 행복의 조건은 무수히 많다. 건강, 안전, 가족(애), 사랑(연애), 결혼, 경제(부), 명예(사회적 지위), 봉사(국가와 사회에 대한), 존경(사회적 신뢰), 도덕성, 준법성, 의지력, 판단력, 리더십, ...어느 것 하나라도 무너지면 한꺼번에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는 게 인생이다.
○고등교육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볼 때가 왔다. 특권을 얻은 사람들의 고장 난 정신 상태를 고치기 위해서 만이 아니라, 능력주의적 인재 선별이 낳은 시민생활의 양극화를 고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CHAPTER 7 : 일의 존엄성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1970년대까지, 대학 학위가 없어도 좋은 일자리를 구하고 가족을 부양하고 편안한 삶을 사는 일이 가능했다. ...미국 남성의 중위소득은 물가 연동 실질가격으로 볼 때 반세기 동안 답보상태다. ...비대졸자 백인 남성의 소득은 1979년 당시보다 실질적으로 낮다. ...비대졸 노동계원들은 도널도 트럼프에게 몰표를 안겼다. 불만과 증오를 앞세우는 그의 정치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끌렸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단지 경제적 곤란 때문에만 어려워한 게 아님을 보여준다. ...하위 90퍼센트의 사람들에게 아메리칸 드림 머신은 <자동화, 해외아웃소싱, 다문화 정착민들의 위력> 등으로 작동이 멈춰버렸다.
○40년 동안의 세계화 과정에서 뒤처지고 불평등까지 심화된 가운데, 고통은 단지 봉급수준의 정체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오랜 두려움, 즉 <내가 고물이 되어버린다>는 두려움의 현실화에 직면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술이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세상에 살고 있다.
○GDP의 규모와 분배에만 관심이 있는 정치경제학은 일의 존엄성을 떨트리며, 시민 생활을 황량하게 만든다.
※1960대 박정희 대통령의 등장이후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는 놀라운 경제성장(2020년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자 1인당 GDP(ppp) 24위로 36개국 경제 선진국에 포함)을 이루어낸 대한민국에서 그 과정을 피부로 겪으며 평생을 살아온 나는 아직도 여전히 경제성장 맹신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 당당한 선진국이 되었으니 우리나라도 함께 나누고 살아가는 선진 복지국가를 이루어 내는 길로 힘 있게 나아가야 한다.
○금융의 역할이 증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금융업계는 선진경제체제에서 중심적 위치에 있으며, 지난 수십 년 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금융은 그 자체가 생산적일 수가 없다. ...경제활동을 돕는 것이다. ...점점 더 관계자들에게 큰 수익을 창출하는 복합 금융공학과 연계되고 있는데, 이 금융공학이란 경제를 보다 생산적이게 하는 일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금융계가 한국경제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은행, 각종 기금, 보험회사, 투자회사, 증권업계 등으로 돈이 몰리고 엄청난 흑자를 올려가며 직원들에게 억대 연봉에다 수백 %의 보너스를 지급한다. 수많은 중소기업과 하청업체직원들은 박봉에 시달리고 있으며, 젊은이들은 취업이 단절되고 일자리에서 밀려난 은퇴세대들은 자영업을 시도하다가 퇴직금까지 날리고 있다. 국민의 돈으로 움직이는 금융업계의 지나친 이윤추구방식과 배분에 대한 적절한 법적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덧붙여 정부산하기관인 각종 공사에 대한 수입구조와 운영에 대한 개혁도 요구된다.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 경제에서 금융은 15%만 생산성 있는 신생기업으로 투자되고 나머지는 기존 자산이나 인기 있는 파생상품 등에 투기된다고 추산한다. ...경제적으로 그것은 경제성장을 돕기 보다는 방해하는 데 금융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도덕 및 정치적으로 그것은 <시장이 금융계에 주는 막대한 보상>과 <그것이 실제 공동선에 거의 기여하지 않는 것>사이의 큰 불일치가 있다는 의미다. 이런 불일치에다 금융종사자들이 투기 활동을 하면서 분에 넘치는 명성을 누리는 현실은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존엄을 조롱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제안한다. 급여세의 전부 또는 일부를 없애는 대신 금융거래세를 일종의 <죄악세>로 신설하여 카지노나 다름없고 실물경제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투기 행위를 억제하는 방안을 토론의 주제로 삼을 것을 말이다.
■결론 : 능력, 그리고 공동선
○종종 기회의 평등의 유일한 대안은 냉혹하고 억압적인 결과의 평등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또 다른 대안이 있다. 막대한 부를 쌓거나 빛나는 자리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도 고상하고 존엄한 삶을 살도록 할 수 있는 <조건의 평등>이다.
○40년 동안 시장 주도적 세계화가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가져오면서 우리는 제각각의 생활 방식을 갖게 되었다.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은 하루 종일 서로 마주칠 일이 없다. 우리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살고 일하며 쇼핑하고 논다. ...성공한 사람은 자신이 그 성공의 대가를 온전히 누릴 자격이 있다고 여기고, 밑바닥에 떨어진 사람도 다 자업자득이라고 여긴다.
○능력주의는 처음에 매우 고무적인 주장으로 출발했다. 우리가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믿으면 신의 은총을 우리 편으로 끌어 올 수 있다는 주장 말이다. ...그것은 완벽한 평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다만, 서로 다른 삶의 영역에서 온 시민들이 서로 공동의 공간과 공공장소에서 만날 것을 요구한다. 이로써 우리는 우리의 다른 의견에 관해 타협하며 우리의 다름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공동선을 기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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