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22년 3월

청담(靑潭) 2022. 3. 31. 20:31

2022년 3월

 

바야흐로 봄입니다. 10여일 전, 別墅인 지산하우스에 산수유 한그루가 유난히 먼저 꽃을 피우더니만 일주일 전부터는 별서의 매화와 과일정원의 매화들이 연이어 피었습니다. 지난번에 재작년 겨울 매서운 추위에 죽은 나뭇가지들을 잘라주어서인지 꽃피운 나무 모습이 아주 깔끔합니다. 특히 재작년에 심은 청매화 꽃들은 아주 상큼하기가 짝이 없습니다. 엊그제는 지산하우스의 백목련이 피었고 모르는 사이에 개나리도 피었습니다. 오늘은 자목련이 막 피어나려 애를 쓰는 듯한 모습이고 과일정원의 살구꽃도 예외가 아닙니다. 아마도 며칠 내에 모두들 피어버릴 심산인가 봅니다. 이미 시내의 벚나무 꽃망울들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하는 걸 보니 주말이면 세상이 온통 꽃 잔치가 벌어질 듯합니다. 모레 함라산으로 진달래를 보러 등산을 가려 합니다. 작년에 깜박 늦어 이미 다 지고 있는 진달래를 볼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엔 놓치지 않으려 하나 어쩌면 이미 늦었는지도 모릅니다. 그제 新舊 대통령들이 청와대에서 만나는 장면에 갓 피어난 진달래가 보였었습니다.

며칠 전에 과일정원의 사과나무 두 그루, 배나무 한 그루, 복숭아나무 한그루와 지산하우스의 모든 꽃나무에 퇴비와 복합비료를 주었고, 오늘은 장미나무들에게는 흰가루병약을, 과일나무들에게는 살충제를 주었습니다. 살구나무와 매실나무, 포도나무 외에는 꽃만 볼 뿐 열매는 벌레들이 파고 들어가 전혀 수확할 수가 없습니다. 금년에 처음으로 엄청 큰 자두나무는 포기하고 사과, 배, 대복숭아나무 등 네그루만 살충제를 주면서 열매를 예쁘게 자라도록 해 볼 생각입니다. 물론 경제적 이득과는 관계없는 일입니다.

50여 평 채소밭은 현재 잘 준비하고 있습니다. 봄이라서 벌써 솟아난 부추와 취나물, 방풍나무가 있고, 2년생 도라지는 곧 싹이 나올 것입니다. 차츰 모종을 사다 심거나 씨를 뿌려 가꾸기 위해 오밀 조밀하게 밭을 나누어 하루에 대여섯 평씩을 삽으로 파고 있습니다. 4월중에 상추, 쑥갓, 하지감자, 참외, 생강, 가지, 오이, 토마토, 쪽파, 대파, 고추, 고구마, 옥수수를 심게 됩니다. 호박은 과일정원에 심습니다. 시골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꽃구경도 잘 다닐 생각입니다.

<30일 새벽 4시>

 

4일 전국서예대전 작품제출

이백(701-762)의 청평조(淸平調)를 썼습니다. 이백이 당 현종 앞에 불려와 지었다는 양귀비 찬가입니다. 꼬박 두 달간 준비했는데 그런대로 흡족합니다.

 

12일 칠순 기념 가족 식사

내 생일이 음력 2월 12일입니다. 빠른 53이라서 학교도 일곱 살에 입학했습니다만 정작 생일날은 항상 3월이 됩니다. 금년은 3월 14일인데 서울에서 아들딸과 함께 식사를 하기로 하였으므로 이틀 전인 12일 토요일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하다보니 2월 12일에 카톡방이나 밴드에 생일축하 인사가 뜨는 해프닝이 일어나고, 진짜 생일날은 3월 14일인데 어찌 알고 축하 메시지가 여러 통 왔습니다. 또 1953년 태어난 날은 양력으로는 26일입니다. 그래 생일날이 세 번이나(?) 됩니다.

예전 같으면(코로나가 아니면) 양가 친척들이 모여 칠순잔치를 했겠으나 코로나 발생 이후로는 모든 친구들이 가족식사로 대신하였습니다. 나도 역시 서울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친 동생들은 함께 하지 못하므로 꽃다발과 생일 케익을 보내왔습니다. 서울에서는 아들, 딸 사위, 이들과 늘 생활을 함께 하는 두 처제, 조카 민경이까지 모두 여덟이나 모였습니다.

아들 이대표(돼지요리, 양요리)와 사위 정박사(오리요리, 닭요리)가 음식을 나누어 맡아 직접 요리솜씨를 뽐냈는데 정말 맛있습니다. 모두들 ?둘이서 식당을 해도 되겠다?는 칭찬까지 아끼지 않습니다. 민경이는 활어횟감을 마련했습니다. 이대표가 여러 가지 술도 준비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주도 여행비를 준 아들 딸 내외와, 선물비를 준 두 처제님 고맙습니다.

서울에서 내려와 14일 생일아침 아버지를 찾아뵙고 아침식사를 하고, 어머니 산소를 찾아뵈었습니다. 두 분이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시었고, 내가 어언 칠순을 맞았는데 지금까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은 오직 자식만을 위해 최선을 다하신 부모님 덕택입니다.

90까지 건강하게 살기 위해 물, 불, 차, 술을 더욱 조심하겠습니다. 가장 성공한 인생은 경제적 어려움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입니다. 국가나 자식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지 않으면서, 건강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더욱 겸손하고 더욱 안전하게 살아가겠습니다.

 

15일 아버지 건강-전북대병원

어머니 돌아가신 후 손 떨림 현상(수전증 비슷)이 생겨 뇌신경과에서 약을 처방받아 왔는데 수전증을 아니라고 합니다. 손 떨림 현상이 멎은 상태인데 큰 이상이 없으니 약만 잘 복용하면 된다고 합니다.

위암증상(19년 6월 판정)으로 소화기내과에서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하고 계시는데 나쁜 현상이 없으므로 걱정할 필요 없이 약만 잘 복용하라며 구태여 위내시경도 하실 필요까지는 없다고 합니다.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고, 위암으로 고통 받는 현상은 수년이 지나야 나타나므로 지금대로 잘 관리하시면 된다고 합니다. 요즈음 건강이 좋으신 모습이고 날이 더 풀리면 시골집에 종종 다녀가시기로 했습니다.

 

29일 신춘휘호대회 작품제출

서거정 선생(1420-1488)의〔益山途中〕의 제 2연입니다. 같은 내용으로 행서와 예서를 썼습니다. 흡족치 못하나 아주 후련하기 짝이 없습니다. 앞으로 두어 달 쯤은 작품 준비하는 거 없이 그저 편안하게 연습이나 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백년토록 말이 없는 금마는 가련한데 / 百年無語憐金馬

만고에 다정한 양조각상은 기억하겠지. / 萬古多情記石羊

 

코로나19 상황

K방역을 자랑하던 우리나라의 코로나 상황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닙니다. 오늘까지 4명중 1명이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어제(30일) 신규 확진자는 32만 명이고, 위중증 환자가 1,315명, 사망자는 375명입니다. 세계에서 신규 확진자가 연일 최고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익산시 인구 28만 명인데 하루 확진자수는 2,000명을 오르락 내리락 거립니다. 그저 하루 서너 명 걸리던 때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며 두려워했는데, 이제는 정작 하루 2천이니 3천이니 하는 시절이 왔음에도 도무지 무서움들이 없는지 일상생활은 여전하게 돌아갑니다. 가족 중에 확진자가 있어도 모두 함께 생활하고 학생은 학교에 가고, 의료기관 근무자는 의료진 부족으로 본인 확진에도 근무해야하는 상황이라니 사회적 거리두기 8명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도무지 모를 일입니다. 동생들도 셋이나 걸렸고 여기저기 확진되는 사람들이 막 늘어나고 있습니다. 60세 이하 사람들은 감기 증상 정도로 넘어간다지만 사망자의 97%가 60세 이상이라서 우리는 절대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내일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 발표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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