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범해

청담(靑潭) 2022. 9. 4. 23:09

범해(泛海 바다에 떠서)

왕수인(왕양명 1472-1528)

험이원불체흉중 (險夷原不滯胸中)

하이부운과태공 (何異浮雲過太空)

야정해도삼만리 (夜靜海濤三萬里)

월명비석하천풍 (月明飛錫下天風)

 

험난하고 편안함은 본래 마음속에 있지 않으니

어찌 뜬 구름이 아득한 하늘을 지나감과 다르겠는가.

밤은 고요한데 거친 파도 삼만리에 이르고

달은 밝은데 거친 하늘 바람에 지팡이가 날리네.

 

해설(인용)

내 본시 죽거나 살거나 별로 개의치 않거늘 뭘 이 정도의 파도에 겁을 낸단 말인가? 하는 기분의 두 구절을 뽑은 뒤, 눈앞 전후좌우로 펼쳐진 웅대한 풍경을 그려놓았다. 사방엔 뭍도 섬도 보이지 않는 바다가 끝도 없이 펼쳐 있고, 큰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데 지팡이(석장,錫杖)에 붙은 쇠고리가 쩔렁거릴 만큼 바람이 세차다. 대인다운 대범한 인생관과 강력한 의지가 당당하게 담겨져 있다.

 

□왕수인(1472-1528)

명대 중기의 대표적 철학자, 정치가, 주관적 관념론자. 이름은 수인(守仁). 명 초기에는 주자학이 지배적이었는데, 이에 대해 그는 독자적인 유학 사상을 내세우고 특히 육상산(陸象山)의 사상을 계승하였다. 그의 사상은 '지행합일'(知行合一), '정좌법'(靜座法), '치량지'(致良知) 등을 원리로 하는데, 이것들은 또한 그의 사상 발전의 단계를 가리키기도 한다. 그의 사상을 통해 일관하고 있는 것은 '물(物)의 이(理), 바로 우리의 마음이며 우리의 마음 이외의 곳에서는 그것을 찾을 수 없다'고 하는 말에서 보이는 것처럼, '심즉리'(心卽理)라는 주관적 관념론의 입장이다.

지행합일은 지(知)와 행(行)이 모두 마음의 활용으로 하나라고 하는 것인데, 주자가 지(知)에 중점을 두어 얘기한 '선지후행'(先知後行)에 대립하는 것이다. 정좌법은 인욕을 버리고 천(天)의 이를 밝히는 방법으로서 치량지(致良知)에 의해 실천적으로 결합된다. 즉 우리 마음의 양지(良知)는 천리(天理)이고, 인간에게는 선천적으로 선악을 직각(直覺)하는 마음이 갖추어져 있는데, 이것이 바로 양지로서 이에 의해 '지식을 넓혀 사물의 이치를 연구한다'(致知格物)는 실천도덕이 논해진다.

이처럼 선천적이고 직각적인 양지를 통해 선악을 구별하는 도덕설은 주자학과는 다른 측면에서 사회의 지배적인 봉건 도덕의 한 측면이었다. 그의 저작은 후세 사람들에 의해 『왕문성공전서』(王文成公全書)로서 편찬되었는데, 그 중에서 제자와의 문답 기록 등을 종합한 『전습록』(傳習錄)이 널리 읽혀졌다.

 

2022 마한서예문인화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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