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둠

별서에서 봄비를 바라보다

청담(靑潭) 2023. 4. 5. 22:52

별서에서 봄비를 바라보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비가 내린다.

 

지난 해 12월 17일 큰 눈이 온 뒤

무려 85일 만에 내리는 비

온 대지는 목이 마르고 얼굴은 누렇더니

산천초목과 내가 이제야 기나긴 갈증을 푼다.

 

고향 별서 책상에 앉아

시원스레 내리는 봄비를 바라보며

이정화의 《봄비》를 듣고는

통기타를 두드린다.

 

살아온 세월 70년

아무리 백세시대라지만

건강치 못한 노후라면

무슨 의미가 있으랴?

 

내게

건강한 삶

이제 얼마나 남은 건가?

 

그리운 사람들 만나고

가고 싶은 곳 찾아가며

살다보면

언젠가 소리 없이 그때는 찾아오리니

 

공부하고 가르치고 물러난지도 8년

노후 걱정 없는 상팔자 세월로

글씨 쓰고 책보고 노래하고,

 

별서와 과일정원과 텃밭 채소 가꾸며,

조국산천  타국까지 여행 다니며

별 걱정 없이  복을 누리는

삶에 늘 감사한다.

 

더 이상의 명예도 재물도

필요치 않나니 그저,

남을 이해하고 용서하며,

부러워하지도 원망하지도 말지어다.

 

다만

건강욕심만큼은 쾌히 허용하나니

죽는 날까지 오직 건강할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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