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 속에서도 꽃은 피고
이병석 시집
■이병석
시인은 나의 제자입니다. 내가 교직에 들어선 첫해인 1980년, 고창 해리중학교 우리 반 학생이던 이병석 군은 그동안 소식을 모르다가 10여 년 전, 고창대성고 제자인 김임순군을 통하여 두 사람이 고교시절 교회에서 만나 사귀게 되었고, 그 후 부부가 되고 미국으로 건너가 이 군은 태권도 사범으로 도장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들은 후로는 서로 소식을 전하며 지내왔습니다.
같은 학교 제자끼리 결혼하여 부부가 되는 경우는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나 각기 다른 학교의 제자들끼리 결혼하여 부부가 되는 경우는 그리 흔한 일은 아닙니다. 그만큼 두 사람은 나와 깊은 인연이 있다 하겠습니다. 이병석군은 심성이 착하고 성실한 학생으로 우리 반 부실장이었습니다. 김임순군은 인물 좋고 똑똑한 학교의 퀸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병석 사범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거주하는데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며 그린빌시 인권위원회 의장을 역임하였고, 현재도 피트 컨츄리 의회 산하 인권위원회 의장이라고 합니다.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세계태권도연맹 품새 국제심판으로 태권도 9단의 자랑스러운 제자입니다. 김임순 군은 늦깎이로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한국요리를 전공하였고 이미 미국에서 등단하였는데 남편인 이병석군 역시 시를 사랑하므로 자신의 은사를 통하여 지도받게 하여 작년에 등단하고 첫 시집을 내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지난 18일 연세대 최영홀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려 초대하였으므로 기꺼이 참석하였습니다. 두 사람이 한국에서, 그리고 미국에서 인연을 맺은 지인들을 초대하여 행복한 시간을 만든 것입니다. 끊임없이 자신들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고 도전하는 두 사람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자랑이기도 합니다.
♣비바람 속에서도 꽃은 피고
바람 불고 비 내린 들판을 보라
비바람 속에서 꽃들은 피고
나무는 흔들림 속에서 더 꼿꼿하나니
구름 가고 비 멎으면 나비와 새들이 난다.
뜨거운 태양열과
모래바람 부는 사막에도
생명이 존재하듯
너의 삶속에도 지친 네 목젖을 적셔줄 오아시스는 있다.
일어나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물을 주어보라
나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 알 것이다.
세상이 너에게 손가락질할지라도
눈꺼풀 닫을 만한 용기와 힘 있으면
당당할 수 있고
해거름에 지친 발걸음이 너와 함께할지라도
너를 반겨주고 안아줄 동반자 하나 있다면
네 인생 살 만한 것이다.
♣나에게 사랑은
나에게 사랑은
말괄량이 발길질하며 찾아왔다.
붉은 볼에 곱슬머리를 가지고
말갈퀴를 세우고 달려왔다.
피하고 도망할 틈도 없이
나의 가슴을 한 움큼에 잡고
마법의 노래를 부르며 나에게로 왔다.
나에게 사랑은
엄마의 젖가슴처럼 풍요로우며
병아리를 품은 어미 닭의 날개 밑처럼 따스하고
슬픔 잃은 조커의 얼굴처럼 웃음 가득하고
하늘을 나는 종달새처럼 한없이 노래하게 한다.
♣대나무꽃
대나무가 꽃을 피웠습니다.
울 엄마 꽃가마 타고 올 때
시작된 대나무의 전설이
뒤뜰 가득 채우고
숲을 이루더니
아흔 다섯 울 엄마 하늘행 꽃마차 타고 떠나니
대나무가 꽃을 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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