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부산여행기(2023.12.20-21)
부산만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은 처음입니다. 대학후배이자 가원과는 가장 고교 및 대학동기인 김영란 선생 내외가 초대를 해주셨습니다. 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대도시인데 평생 몇 번 가보지 못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봅니다만 그리 정확하진 않습니다.
1. 1970년대 중반 대학시절 정기 문화재답사 때 범어사와 양산 통도사를 찾았습니다.
2. 1990년대 언젠가 가원과 범어사에 들린 기억이 납니다. 확실치는 않습니다.
3. 1995년경 월명여중 직원여행 때 해운대에서 잤습니다. 용두산공원, 태종대 등을 구경했습니다.
4. 1997년 막내 세희 결혼식이 부산에서 있었습니다.
5. 2010년 2박 3일의 진로지도연수를 해운대 어느 호텔에서 받았습니다. 동백섬, 용두산공원, 태종대 등을 찾았습니다.
6. 2013년 1월 쓰시마 여행을 가기위해 부산항에서 배를 탔습니다.
어찌되었든 무려 11년 만에 부산을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마치 해외여행이나 가는 듯 약간 기분이 들뜨고 기대가 큽니다. 10여 년 전에 김영란 선생 부부가 다른 친구 부부와 함께 전주를 찾았을 때 막걸리를 대접한 일이 있는데 김선생 부군인 고창희선생과 소주 한잔 나눌 수 있게 된 것도 많이 설레이는 일입니다.
●20일(수)
갈 때는 시외버스를 이용합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하고는 7시 45분 발 부산행 버스를 탑니다. 3시간 30분 걸리는데(11시 15분 도착) 부산의 가장 북쪽외곽의 노포동에 있는 부산시외버스종합터미널에 도착하니 김영란 선생 부부가 함께 마중 나왔습니다. 고선생님은 당연 11년 만이고 김선생은 우리 이쁜 딸 결혼식에서 만났으니 5년만입니다.
노포에 도착한 김에 나의 제안으로 먼저 범어사를 찾았습니다. 기억이 하도 오랜 지라, 이처럼 큰 길에서 숲길을 한참이나 달려야 범어사에 도착하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자연지형을 이용하여 계단식으로 건물들이 배치되어 있고 그동안 더욱 대사찰로 크게 발전한 느낌입니다.
범어사를 나와 두 번째로는 동래읍성을 가보고자 요청했습니다. 조선시대에 동래부가 있던 곳입니다. 읍성의 북문일대는 잘 복원되어 관광지화되어 읍성역사관이 있고 장영실과학동산이 잘 꾸며져 있습니다. 역사관에 전시된 동래성복원도를 통해 옛 동래성을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나는 말로 통도사를 가 본지도 오래되었다하니 고선생님이 예서 별로 멀지 않으니 아예 통도사를 가보자 하십니다. 참으로 고마운 말씀입니다. 노포버스터미널을 지나 금정체육공원 부근에 있는 <부산갈매기>집에서 갈매기살로 점심을 먹고 통도사에 가는데 입구 부근이 읍소재임에도 아주 도시가 다 되어있습니다. 마치 통도사가 범어사보다도 더 도시에 있는 사찰 같습니다. 50여년 만에 찾아본 대찰 통도사는 정말 옛 정취가 그대로 묻어납니다. 감사한 일이고 자랑스럽습니다. 외국인들에게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사찰이란 생각입니다.
자갈치 시장을 가고 싶다하니 기꺼이 두 어 시간을 달려 도착했습니다. 언젠가 자갈치 시장입구는 간 일은 있으나 정작 시장 안을 구경한 일이 없고, 그러니 횟감으로 쐬주 한잔을 마신 일은 더더욱 없어 정말 찾아보고 추억에 남기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시장 안은 넓고 깨끗합니다. 찾은 사람들이 많아 매우 시끌벅적 합니다. 마침 시청에서 시장지원행사를 하고 있어 40%를 지원하니 1인당 5만원짜리 회를 시켜서 20만원 중 무려 8만원의 티켓을 받았는데 정작 회를 시켜보니 곁안주(스키다시)가 거의 없이 횟감만 순서대로 나옵니다. 멍게, 낙지, 참가자미, 밀치, 방어가 나오고 전복죽을 줍니다. 우리 전라도에서 4인기준 16만원이면 상다리가 휘어집니다만. . . 어찌되었든 자갈치시장 왁자지껄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김영란 선생, 고창희 선생과 멋진 해후의 정을 이 지역 대표소주인 대선소주로 나눕니다.
예약한 토요코인호텔에서 자게 되었습니다.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값은 비싸지 않은 2성급 호텔인데 방은 작지만 깔끔합니다. 3만여 원을 더 주고 해수욕장이 보이는 방을 택했는데 해운대 겨울 밤바다에 다니는 사람들이 없어 쓸쓸합니다. 여름철이면 정말 볼 만할 텐데 말입니다. 피곤도 하고 술도 한 잔 해서인지 잘 잤습니다.
●21일(목)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다본 창밖풍경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해운대해수욕장과 짙푸른 남동해바다가 펼쳐지고 오른쪽으로는 고층아파트들이 즐비합니다. 해 뜨는 시각이 7시 28분이라 합니다. 영하 8도의 추위를 무릅쓰고 백사장으로 나가 일출을 보고 해운대 겨울풍경을 감상합니다. 저 멀리 오륙도도 보입니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저절로 나옵니다 10여 년 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무엇보다도 좌우에 엄청나게 높은 고층아파트들이 들어서 마치 맨하탄 같습니다. 동쪽 달맞이고개부근에 세워진 <해운대엘시티더샵아파트>는 102층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이자 두 번째 높은 빌딩이라 합니다. 60평형에서 100평형까지 있는데 가격이 무려 30억 원에서 105억 원까지랍니다. 이 또한 놀라운 부산의 모습이자 한국의 모습입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찬이 썩 괜찮습니다. 해외여행 시 호텔에서의 아침식사만은 못해도 제법 먹을 만합니다. 우리는 아침에는 평소에 채소, 계란, 빵, 고구마, 우유로 식사를 하므로 그런 정도는 모두 다 있습니다. 숙박비 10만원에 두 사람 아침식사까지 제공되는 비수기 평일의 호텔이 고맙습니다.
본디 내 계획에는 오늘 용두산 공원이나 자갈치 시장, 영도의 태종대 등을 가 볼 생각이었지만 이미 자갈치 시장을 다녀온 상태인지라 김영란 선생의 스케줄대로 움직입니다. 고선생님은 출근하시고 김선생하고 오전을 함께 합니다. 먼저 해수욕장 가장 서편에 위치한 동백섬을 산책합니다. 대단히 아름답게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그 안에는 누리마루APEC하우스가 있습니다. 2005년 11월, 제3차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이 열린 장소로, 국내외 언론을 통해 역대 정상회의장 가운데 풍광이 가장 뛰어난 곳으로 평가받았습니다. 11년 전 진로지도연수 때 와 본 기억이 납니다. 모두 21개국이 참가하였는데 노무현, 조지 W 부시, 후진타오, 고이즈미, 푸틴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입니다. 오늘 오전은 울산방향으로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를 한다하니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내가 평생에 가고자 하는 마음이 크면서도 여지 것 해보지 못한 여행이 바로 부산에서 삼척까지 해안도로를 타고 여행하지 못한 것입니다. 다행이 김영란 선생 덕분에 부산에서 울산까지는 해안도로를 타고 가는 행운을 잡았습니다. 어젯밤에 보이는 영도에도 산기슭에 고층빌딩이 즐비하더니 이곳 달맞이 고개가 100여 미터 상당히 높은 산인데도 무슨 건물들이 저리도 많이 들어서고 사람들이 주거하는지 마치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픙경입니다. 부산이 워낙 평지가 좁으니 대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달맞이 고개를 지나 송정해수욕장을 지나고 기장군청을 지나서 일광해수욕장을 지납니다. 14번 국도와 31번 국도를 이어 달리니 고리원자력발전소가 보입니다. 울산광역시 서생면 떡바우집에서 지리물메기탕을 먹는데 시원하기가 그지없습니다. 돌아올 때는 일부러 좁은 해안가길을 찾아 내려오면서 푸른 바다를 구경하는 것은 좋은데 길이 좁고 험해 운전이 힘들고 시간이 많이 소비되는 흠이 있습니다. 내 차로 그리 여행하라면 도저히 못할 거 같습니다. 기장멸치가 생산된다는 대변항을 지나 송정해수욕장에 있는 어느 2층 찻집에서 고창희 선생과 합류해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오후 2시가 지나니 이제 부산역으로 갈 시간입니다. 이틀간이나 시간을 내어 안내해주시고 대접해주신 두 분과 헤어져 4시 45분 KTX를 탑니다. 부산에서 대구까지는 기차가 거의 지하차도 땅속을 달립니다. 내가 아직도 대한민국을 잘 모르고 사는가 봅니다. 경상도가 온통 산뿐인 듯싶습니다. 1시간 50분 걸려 6시 13분에 오송역에 도착하고 빠른 걸음으로 선로를 옮겨 익산행 6시 26분 열차를 무사히 탑승합니다. 7시 30분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합니다. 어제 아침 7시에 집을 나서 36시간 만에 돌아왔습니다. 두 분에게 다시 크게 감사드립니다. 다시 만날 날을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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