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속의 한민족사(1990년 12월)
□당시에 기록하지 못하였기에 14년이 지난 지금에야 기록하게 되니 사실과 착오가 많을 줄 알지만 晩時之歎의 마음으로 적어 놓아 보고자 한다.
서언
도교육청에서 역사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선일보사 주최 일본속의 한민족사 문화탐방 지원자 신청 공문이 왔다. 87년부터 시작되었으니 이번이 4번째라는데 그 동안은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신청하였는데 다행이 선발되었다. 도교육청을 찾아 관련 서류를 받고 12월 5일에는 서울 조선일보사 정동별관에서 사전 교육을 받았다. 일찍이 우리가 중학교 시절 일본에 다녀오신 이중각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외국에 가는 일을 신기하게만 느꼈고 아직까지도 해외여행을 못하다가 처음으로 일본에 가게 되니 자못 가슴이 설레었다. 이번 여행비는 30만원인데 10만원은 자비부담이다. 조선일보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떠나게 되었다.
제 1일
부산으로 가다. 일행은 약 300여명의 전국에서 모인 역사교사이다. 과 동문도 몇 명이 있어 페리호 속에서나마 함께 대화하며 술도 나누게 되었다. 최채순 선생 윤여성 선생 등이다. 오후에 출발한 배는 일본을 향해 밤을 달려나갔다.
제 2일
아침에 후쿠오카항에 입항하다. 후쿠오카는 큐슈에서는 가장 큰 도시이다. 학교에 가는 초등학생들이 눈발이 날리는데도 스타킹에 반바지이다. 강하게 키우는 모습이라니 우리와 다름을 느꼈다. 버스에 분승하여 구마모토현-가고시마현-미야자키현을 거치며 大宰府(다자이 후, 7세기경 九州를 다스리며 외교를 담당하던 정청) 후나야마 고분(前方 後圓墳의 형태로 1873에 발굴)을 답사하다. 아소산의 화산에서 나오는 연기를 보고 벳부의 온천에서 잠을 자다.
제 3일
역시 낮 동안은 앞에서 말한 큐슈지역을 돌아보고 저녁에 벳부를 출발하다. 혼슈와 시코쿠를 뚫는 바닷길을 배로 달려 고베항으로 향하였다. 밤이라서 일본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참으로 컸다.
제 4일
고베항에서 버스를 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최고급 관광버스이다. 오사카지역에서 오사카성과 나라의 東大寺(도다이사), 그리고 법륭사(호류사)를 답사하다. 아스카 고분과 후지노끼 고분도 답사하다. 동대사에서는 대웅전(세계 최대의 목조 건물)과 대형 와불, 신라장적이 발견된 정창원 창고가 감동적이었고, 법륭사에서는 안내 아가씨가 “호류지‘라는 노래를 가르쳐주며 함께 불렀는데 즐거운 시간이었다. 조그맣고 미인은 아니나 어찌나 마음씨가 착하고 목소리가 예쁜지 매우 귀여운 아가씨였다. ꡐ한국의 선생님들을 만나서 참으로 반갑고 돈을 벌면 꼭 한국에 가고 싶다ꡑ면서 헤어지는 날 눈물을 쏟아내니 저게 바로 일본의 여인상인가 싶기도 하여 손을 꼭 쥐어 주었다. 호류사에서 처음으로 일본의 대형 목탑을 확인하고 담징의 벽화를 보았으나 모조품이라 실망하다. 일찍이 1949년에 내부 공사중에 화재가 나서 원본은 소실되고 말았던 것이다. 아스카 고분은 아늑한 마을의 뒷산에 있는데 영락없는 우리 나라 어느 마을의 뒷산 모습이었다. 오사카 역의 호텔에서 자게 되었는데 잠옷이 일본 옷이라 모두들 입어보았는데 매우 간편하여 편안하다.
제 5일
廣隆寺(고류사)에는 목조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있어 일본의 국보 1호이다. 일찍이 야스퍼스가 ‘인간이 만든 최대의 걸작품’이라 칭송한 바 있으며, 어느 청년이 관람 중 너무 감동한 나머지 안고 쓰러지는 바람에 손가락 하나가 부러져 있는 모습이다. 교토의 호텔에서는 5층에서 자게 되었는데 창밖에 목탑 하나가 저 건너편에 서있는데 시내에 목탑이 있어 사원인 듯 하였다.
제 6일
답사를 마치고 오후에 고베항을 출발하였다. 이제 온 길을 되돌아가게 된다. 오는 길은 역시 밤이어서 혼슈와 시코쿠 사잇길 주변 지역을 볼 수가 없었는데 새벽녘에야 쓰시마 섬을 아주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어 흐뭇하였다.
後記
이미 14년이 지난 답사일을 기억에 의존하여 적었으니 정확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처음으로 해보는 해외여행이요, 더구나 일본속의 한국문화답사인고로 반드시 정리해둘 필요는 있다 싶어 간단히 정리해 본 것이다. 이후 1996년의 동남아 여행도 기록이 없으므로 정리하여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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