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록

이조시대 서사시

청담(靑潭) 2013. 5. 29. 16:49

 

 

 

이조시대 서사시

저자 : 전 성균관대 교수 임형택

 

  

총설     현실주의의 발전과 서사한시

    이 책은 성간(1427-1456)에서 황현(1855-1910)까지 122편을 뽑아 엮은 것이다.한시는 정감을 표현하는 형식으로 의식되었던 만큼 서정시가 주류적 성격을 형성해왔다. 이조시대의 서사시는 왕조의 초창기를 지나 체제적 모순이 점차 노정되는 단계(15세기후반-16세기 초반)에 출현한다. 그래서 <체제 모순과 삶의 갈등>으로 구분지은 부류가 122편중 65편에 이른다.

   이 서사시는 체제적 모순으로 인해 찢기고 병드는 삶이 서술되는바, 구체적 인물이 등장해서 사건이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특히 이 사실적 서사시들은 당대의 일,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어떤 사건을 운문으로 구성한 것이다.

  

113: 체제 모순과 삶의 갈등

24: 국난과 애국의 형상

      5: 애정갈등과 여성

      6: 예인 및 시정의 모습들

   

    초등학교에서부터 한국사를 배운다. 정치제도와 경제제도와 사회제도와 민족문화를 배운다. 잘 구성된 제도를 배우고 아름답고 훌륭한 전통문화와 문화재들을 배운다. 석굴암과 고려청자와 성균관과 한글과 성리학을 배운다. 5천 년간 우리 한민족이 발전시켜온 우리문화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은 오늘날 우리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더욱 당당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 오천년간의 역사발전 과정에서 나라를 이끈 소수 지배계층이 아닌 진정으로 땀 흘려 일하고 세금을 내며 나라를 지켜낸 대다수 민중들의 삶은 정녕 그 토록 빛나고 아름다웠을까?

   아니다. 결코 아니다. 성군을 만나고 어진 지방관이 오고 가뭄이나 대홍수를 만나지 않는 천운이 있어야 행복한 시절을 지낼 수 있으련만, 어리석은 임금이 나오고 전쟁이 일어나고 가뭄과 홍수가 들이닥치고 지배층이 권력다툼만 일삼는 당파싸움만 계속하고 전염병이라도 퍼지는 경우에는 백성들은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고 빼앗기고 핍박당하고 다치고 헐벗고 굶주리고 가족끼리 흩어지며 무수히 죽어갔다.

   ! 그러나 국가와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그런 악몽 같은 민초들의 처절한 삶의 궤적을 지나치게 강조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게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많은 의미를 주는 책이다. 이 글들은 탐학스런 탐관오리 수령들과 아전들에게 솥단지 숟가락까지 수탈당하며 아무런 잘못도 없이 억울하게 두드려 맞고 굶주리며 병들어 죽어간 힘없고 이름없는 민초들의 기막힌 삶의 모습을 의식 있는 양반네들이 시로 남긴 것들이다. 이런 귀중한 시를 모아 책으로 엮어 내가 볼 수 있도록 해준 편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인간을 위한다는 무수한 종교와, 천부인권이니 인간평등이니 민본주의니 공산주의니 사회주의니 하는 그럴싸한 수많은 주의와 이념들이 등장하고 많은 성군들이 출현하며 우리 역사가 면면이 이어져 왔으나, 실로 오늘날의 21세기 대한민국처럼 행복한 시절은 과거 지구상 어디에도 결단코 없었으니 우리역사에서는 일직이 상상도 못한다. 인간이 의식주만 해결되면 살만할진대 자고로 5천년 역사에 백성들이 의식주까지 모두 해결이 된 적이 없다. 먹을 것이 없어 아들딸은 몇 끼씩 굶어 배고프다며 울며 보채고, 부모는 나무껍질과 풀 뿌리로 연명하다 부황이 나서 죽어 가는 참상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아! 먹을 것의 소중함이여! 전쟁이 나서 가족들이 전쟁터에 나가 죽거나 다쳐 오고 아내는 적국으로 끌려가 돌아오지 아니하며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박살이 나는 참상은 상상하기조차 싫다.

   대한민국이 더욱 부강하고 다시는 전쟁이 없는 나라가 되어야 하지만 진정 국민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가 더욱 장애우나 불우 노인들을 비롯한 소외층을 위한 복지정책을 끊임없이 성공적으로 잘 추진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가 비록 선진국이 되고 경제적으로 다른 나라를 돕는 원조국이 되었다 하나 국민행복지수는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문제의 해결도 중요하고, 가진 자들만이 행복한 사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음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이만 큼 지켜오고 가꾸어 온 우리 대한민국이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모순이 지극히 드러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크게 반성하고 국민의 의지를 모아 결단을 내려야만 할 것이 있다. 재벌의 횡포와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 기본원리를 강조하는 사람들의 주의주장을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이기에는 가진 자들의 횡포가 너무 나가고 있다. 우리는 공산주의가 훌륭한 이론에서 그쳐버린 것을 경험하고 배워서 교훈으로 삼았다. 자본주의의 횡포에 대한 수수방관도 우리 대한민국을 결코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모두가 행복한 나라로 만들 수 없게 할 것이 거의 틀림없다.

  이책에 실려 있는 산문시들은 정약용을 비롯한 의식있는 선각자들이 당시의 민중들의 처절한 삶의 모습을 눈에 보이듯 그려내고 있다. 당시(특히 19세기 세도정치기)의 정치 혼란과 임금의 무능, 지방수령들의 탐학과 아전들의 횡포속에 무참히 죽어가고 쓰러져 가는 민초들의 슬픈 이야기가 펼쳐진다. 선각자들로 인하여 깨닫게 된 많은 느낌과 생각들을 값진 교훈으로 삼아 스스로 지나침이 없는지, 과욕이 아닌지, 부끄러움은 없는지, 물욕에 집착하는지, 남을 의식하고 사는지, 어려운 사람들을 안타까워 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남을 위해 무엇인가 물질적 기여와 나의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지 항상 돌아보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여야 한다.

  

 

 

 

 

 

  

토산 시골집에서 들은 농부의 말

서거정(1420-1488)

 

1.

나의 시골집 불암산 자락

이웃에 백성이 서너집 살아

 

척박한 땅 모두 거친 밭뙈기

경작을 하자니 자갈이 절반인데

 

이나마 지난해 관가에 빼앗겼으니

아전들이 호강의 편을 들었어라.

 

가난한 집 송곳 꽃을 땅 하나 없이

텅 빈 집 서발막대 거칠것이 없다오.

 

버려진 언덕배기 힘겹게 개간을 하니

흉년에 부세를 내기도 부족하여

 

아전들 날마다 들이닥쳐 독촉하는데

호랑이 성화처럼 사나워서

 

살갗을 벗겨내니 부스럼 나을 겨를도 없이

깊은 산골로 도망질이나 칠밖에.

 

2

나무나 하러 산중으로 들어가니

산중에는 땔나무 지천인데

 

집에 황소 한마리 키우는 것이

비쩍 말라 뼈만 앙상하다.

 

등에 짐을 싣기 어려운 지경이라

한 걸음에 두 번 자빠져서

 

가다가 내 직접 등에 짊어지니

두 어깨 벗겨서 살이 벌겋게 되네.

 

날이 저물어서야 성안으로 들어서니

중도에 이익을 노리는 자를 만나

 

후려치는 바람에 값이 마구 깎이니

쌀은 귀하고 품값은 천하기만 하데요.

 

집에 있는 열 식구 눈앞에 떠오르니

내먹을 걸 갖고 돌아오기만 기다리거늘

 

한되든 반말이든 언제 따지고 있으랴!

아무쪼록 얼른 배고픔을 달래줘야지.

 

돌아가서 처자식들 둘러앚아

죽이라도 쒀서 입에 풀칠하지요.

 

이런 식으로 살아가자 하니

우리 살아가는 정상 참으로 가긍해요.

 

3

요즈음 또 권세가에서 손을 뻗쳐

이권이 나무와 돌에까지 미칩니다.

 

산을 둘러 시장으로 지정해 놓고

사람들이 나무하고 풀베는 걸 금하니

 

서쪽 집 땔나무 한번 했다하여

마구 매를 맞아 피가 나고

 

동쪽 집 소가 경계를 넘었다하여

부자가 함께 묶여 갔더래요.

 

공공연히 백성의 재물을 약탈해

낫과 도끼까지 빼앗지요.

 

초목은 본디 산과 들에서 절로 자라

하늘과 땅 사이의 공물이거늘

 

가난한 백성들 무슨 허물이 있다고

이 은택을 입지 못한단 말입니까?

 

나라는 귀족 근신을 중히 여겨

높은 분들 녹봉을 후히 받거늘

 

어쩌자고 조그만 이득을 탐내서

이토록 잔학한 짓을 벌인단 말인가요?

 

군자란 절의를 숭상하나니

이런 정경 목도하면 구제하고 싶겠거늘

 

아! 가엾은 우리 백성들

어떻게 자식 키우며 살아갈 수 있을까?

 

나 지금 농부의 말을 듣고서

밤중에 홀로 깨어 흐느끼노라.

 

 

 

 

 

 

지친 병사의 노래

안 수(1521-?)

1

변새의 땅 구름은 막막하고

백설이 쌓이어 음산한데

북풍도 사납게 몰아쳐서

밀림의 고목들 꺾여지네.

 

강물은 온통 얼어붙어

말발굽이 얼음에 미끄러지고

황량한 변새에 해 저물어

되놈의 날라리 구슬퍼라.

  

이때에 피곤한 병사들은

지친 몸 한숨을 내쉬며

방패와 창을 베고 누워

시름에 잠 못 이뤄 뒤척인다.

   

투구는 닳아서 헤어지고

갑옷은 찬바람에 싸늘한데

한밤중 순찰을 도느라고

딱따기 치는 손 꼿꼿하구나.

  

창자는 주림에 비었으니

언제 한번 배불리 먹어보리.

수자리 삼년을 살다보니

얼굴은 흙먼지로 찌들었다.

  

2

한 병사 들려주는 이야기

내 젊어서 군적에 매여

관산의 수자리 괴로움

여태껏 몇 변을 거쳤던고

  

관산의 수자리 괴로움

어찌 이루말로 다 형용하리

우리네 고혈을 짜서

장군께 가져다 바치지요.

  

장군은 날씨가 춥다하면

담비 갖옷을 껴입으시니

이 담비 갖옷 한 벌이

황금 열 근의 값이라네.

  

장군은 얼마나 잘 자시나

매끼니 태뢰로 차리는데 태뢰:연회, 제사시 음식을 차릴 때 소나 양을 쓰는 경우

하루에 소만해도 아홉 마리

그 소들 군중에서 잡는다오.

  

산골에 담비 찾을 수 없고

들판에 쟁기질하는 소 볼 수 없고

가렴주구 언제 끝이 나랴

채찍질 무시로 해대는데

  

솥 속에 들어갈 낟알이며

베틀에 걸리는 베자치

낱낱이 샅샅이 끌어내어

장군의 곳간으로 들어간다.

  

장군은 날로날로 살찌거늘

병졸들 날로날로 여위어가지요.

누구에게 찾아가 하소나 할까

도리어 야단만 맞겠지.

  

나라님 겨울이 되면

병졸들 추울까 근심하사

털옷이야 솜옷이야 챙겨서

해마다 해마다 보내주시건만

  

장군이 나누어줄 때는

골고루 돌아가질 않으니

따뜻이 지내는 자 별로 없고

추위에 떠는 자 숱하다오.

  

병충해며 물난리며 가뭄이며

어느 해라 없는 해 있을꼬.

백성 구제 이런 소리 들리지 않고

납세를 닦달하며 시끄럽네.

  

우리 집안에 장정이 많아서

여남은 명이나 되는데

태반은 견디질 못하고

고향 떠나 되땅으로 넘어 갔다오.

 

 낯선 되땅에 가서 살자 하면

괴로움 이루 다 말하랴만

장군 밑에 그대로 있으면서

피와 기름 빨리기보다 낫다 뿐이오.

  

정군이여! 장군이여!

어찌 어찌 갈려 가지 않나요?

장군은 대감이 되실 게고

우리네 얼마나 기뻐할 텐데.

  

서울이라 대궐의 문 아득하여

멀리 멀리 돌려 바라볼 뿐이라오.

어사라 오면 무엇하나

보고도 본체만체 입 다무네.

  

3

옛날의 누구누구 명장들이야

다시 보기 어려우매

오늘밤 벌써 이슥한데

마음속 끓어서 뜨겁도다.

 

 

 

 

  

 

 

애절양哀絶陽

 

정약용(1762-1836)

1

갈밭마을 젊은 아낙

설리설리 우는 소리

관문 앞 달려가 통곡하다

하늘 보고 울부짖네.

 

출정나간 지아비 돌아오지 못한 일이야

그래도 있을 법한 일이로되

사내가 제 양물을 잘랐단 소리

예로부터 듣도 보도 못하였네.

 

2.

시부님 삼년상 벌써 지났고

갓난아인 배냇물도 안 말랐거늘

이 집 삼대의 이름이

모두 군적에 실렸구나.

관가에 가서 억울한 사정 호소하재도

범 같은 문지기 버티어 섰는데

이정은 으르렁대며

외양간의 소마저 끌어 갔다오.

 

남편이 식칼 갈아 방 안으로 들어가더니

선혈이 자리에 홍건히

스스로 부르짖길

“이 바로 자식 낳은 죄로다!”

 

3.

잠실궁형은

어찌 꼭 죄가 있어서던고?

민땅의 어린애 거세하던 풍속

참으로 가엾은 일이었거든

 

만물이 낳고 살아가는 이치

하늘의 내려주심이니

음과 양이 어울려서

아들이요, 딸이로세.

 

말돼지 거세하는 것

슬프다 이르겠거늘

하물며 우리 인간

대 물리는 일 얼마나소중하냐?

 

부잣집들 일년 내내

풍악 울리고 흥청망청

이네들은 한톨 쌀 한치 베

내다 바치는 일 없거니

 

다같은 백성인데

이다지 불공평하다니

객창에 우두커니 앉아

시구편을 거듭거듭 읊노라.

 

 

 

 

 

 

 

 

익주 채련곡益州採蓮曲

여규형(1848-1921)

 

 

동편 집 처녀

 

서편 집 새색시

서로 서로 언약을 하고

이른 아침에 연 캐러 나가니

 

 

춘포春浦 서남쪽으로

 

십리 방죽에

연대 쏙쏙 올라와

연잎이 둥글둥글 벌어지는데

 

처녀 새색시 짦은 치마

맨다리로 진흙탕에서

괭이자루 손에 쥐고

연뿌리 파고들 있구나.

 

길 가던 사람 걸음 멈추고 웃으며

 

“당신들 그건 캐서 무엇하오?” 묻자

“이걸로 끼니를잇자고요”

하며 형편을 말하네.

“작년에는 큰 가뭄 들어서

산이 타고 개천이 말라

논농사 밭농사 물론이요,

나무열매 풀씨도 없는 지경이라.

 

금년 초여름 보릿고개

넘어가기 어찌 이리 더딘지

나락 바차라 돈 내놔라

발꿈치 돌릴 새도 없이

 

소나무 가지 껍질 다 벗겨지고

들에는 캐고 캐서 풀이 없는 지경에

주린 배 안고서 날이면 날마다

어디 간들 양식 얻을 곳 있으리오!

 

일찍이 듣기로 부잣집에선

연근 요리 맛이 산뜻해서

가을 물가에 줄풀 열매

고미밥보다 좋다 하데요.

 

우리네야 연뿌리 캐서

이걸로 식량을 삼지요.

그 맛 딱딱하고 떫어서

목에 넘기기 거북하답니다.

 

침을 삼키면 허기진 속에도

살아야지 하는 마음 부쩍 드는데

솥에 밥은 언제 지었던가?

이끼가 낄 지경이지요.

 

나는 이네들 이야기 듣고서

거듭거듭 탄식을 하노라.

물가에 슬피 우는 기러기

누가 헤아려 볼 건가?

 

백성이 채색菜色을 띠어선

참으로 안 될 일이로되

벼슬아치 풀뿌리 씹으면

백사百事를 가히 이룰수 있다네.

 

자고로 여자의 직분

무슨 일 하엿던지 생각해보라.

제수 마련으로 쑥 캐기

누에 치느라 뽕닢 따기

 

그런중에 강남지방에선

연밥 따기 있었으되

처녀들 어여쁘게 치장하고

푸른 물결 헤치며 놀았더라네.

 

잎사귀 어두워 윤기 없고

뽑히는 실 베짤 것 아니지요.

열길 솟은 꽃 단맛이 꿀이라니

더욱 황당한 소리.

 

저 강남의 풍속

채련곡 부르며 즐겁게 놀아

조그만 배 노를 저어서

연못으로 두둥실 떠돌며

 

누가 생각이나 하였으리!

연뿌리 흉년 양식이 되어

초목은 무한히 해를 입고

물고기 재앙을 당하다니!

 

꽃의 정령 하소연하건만

하늘도 응당 눈물 뿌릴 터라.

그 눈물 단비로 변하여

사방에 두루 뿌려나 주었으면.

 

부귀한 이들 집에선

연근 요리에 포육을 곁들인다니

같은 생명을 타고나

먹는 방식이 이처럼 현격한가.

 

연뿌리 캐는 노래 서글퍼 듣기 어려우니

풍요 한편을 지어서

나라에 바치고자 하노라.

 

 

  여규형은 경기도 양근 출신으로 고종 때 문과에 급제하여 승지를 지냈다. 1889년에 익산으로 유배를 가서 10개월 정도 체류했는데 이때 지은시를 『익주집』으로 묶었다.

  이 시의 소재가 된 춘포는 현재 익산시 춘포면이다. 내가 사는 동산동에서 지척으로 불과 십리남짓 거리에 있다. 지금도 춘포 초등학교 앞에는 큰 연방죽이 있다. 당시만 해도 만경강 제방이 없던 시절이라 만경강은 굽이 굽이 사행천이요, 그 주변엔 자연 연이 많이 자랐다. 蘆花白蓮이라하여 만경강 주변에는 갈대밭이 무성하고 연꽃이 만발하였다고 한다.

  아마 지은이는 익산으로 유배와서 어느 날 춘포에 가게 되었고, 아녀자들의 연뿌리 캐는 광경을 보고 이 시를 지은듯 하다. 연뿌리를 캐는 일은 남자들도 대단히 힘든 일이다. 어여쁜 처녀들이 흉년을 당하여 어쩔 수 없이 힘든 일을 감당하여 진흙뻘에 들어가 깊숙이 들어 있는 연뿌리를 캐고 있는 익산의 향토색 짙은 모습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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