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아내를 그리며
오원(吳瑗, 1700∼1740)
내 그대 버리지 않았는데 그대 나를 버렸으니
좋은 충고 신실한 맹서가 다 부질없게 되었구료
저 세상에서 어버이 모실 테니 그대는 즐겁겠지만
나를 위해 왜 조금 더 있다 가지 않았단 말이오
吾不負君君負余 良箴信誓一成虛
歸侍重泉君則樂 爲吾何不少躊躇
아, 그대 이 세상에 온 지 겨우 이십 년에서조차 한 해를 채우지 못하였으니 이 얼마나 짧단 말이오. 그대 떠나면서 세 살배기 아이 하나 남겨 놓았는데 또한 사내자식이 아니니 이 얼마나 박복하단 말이오. 그대 친정 부모를 떠나 격조한 세월이 오래되었는데 수일이나 걸리는 먼 곳에 있어 병중에는 서로 의지하지 못하고 임종 때는 얼굴 보며 영결하지 못하여 끝내 한을 품고 관에 들어가게 되었으니 아, 심하구료, 이 참담함이! 아, 슬프구료.
부부의 의리가 또한 귀중하다 할 것이니 이는 두 몸이 합하여 한 몸이 되고 나서 백 년을 해로하여 길이 무궁한 복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오. 그런데 그대가 내 아내가 된 지는 실로 네 해가 되지 못하였구료. 지금 그대의 죽음은 바로 인생의 지극한 슬픔과 천하의 지극한 곤궁을 품고 있소. 그 가련한 정상(情狀)이 행인들도 슬픔에 빠지게 하는데 하물며 나는 어떤 마음이겠소. 아, 슬프구료.
그대가 평소 내 완악함을 모르고 내가 숨이 끊어질까 걱정하고 내가 몸이 상할까 근심하여 죽을 때까지 그치지 않았던 일을 생각하노라니 아마 지금 아득한 저 명부(冥府)에서도 그대 자신이 죽은 것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나를 슬퍼할 것이 분명하오.
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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