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록

왕오천축국전

청담(靑潭) 2015. 3. 25. 22:09

 

 

혜초 왕오천축국전

                                      정수일 역주

                                             학고재

 

■고교교과서에 본 왕오천축국전

  『이 시기에 많은 승려가 중국에 가서 새로운 불교를 전수해 왔다. 중국을 넘어 인도까지 가서 불교를 공부하고 오는 승려도 있었다. 그 중에 혜초는 자신이 돌아 본 인도와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의 풍물을 생생하게 기록한 왕오천축국전을 남겼다.』

 

■역주자 서문

  총 227행(한 행은 27-30자)으로 된 이 여행기의 현존본은 문단의 나뉨이 없는 연속문으로 분절이 뚜렷하지 않다. ...겨우 6천자 남짓한 글로 40여개 나라나 지역의 見聞과 傳聞을 두로 개괄하다보니 내용이 疏略할 수밖에 없다.

  1300여 년 전에 신라 고승 혜초(704~780)가 인도를 비롯한 서역을 두루 돌아보고 불후의 세계적 여행기『왕오천축국전』을 남겨 놓았으나, 그것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겨우 100여 년 전 일이다. 1908년 프랑스 동양학자 펠리오(1878-1945)가 중국 돈황석굴에서 책명도 저자명도 떨어져 나간 한 잔간(殘簡) 사본을 발견한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본문과 그 저자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어 왔다.

  혜초는 입당후 광주에서 천축 밀교승 금강지의 제자인 불공을 만나 금강지를 사사하였다. 금강지는 남천축 출신으로 제자 불공과 함께 실론과 수마트라를 거쳐 719년에 중국 광주에 도착하여 얼마간 머물러 있다가, 낙양과 장안에 가서 밀교를 전도하였다. 혜초는 스승인 금강지를 따라 광주에서 만나 밀교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으며, 스승의 권유로 723년에 광주를 떠나 스승이 걸어온 바닷길을 거꾸로 잡고 인도로 향하였다. 약 4년 동안 인도와 서역의 여러 지방을 순유하고 727년 11월 상순에 당시 안서도호부 소재지인 구자(현 신강 위구르자치구의 쿠차)를 거쳐 장안에 돌아왔다.

 

■혜초의 서역기행이 갖는 문명사적 의미

  첫째, 문명교류사에서 개척자적,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둘째, 『왕오천축국전』은 높은 사료적 가치를 지닌 진서이다.

  셋째, 혜초가 8세기 무렵의 인도, 중앙아시아, 페르시아와 아랍에 관한 생동하고도 정확한 기술을 남겨놓음으로써. 이 여행기는 중세 세계사 연구의 귀중한 사료원이 되고 있다. ...見聞이나 傳聞에 의거해, 비록 간략하기는 하지만 각국의 역사, 정치, 문화. 풍습, 물산, 종교 등을 사실적으로 기록하였다.

 

 

■탐방국

※정수일 선생의 역주는 미처 다 읽을 수가 없을 정도로 섬세하다. 역주가 마치 한권의 역사서라 할 만 하다.

폐사리국

  맨발에 알몸이다. 外道는 옷을 입지 않는다. ...음식은 보자마자 먹어치우며 재계(齋戒)도 하지 않는다. ...노비가 없으며 사람을 파는자와 죽이는 죄는 다르지 않다.

구니시국

피라날사국

마게타국(마가다국)

  주 : 기원전 6세기 무렵부터 강성하기 시작한 마가다국은 ? 왕 중 사자 ?라고 불리는 빔비사라(기원전 544-493)를 비롯하여 모두 8대의 군주를 배출하였다. ...4세기 전반에 멸망하였다.

중천축국

  항상 다른 네 천축국과 싸움을 하는데, 늘 중천축국 왕이 이기곤 한다. 그 나라들의 관행에 따르면, 코끼리가 적고, 병력도 적은 줄을 스스로 알면, 곧 화친을 청하고 해마다 세금을 바치며, 서로 싸우거나 죽이지는 않는다.

오천축국 풍속

  이 나라의 왕이 등청하여 앉기만 하면 수령들과 백성들이 모두 몰려와 왕을 에워싸고 사방에 둘러 않는다. 그러고는 각자가 도리를 놓고 논쟁을 하는데, 소송이 분분하여 소란스럽지만 왕은 듣기만 하고 화를 내지는 않는다. 그러다가 느직하게 ?그대는 옳고, 그대는 옳지 않다.?고 알린다. 그러면 백성들은 왕의 이 한마디 말을 결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 다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중천축국 4대탑

남천축국

  때마침 남천축국의 여행길에서 하고픈 말을 오언으로 이렇게 읊었다.

 

달 밝은 밤에 고향길을 바라보니

뜬구름은 너울너울 돌아가네.

그편에 감히 편지 한 장 부쳐보지만

바람이 거세어 화답이 안 들리누나.

내 나라는 하늘가 북쪽에 있고

남의 나라는 땅 끝 서쪽에 있네.

日南에는 기러기마저 없으니

누가 소식 전하려 계림으로 날아가리.

 

※스무 살의 어린 나이에 중국을 거쳐 인도를 순례하는 고행길에 고국을 그리며 쓴 시이다. 어린 혜초의 고국 그리는 마음이 매우 안쓰럽게 느껴진다. 오늘날엔 인도여행 쉬이 들 다녀오건만....

서천축국

 목에 칼을 씌우거나 곤장을 안기며 감옥에 가두고 사형에 처하는 일은 없다. ...오천축국 사람들은 출타할 때 양식을 갖고 다니지 않아도 가는 곳마다 구걸만 하면 먹을 것이 생긴다. 단, 왕과 수령 등은 출타할 때 스스로 양식을 가지고 다니며, 백성들이 마련한 것은 먹지 아니한다.

사란달라국

  이 나라에서 왕은 말 백 필을, 수령들은 네댓 필 씩 가지고 있지만, 백성들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서쪽은 평야이고 동쪽은 설산과 가깝다. 나라 안에는 절도 많고 승려도 많으며 대승과 소승이 함께 행해지고 있다.

소발나구달라국

토번국(티베트) 관할하에 있다.

탁사국

  이 나라를 비롯해 오천축국 사람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오천축국을 두루 돌아다니면서도 술에 취해서 서로 치고받는 자들을 별로보지 못했다. 설령 마셨다 하더라도 의기나 좀 양양하고 기운이나 좀 얻을 뿐, 노래하고 춤을 추며 떠들썩하게 술자리를 벌이는 자는 보지 못하였다.

신두고라국

가섭미라국(카슈미르)

  땅은 몹시 추워서 앞에서 말한 나라들과 같지 않다. 가을에는 서리가 내리고 겨울에는 눈이 내린다. 엶에는 장마가 지고 갖가지 풀들이 내내 푸르청청하다가 잎이 시들어 겨울이 되면 다 말라버린다.

대발률국․양동국․사파자국

이 세나라는 토번의 관할하에 있는데 의상과 언어, 풍속이 천축과 다르다.

토번국(티베트)

  토번국은 순전히 얼어붙은 산, 눈 덮인 산과 계곡사이에 있는데, 사람들은 전(氈)으로 만든 천막을 치고 산다. ...땅에서는 양, 말, 묘우(야크), 모포, 베 따위가 생산된다. 의상은 털옷과 베옷, 가죽 옷인데, 여자들도 그렇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지대가 아주 춥다. 집에서는 늘 보릿가루 음식을 먹고 떡과 밥은 적게 먹는다. 국왕과 백성들이 모두 불법을 알지 못하며 절간도 없다. ....털옷과 베옷을 입기 때문에 서캐와 이가 대단히 많은데, 이를 잡기만 하면 곧바로 입속에 넣고 끝까지 버리지 않는다.

소발률국

건타라국(간다라)

  이 나라 왕과 군사는 모두 돌궐인이고, 토착인은 胡人이며, 바라문(브라만)도 있다. ...땅은 보리와 밀의 적지로서 기장이나 조, 벼는 전혀 없다. 사람들은 보릿가루나 떡을 많이 먹는다. 남쪽으로 가면, 길이 험악하고 강도들이 득실거린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가면 악업을 일삼는 자들이 많으며 시장과 가게에서는 도살하는 일이 너무나 흔하다.

주 : 간다라 미술의 특징은 우선 내용면에서 불상을 제작했다는 것이다. ...다른 특징은 기법면에서 섬세함과 현실성이다.

오장국

구위국

람파국

계빈국

   이 나라 토착인은 胡族이고, 왕과 군사는 돌궐인이다. 의상과 언어, 음식은 토화라와 대동소이하다. 남녀 불문학소 모두 모직 웃옷과 바지를 입고 가죽신을 신으니 남녀 의복에 차이가 없다. 남자는 모두 수염과 머리를 깎고, 여자는 머리를 기른다. 이 나라에서는 낙타, 노새, 양, 말, 당나귀, 소, 모직물, 포도, 보리와 밀, 울금향 등이 난다.

사율국

토착인은 호족이고 왕과 군사는 돌궐인이다.

범인국

  이 나라 왕은 호족이고 다른 나라에 귀속되어 있지 않다. 강한 군사가 많아서 다른 나라들이 감히 내침하지 못한다. 의상은 모직 옷과 가죽 외투, 펠트 웃옷 따위를 입는다.

토화라국

  이 땅에는 낙타, 노새, 양, 말, 모직, 천, 포도가 많으며 빵만 즐겨 먹는다. 추운 고장이라서 겨울에는 서리와 눈이 내린다.

파사국(페르시아)

  토화라국에서 한 달을 가면 파사국(페르시아)에 이른다. 이 나라 왕은 전에 대식을 지배했었다. 그리하여 대식은 파사왕의 낙타나 방목하는 신세였으나 후일 반란을 일으켜 파사왕은 시해하고 자립하여 주인이 되었다. 그래서 이 나라는 도리어 대식에게 병합되어 버렸다. 의상은 예부터 헐렁한 모직사의를 입었고 수염과 머리를 깎으며 빵과 고기만 먹는다. 비록 쌀이 있더라도 갈아서 빵만 먹는다. ...이 고장 사람들의 성품은 교역을 좋아해서 늘 서해에서 배를 타고 남해로 들어간다. 그리고 사자국(현 스리랑카)에 가서 여러 가지 보물을 가져온다. ...곤륜국에 가서는 금을 가져오기도 한다. 또한 배를 타고 중국 땅에도 가는데, 곧바로 광주까지 가서 능(綾, 무늬가 있는 얇은 비단), 비단, 생사, 면 같은 것을 가져온다.

대식국(아랍)

  다시 파사국에서 북쪽으로 열흘을 가서 산으로 들어가면 大寔國(아랍)에 이른다. ...이 땅에서는 낙타, 노새, 양, 말, 모직물, 모포가 나며 보물도 있다. 의상은 가는 모직으로 만든 헐렁한 적삼을 입고, 또 그 위에 한 장의 모직 천을 걸친다.이것을 겉옷으로 한다. 왕과 백성의 의상은 한가지로 구별이 없다. 여자도 헐렁한 적삼을 입는다. 남자는 머리는 깎으나 수염은 그대로 두며 여자는 머리를 기른다.

대불림국

호국

  또 대식국의 동족에는 여러 호국이 있으니...비록 나라마다 왕이 있기는 하나 모두 대식의 관할하에 있다. ...풍속이 지극히 고약해서 혼인을 막 뒤섞어서 하는 바, 어머니나 자매를 아내로 삼기까지 한다. 파사국에서도 어머니를 아내로 삼는다. 그리고 토화라국을 비롯해 계빈국이나 범인국, 사율국 등에서는 형제가 열 명이건 다섯 명이건, 세 명이건 두 명이건 간에 공동으로 한 명의 아내를 취하며, 각자가 부인을 얻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것은 집안 살림이 파탄되는 것을 두려워해서이다.

발하나국

골탈국

돌궐(투르크)

  다시 이 호국들의 이북으로 가면 북쪽으로는 북해에, 서족으로는 서해에, 동쪽으로는 중국에 이르며, 그 이북은 모두 돌궐족이 사는 강역이다. 이들 돌궐족은 불법을 알지 못하며 절이나 승려도 없다. 의상은 모직 외투와 모직 상의이며 고기를 먹을거리로 삼는다. 성곽을 거처로 하는 일도 없으며, 펠트 천막을 몸에 지니고 물과 풀을 따라 다닌다. 남자들은 모두 수염과 머리를 깎고 여자는 머리를 기른다. 언어는 다른 나라들과 같지 않다. 이 나라 사람들은 살생을 좋아하고 선악을 알지 못한다. 땅에서는 낙타, 노새, 양, 말 따위가 많이 난다.

호밀국(와칸)

  토화라국에서 호밀국으로 올 때 이역에 들어가는 중국사신을 만났다. 이에 간략하게 四韻體 五言詩를 지었다.

 

그대는 서쪽 이역이 멀다하고

나는 동쪽길이 멀다고 탄식하노라.

길은 험하고 눈 쌓인 산마루 아스라한데

험한 골짜기엔 도적떼가 길을 트누나.

새도 날다가 가파른 산에 짐짓 놀라고

사람은 기우뚱한 다리 건너기 어렵네.

평생 눈물을 훔쳐본 적 없는 나건만

오늘만은 하염없이 눈물 뿌리는구나.

 

※이역만리에서 여러 해 동안 걸어서 수많은 나라를 순례하는 고행자의 처량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아아! 나는 지금껏 혜초가 중국을 거쳐 불법을 더 공부하기 위해 인도에 유학을 다녀온 것으로만 단순히 여겨왔었다. 그리고 여행기를 남겼거니 했건만 그는 여행 아닌 참으로 지난한 순례길을 걸었던 것이다.

빵과 보릿가루만을 먹는다. 이곳의 추위는 다른 나라들보다 더 극심하다.

식닉국

  근자에 두 굴왕이 중국에 자진 신복하여 安西에 사신을 보냈으며 왕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총령진

이곳은 중국에 속하다 보니 지금 그 나라 군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주 : 총령은 파미르고원의 고칭이다.

소륵국

이곳 역시 중국 군사들이 주둔하고 있다.

구자국

  이곳이 바로 안서도호부로서 중국 군사의 대규모 집결처이다. 이 구자국에는 절도 많고 승려도 많으며 소승법이 행해지고 있다. 고기와 파, 부추 등을 먹는다. 중국 승은 대승법을 행한다.

우기국

  안서 남쪽에서 우기국까지는 이천 리이다. 이곳에도 중국 군사가 많이 주둔하고 있다. 절이 많고 승려도 많으며 대승법이 행해지고 있다. 고기는 먹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동쪽은 모두 당나라의 영역이다. 모두가 공히 알고 있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안서(쿠차)

  727년 11월 상순 안서에 도착하였는데, 그때의 절도사는 趙君이었다. 또한 안서에는 중국인 승려가 주지로 있는 절이 두 곳 있고, 대승법이 행해지고 있으며, 고기는 먹지 않는다.

 앞의 구자국에서 안서라 하였으니 혜초의 혼동이 아닌가 싶다.

언기국

  여기도 중국 군대가 주둔하고 있다. 왕이 있으며 백성들은 호인들이다. ..이것이 바로 안서4진인데 이름을 꼽으면, 첫째 안서, 둘째 우기, 셋째 소륵, 넷째 언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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