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둠

저전 한시 세편

청담(靑潭) 2016. 4. 7. 22:53

 

 

漢詩 三篇

 

 

硯友會는 익산문화원에서 운영하는 서예 강좌에 참여하는 회원들의 모임입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에 서예실에서 여송 김계천(如松 金桂仟) 선생으로부터 지도를 받습니다. 여송 선생님은 지난주 토요일부터 내일까지 古稀展을 갖고 있습니다. 나는 서예실에 드나든 지 이제 막 세 달이 지난 왕초보지만 앞으로 계속 서예를 하고 싶은 생각이므로 지도 선생님의 작품은 한 점이라도 구입해드리고 소장하는 것이 도리일 것 같아서 『和氣集』을 구입했습니다. 『愚公移山』이 가장 눈에 들어왔지만 우리 집 현관에 걸기에는 아무래도 『화기집문』이 나을 것 같아서입니다.

일전에 연우회원이신 저산 이양원 선생님께서 당신의 종조부이신 저전 이종림 선생의 遺作詩가 있으나 번역이 되지 않았다면서 부탁을 해오셨습니다. 나는 한문에 전혀 깊이가 없고 더구나 한시는 문외한이나 다름없어 한문교육학과 교수친구를 통해 대학원생에게 부탁을 해서 번역본을 받았으나 거의가 직역이고 아직 어린 학생이어서인지 내용이 잘못 해석된 것도 있어 시가 매끄럽지 못하였고 따라서 내용의 이해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가소롭게도 제가 사전을 찾아가며 교정해보고 의역을 해서 시의 모양이라도 만들어 보았으나 혹시라도 이를 보는 세상 사람들은 拍掌大笑할 일입니다. 내용이 무엇인지 대충 파악이나 된 것이니 읽어나 보시라고 드렸더니 이를 받아보시는 樗山 선생님은 ‘아무튼 매우 고맙다’고 하시며 세편을 더 부탁하신다 하여 손사래를 치며 극구 사양하였으나 莫無可奈이십니다. 제가 국사선생이라서 한학이나 한시에 조금은 조예가 있는 줄 오해하시는 듯싶습니다. 만일 기어이 세편을 더 주시면 아예 현직 국어교사로 향토사학자요, 시인이며 한학에도 밝은 모 후배에게 부탁을 해야 할 듯싶습니다. 낯부끄러운 일입니다만 대학원생이 번역해 준 내용에 그래도 제가 난생 처음으로 가필이라도 해 본 한시이므로 제 블로그에 올려 봅니다. 물론 온전한 제 번역작품은 전혀 아닙니다. 혹시 이를 보시는 분 중에 한문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나 한시를 잘 아시는 분은 웃지만 마시고 잘 번역하셔서 댓글에 연락주시면 크게 감사할 일입니다.

저전 이종림 선생에 대해서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다음과 같이 실려 있습니다. 선생의 유작인 『樗田遺稿』는 아직 고전번역원에 수록되어 있지 않고 있습니다. 언젠가 번역되어 수록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본관은 전의(全義). 자는 성률(聖律), 호는 저전(樗田). 아버지는 석하(奭夏)이며, 어머니는 진주소씨(晉州蘇氏)로 종술(宗述)의 딸이다.

약관에 상경하여 당시 명사들과 교유하며 문명을 떨쳤다. 1890년(고종 27) 선공감가감역(繕工監假監役)이 되었고, 이어 한성재판소판사(漢城裁判所判事)·법부참서관(法部參書官)·시종원부경(侍從院副卿) 등을 역임하였다. 국사가 날로 어지러워지자 1907년 사직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시문에 능하여 800여 수의 시를 남겼으며, 1917∼1918년에 전국의 명승고적을 두루 유람하고 「금강록(金剛錄)」 등 기행문을 여러 편 썼다.

1919년 고종이 사망하자 상경하여 궐문 밖에서 통곡한 뒤 귀향하여 집 뒷산에 단을 설치하고 초하루와 보름에 망곡(望哭)하였다. 저서로는 『저전유고』 8권이 있다.

 

 

 

樗田 李鐘林(1857-1925)

鳳仙花(봉선화)

鳳去仙歸花獨留 봉거선귀화촉류

誰知花本鳳仙流 수지화본봉선류

鳳仙不到花將老 봉선부도화장로

謾供村娥染爪頭 만홍촌아염조두

봉선화

봉황은 신선이 되어 돌아가고 그 자리에는 봉선화만 홀로 남아있네

봉선화가 본시 신선이 되어 날아간 봉황임을 그 누가 알리오.

신선이 된 봉황은 돌아오지 않고 꽃은 장차 시들려하는구나

아리따운 시골 아가씨 손톱 끝을 물들이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오.

 

 

處女(처녀)

暗惜紅顔洗軟埃 암석홍안세연애

深湥自護畏人猜 심돌자호외인시

大堤兒女偸看去 대제아녀투간거

吹盡毛疵謗百回 취진모자방백회

처녀

홍안이 사그라질까 몰래 부드럽게 얼굴을 씻고

사람들이 시기할까 스스로를 깊이 감추네.

대제(황등제) 사는 계집아이 훔쳐보며 가면서

머리털이 날리도록 끝없이 비난하는구나.

 

 

籬下月桂(이하월계)

飛盡百花晩獨香 비진백화만독향

繼開連月一春長 계가연월일춘장

緣何不逐姮娥去 연하부추항아거

虛老山家腊艶陽 허로산가석염양

울타리 아래 월계수

백화가 날아간 후 늦게야 홀로 향기를 풍기며

수개월 연이어 피어나니 봄철이 길구나.

무슨 까닭으로 항아 선녀(달나라 선녀)를 쫒아내지 않을까

텅 빈 옛 산집에 볕이 오래토록 곱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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