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록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청담(靑潭) 2017. 7. 15. 23:29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지은이 : 루이스 캐롤

도서출판 : 소와다리

1866년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

 

1.

지금으로부터 무려 43년 전 가을, 내가 속한 친목 써클인《성화》에서 회지를 발간한 일이 있습니다. 회지 이름은 써클 이름 그대로였습니다. 당시 내가 회장이었는데 작업은 후배들이 했습니다. 철판에 철필로 일일이 긁어 써서 프린트하여 회지를 만들던 때였지요. 그 회지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습니다. 독후감은 아니고 수필이었던 듯싶습니다. 지금은 내 아내가 되어있는 양드리님이 쓴 글입니다. 나는 그 책을 읽은 적이 없어 내용은 전혀 몰랐지만? 동화책의 이름이 아름답기도 하네!?라는 생각을 했고, 아름다운 동화를 주제로 글을 쓴 양드리의 마음이 참 예쁘다는 느낌을 가졌었습니다.

전에 본 적이 없는 이 책이 갑자기 집에서 보입니다. 양드리님이 다시 읽고 싶어 구입하였다고 합니다. 나도 한번 호기심에 읽어 봅니다. 참 재미있고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2.

저자인 루이스 캐롤(Lewis Carroll : 1832~1898)은 영국 태생의 작가이자 수학자라고 합니다. 옥스퍼드 크라이스트처치(옥스퍼드의 한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쳤으며 기호논리학에 재능이 있었다고 합니다. 대학의 총장이었던 헨리 리델과 교류하며 그의 가족과도 가까워지게 되었는데 신비한 눈빛을 가진 총장의 어린 딸 앨리스 리델(Alice Pleasance Liddell : 1852~1934)에게 매료되어 그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를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인물사진찍기를 좋아해 많은 사진을 끽었으나 소아애호 논란에 휩싸여 소녀들을 찍은 사진은 대부분 폐기되고 가족사진만 남았다고 하는데 책과 표지에는 잘 생긴 자신의 사진과 어여쁜 앨리스의 사진이 있고, 또 세자매들의 사진들도 보입니다. 귀엽습니다.

 

3.

앨리스가 언니의 무릎을 베고 강둑에 누워 잠이 들어서 꾼 꿈 이야기로 이상한 동물들의 나라를 여행하는 내용입니다. 영어로 쓰인 동화를 마치 우리말로 쓴 것처럼 아름답게 옮기는 마술을 부린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번역자인 김동근이라는 분 대단합니다.

 

 

4.

황금빛 햇살 내리쬐는 오후 내내

우리 배 한가로이 물 위를 미끄러지네

고사리 손 서투르게

부질없는 손짓으로

부지런히 노를 저어

정처 없이 떠도는 배를 이끄네

 

아, 무정한 세 사람이여!

이다지도 꿈결 같은 시간

작은 깃털 하나 날려버리지 못할

가녀린 숨결로 이야기를 조르다니!

허나 남루한 목소리 하나가

어찌 세 혀에 맞설 수 있겠는가?

 

도도한 첫째가 먼저

?시작하세요!?명령을 하고

상냥한 둘째가

?재미있는 걸로요!?부탁을 하고

셋째는 일 분이 멀다하고

이야기에 끼어든다네

 

이윽고 갑자기 모두 입을 다물고

상상 속에서

험하고 낯선 이상한 나라를 누비며

날짐승 들짐승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꿈의 아이를 쫓아가네

마치 그것이 현실인양

 

상상력의 샘이 말라붙어

이야기가 바닥난

지친 이야기꾼 소심하게 말하기를

?나머지는 다음에?

그러면

?지금 해주세요.?

행복한 재잘거림

 

그렇게 이상한 나라 이야기가 생겨났네

그렇게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신기한 이야기가 되었네

명랑한 뱃사공들 배를 몰아

노을 아래 집으로 향하네

 

앨리스! 이야기가 유치하더라도

너그러이 봐주기를

신비로운 추억의 갈래 속

어린 시절 꿈이 타래 튼 곳에 놓아주기를

순례자가 이역만리에서 꺾어온

시든 꽃다발을 두고 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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