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여행

호주 뉴질랜드 여행기(2017)

청담(靑潭) 2017. 11. 15. 23:33

 

오세아니아(호주·뉴질랜드) 여행기

 

떠나기 전에

금년 가을엔 중국의 은나라 유적지인 정저우(정주), 전국 시대 위나라가 이곳으로 도읍을 옮겨 온 이후, 후량, 후진, 후한(947-950), 후주, 북송, 금 등의 나라가 도읍을 정했던 가이펑(개봉), 후한(25-220)과 북위의 수도였던 뤄양(낙양)을 찾아보고 싶었으나 사드여파인지 도대체 여행사마다 모집이 되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

차선책으로 언젠가는 한번 반드시 가보게 될 오세아니아주(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를 다녀오기로 정하고 일치감치 예약을 했다. 두 나라는 원주민의 역사를 제외하면, 서구인들이 점령한 이후의 근대의 역사가 일천한 관계로 세계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 따라서 굳이 미리 자료를 준비하거나 사전에 공부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으므로 마음 편하게 두 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시민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문화를 보고 느껴보려는 가벼운 여행으로 삼고 출발하였다. 졸지에 평생을 두고 반드시 가고자 하는 장거리 세계여행 프로그램 9개중 5번째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인 오세아니아의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를 여행하게 된 셈이다. 우리가 보통 호주라고 부르는 오스트레일리아는 2016년 IMF가 정한 국가별 GDP순위에서 13위인 경제대국이다. 우리나라는 11위이지만 인구가 호주의 꼭 2배이니 호주의 개인별 국민소득은 6만 달러나 된다. 뉴질랜드 역시 4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이다. 기후는 우리나라와 정 반대여서 초여름이므로 좋은 계절에 여행하게 된다.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대부분 이곳을 다녀온 바 있으니 나는 늦은 여행이다. 두 나라는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하였으며, 농․목축업이 발달한 나라로 경제적으로 선진국이며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일찍부터 사회보장제도가 잘 된 나라로 알려진 나라들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민을 가거나 유학을 가는 학생들이 많다. 현재 고교동창 한 친구가 브라질로 이민갔다가 현재는 시드니에 살고 있고, 가까운 친구인 정용이는 뉴질랜드에서 10여년 살다가 완전 귀국한 바 있다. 뉴질랜드의 어디에서 살다왔는지도 잘 모르는데 뉴질랜드를 잘 모르기 때문에 물어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두 나라를 여행하게 되면 두 나라에 대해 아주 잘 알게 된다. 여행은 그래서 필요하고 돈과 시간을 투자한 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제1일

아침 10시 30분에 집을 나서 익산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인천공항버스를 타다. 4시에 『참 좋은 여행』의 안내를 받아 대한항공 6시 45분 비행기는 7시에 이륙했는데 꼭 10시간이 걸려 아침 5시에 시드니에 도착했다. 항로는 충주-대전-대구-창원-쓰시마-나가사끼-가고시마-괌-파푸아뉴기니-케언즈-시드니이다.

호주는 원래는 우리보다 1시간이 빠르지만 섬머타임으로 2시간이 빠르게 되어 오전 7시가 되었다. 익산에서 시드니까지 무려 18시간 30분이 걸렸다.

 

제2일

호주여행은 1박 2일이다. 시드니 공항에서 만난 일행은 모두 18명인데 4명의 두 자매부부, 5명의 여성 친구들, 또 다른 4명의 여성친구들, 우리부부와 또 다른 부부, 그리고 한명의 여성인데 대체로 60대로 구성되었다. 우리 두 사람만 집이 익산이고 나머지는 모두 서울에 사시는 분들이며 남성 4명과 여성 14명이 10일간의 여행을 함께 하게 되었다. 호주는 50대의 한국여성가이드인 제니퍼씨가 맡았는데 똑똑하고 야무지신 분이다. 말은 호주여행이라지만 이틀 동안 시드니 주변만 관광하므로 기실은 시드니 여행이라야 맞다. 시드니는 호주최대의 도시로 전 2,500만 명의 인구 중 350만 명이 사는 대도시이다.

●페더데일 야생동물원

제일 처음 방문한 곳이다. 마치 사설 동물원인 듯 시골의 작은 동물원인데, 보이는 동물들은 주로 호주산 야생동물들이며 특이한 것은 그저 캥거루를 실제로 보게 되는 정도이다.

●불루 마운틴 국립공원

시드니에서 두 시간 반을 서쪽으로 달려 도착한다. 호주의 그랜드 캐년이라고 하며 산 주변에 코알라의 먹이인 유칼리투스 나무의 유액이 증발하여 푸른색을 띤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아름다운 전경을 을 구경하고 궤도열차를 타고 내려온다. 숲속 길을 따라 걷는 즐거움이 컸다.

 

 

●시드니 디너 크루즈

공항에서 시드니시내로 가는 길이나 블루마운틴에서 들어오는 길에서나 세계3대 미항이라는 시드니 항구의 아름다운 모습을 찾을 수 없더니만 크루즈를 타고 하버 브짓지 아래를 지나며 시드니 바다를 한 바퀴 돌면서야 시드니가 진정 매우 아름다운 항구임을 확인하다. 그러나 사진을 통하여 보아왔던 바다와 어우러진 오페라하우스의 황홀한 모습은 기대보다는 약간 부족한 감이 드는데 건물의 색깔이 조금 어두운 탓인가? 내가 본 이탈리아의 나폴리는 미항과는 아예 거리가 멀었고, 리오데자네이로는 지금 나의 여행계획에는 없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근대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던 20세기 초에 세계 3대 미항이 정해졌을 터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여수항, 통영항도 얼마나 아름다운 항구이런가? 아무튼 가난한 대한민국의 농촌에서 6.25전쟁기에 태어난 내가 오늘 세계 3대 미항인 시드니의 경관을 크루즈를 타고 감상하고 있으니 정말 내가 대단히 행복한 사람이다. 대한민국 국민임이 자랑스럽다.

●시드니 야경투어와 하버 브릿지(선택관광)

밤의 시드니를 구경하기 위해 기꺼이 거금 60호주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5만 4천원을 투자하다. 하버브릿지 아래에서 맞은편에 있는 오페라 하우스를 촬영하며 즐기다가 다리 위를 걸어 건너편의 오페라 하우스로 이동했다. 야경이라서인지 오페라 하우스는 한결 멋진 모습이다. 음료수와 맥주 한잔을 마시며 모두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1932년에 철제로 제작된 다리는 높이가 무려 134m에 달해 대단히 웅장한 모습이다. 이 투어는 여행사에서 패키지여행의 운영상 만들어진 두 개의 선택관광이므로 구태어 값을 따지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적어도 한국 여행업계의 패키지여행의 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혁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따라서 이러한 패키지여행의 시스템이 잘 이해되지 않는 여행객은 참여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제3일

●시드니 동부해안 본다이비치

시드니 외곽의 고급 주택가를 지나 해안가로 나가니 본 다이비치 해수욕장이 있어 많은 젊은이들이 해수욕복장으로 모래사장에서 일광욕을 하거나 윈드서핑을 즐기고 있다. 아직은 여름이 아니지만 햇볕이 따가워 나도 능히 바다에 뛰어들 만하다. 우리나라에서 해수욕을 즐기려 6월에 바다에 뛰어드는 격이랄까? 시내로 돌아오는 해변가에는 1973년작 프랑스영화인 빠삐용에서 주인공(스티브 맥퀸)이 뛰어내리는 장면을 찍은 바위언덕이 있다. 버스에서 바라보니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 있는데 우리는 시간관계상 버스에서 보며 그냥 지나치고 만다.

●시드니 타워 아이

1970년대에 지어져서 1980년에 개방되었다고 하는데 높이는 약 250m라고 한다. 마치 도쿄타워에 올라온 듯 하며 발아래 고층건물들이 보인다. 지난 3월 개관한 롯데월드타워는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123층 건물로 전망대인 서울스카이의 높이가 무려 555m라 한다. 시드니 타워의 두 배 높이이니 나도 곧 올라가봐야지! 그런데 예약을 해야 한다는 둥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

●오페라 하우스

어제 저녁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맥주를 한잔 마시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지만 오늘은 내부 관람을 한다. 오페라하우스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건물로 덴마크의 건축가인 『욤 우촌』이 설계했으며 1959년부터 1973년까지 총 14년에 걸쳐 지어진 것으로 시드니를 상징하고 있다. 외부가 완성되었을 즈음 주정권이 교체되어 예산문제가 발생하여 지원이 불투명해지자 그는 덴마크로 돌아갔고 내부는 호주 건축가들이 완성하였는데 설계자는 이후 죽을 때까지 이 건물을 찾지 않았고 그 아들만 방문한 일이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끊임없이 수많은 공연이 계속하여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오페라하우스를 안내하는 한국인 가이드를 따라 대공연장까지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오후 7시 40분에 시드니공항을 떠나 10시 50분에 뉴질랜드의 남섬에 있는 크라이스트처치공항에 도착했다. 뉴질랜드는 호주보다 2시간이 빠르므로 0시 50분이 되었다. 뉴질랜드 남섬의 여성가이드는 차분하고 순박한 인상을 주는 50대 초반의 임우미 씨이다. 남섬은 전체 면적의 54%를 차지하는데 인구는 전인구 450만 명중 겨우 100만 명이 살고 있다. 대한민국 면적의 1.5배나 되는데 겨우 100만 명이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도착한 크라이스트처치에 무려 45만 명이 몰려 산다고 한다. 남섬 최대의 도시인 것이다.

 

 

제4일

●캔터베리 박물관과 헤글리공원

남섬은 아직 조금 춥다고 하는데 오늘 아침 매우 맑고 따뜻하다. 공원에 도착하여 먼저 정문 옆에 있는 작은 캔터베리박물관을 견학한다. 관광객들을 위해 마련된 전시관 같은 곳이기도 하지만, 역사가 일천한 나라인지라 마오리족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물들과 오세아니아를 지배한 영국인들의 19세기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는 정도이다. 박물관 앞의 건물이 개축중인데 2011년 2월 22일에 이곳 크라이스트처치에 발생한 진도 6.3의 지진에 의해 부서진 건물이라고 하며 이들은 모든 일에 진도가 느려 지금까지도 그 피해가 복구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당시 200여명이 사망한 큰 지진이었다고 하는데 나는 기억이 별로 없다. 헤글리 공원은 1885년 켄터베리 주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큰 공원으로 공원주위를 에이번강이 흐르고 있다. 난생 처음보는 작고 아름다운 강이다. 조금 큰 시내라고 해야 맞을까?나는 이처럼 아름답고 조용하게 흐르는 강을 해외에서나 국내에서나 지금까지 본적이 없다. 영락없이 동화속에 나오는 강인데 오리떼들과 새들이 즐겁게 살고 있다. 엄청나게 큰 공원의 나무들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한다. 거대한 나무들이 울창한데 이곳은 우리나라보다 3~4배 빨리 성장할 뿐만 아니라 그 크기가 입을 딱 벌어지게 한다. 공원 이곳저곳에는 작은 연못과 예쁜 꽃들이 가득한 작은 화원들이 조성되어있어 양드리와 나는 신나게 카메라를 눌러대며 돌아다녔다. 저 에이번 강가에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면서 한나절 한가하게 놀다 가도 좋겠다. 대나무와 소나무도 보인다. 저 에이번 강물만큼이나 수돗물도 깨끗해서인지 오세아니아에서는 물을 사먹을 필요가 없다. 시드니에서부터 이곳까지 그리고 북섬에서까지 수돗물을 물통에 담아 가지고 다니면서 먹었는데 우리나라 판매용 물보다도 더 맛이 좋다. 

 

   

●모나베일

헤글리 공원 바로 곁에 위치한 호화로운 정원인데 1905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저택은 현재 전시회장이나 연회장으로 쓰인다고 하는데 큰 관심이 가는 건물은 아니다. 그런데 에이번 강을 이용하여 잘 가꾸어진 정원이 정말 장난 아니다. 어쩌면 아름다운 강을 활용하여 이처럼 멋진 정원을 가꿀 수가 있단 말인가? 나의 고향집 시골정원 『지산 쁠라스』는 면적이 겨우 200평인데다가 흐르는 강도 없으니 언감생심 저런 예쁜 정원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 더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리라.

●캔터베리 대평원

크라이스트처치를 떠나 마운트 쿡 국립공원으로 버스가 이동한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대평원이다. 목초지가 끝없이 이어지며 잘 가꾸어진 방풍림이 일품이다. 선진 목축업 농촌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마치 만주벌판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만주벌판보다도 더 넓은지도 모르지. 차츰 저 멀리 높은 산들을 볼 수 있게되고 그 산위에는 하얀 눈이 덮여 있다.

●데카포 호수, 선한 양치기 개동상, 초대교회

제랄딘을 거쳐 데카포 호수에 도착한다. 호수 끝자락에 선한 양치기 개동상이 있고 그 옆에는 초대교회가 서 있어 구경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상당히 춥다. 이곳에는 여행객들을 위한 마을이 형성되어 있어 오늘은 이곳에서 자게 된다. 시골호텔이라 영락없는 우리나라의 단층 모텔인데 방은 의외로 깨끗하고 따뜻하여 조금도 불평할 이유가 없다. 기억에 남을 시골호텔의 하룻밤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느닷없는 싸이렌이 10여 분 간 울려 살짝 놀랬는데 별것은 아닌, 작은 화재가 날 뻔한 사건이라고 한다.

 

제5일

●푸카키 호수

데카포호수 마을에서 출발하여 얼마가지 않아 데카포호수보다 더 큰 푸카키 호수가 나타난다. 호수를 돌아 북쪽 방향으로 달려 호수 끝에 있는 마운트 쿡에 도착했다.

●아오라키 마운트 쿡 국립공원, 트레킹

오늘 이곳을 찾는 것은 트레킹을 하기 위해서이다. 가는 길에 우리 70~80세대들이 즐겨 부르는『연가』를 들려준다. 나는 뉴질랜드 민요임을 깜박 잊고 있었는데 이 노래는 원래 마오리족의 민요인 Pokarekare Ana였고 6.25전쟁에 참전한 마오리 병사가 부르는 노래를 들은 우리나라 병사가 이를 채집하여 널리 알려진 것이라고 한다. 가사 내용도 거의 같다고 한다. 우리는 70년대에 기타를 치며 이 노래를 지긋지긋하게 좋아하며 불러댔는데 그 당시에는 이런 전설을 미처 알지 못했다. 물론 그 뒤에 들은 적이 있는데도 또 잊고 있었다. 어쩌면 마오리족의 노래가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서 당연히 나도 알게 되고 부르게 된 것으로 여기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연가의 편곡과 작사에 얽힌 구체적인 진실을 알고 싶어졌다. 나와 양드리는 평상시에도 대개 2시간 남짓의 산행을 택하니 딱 적격인 트레킹이다. 출발지는 허미티지호텔인데 우리가 이 호텔에서 잠을 자는 것은 아니고 트레킹 후 점심을 먹게 되는 것이며, 모든 트레킹 여행객들이 이 호텔을 이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비가 내리므로 우비를 사서 입고 출발하다. 다들 기분이 들떠서 즐거워한다. 비록 비는 내리지만 길은 평탄하고 아름다운 설산을 바라보며 즐겁고 신나는 트레킹을 무난하게 마친다. 점심은 연어고기 빵과 닭고기 빵을 주는데 그 양이 만만찮다. 나는 맛이 좋고 양도 많아 대 흡족인데 양드리는 다 먹지 못한다.

 

 

●제트보트(선택관광)

점심을 먹고 버스는 퀸스타운을 향하여 달린다. 가는 길에 급류인 카와라우 강에서 선택관광으로 제트보트를 탄다. 값이 무려 95뉴질랜드달러이니 우리 돈으로 무려 7만 6천원이다. 비싼 돈을 냈지만 정말 난생 처음으로 맛보는 스릴만점이다. 비를 맞으며 무려 30분간 위험한 놀이를 즐기는데 그저 영화배우처럼 잘 생긴 기사의 운전 솜씨에 감탄할 뿐이다. 내 평생을 살면서 경험을 통해 가진 교훈이 『물조심, 불조심, 차조심』인데, 내 목숨을 저 사람에게 아예 맡기고 즐기는 이 놀이는 제정신으로 잘하는 짓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너무 신나고 즐거웠던 탓에.

●와카티푸 호수

퀸스타운에 도착했다. 퀸스타운은 비록 인구는 수만 명의 작은 도시지만 남섬 최대의 관광도시로 국내선 비행장까지 있는 곳이다. 번지 점프대 답사는 날씨 탓에 내일로 미루어진 때문에 일찍 퀸스타운에 도착하였으므로 먼저 와카티푸호수와 항구를 구경하다.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경관이 매우 아름다워서 마치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의 호숫가에 온 느낌이다. 퀸스타운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인근 산정에 있는 호텔에서 묶게 되었다.

 

 

제6일

●피요르드 국립공원

아침 일찍 출발하여 남섬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하는 피요르트 국립공원을 향한다. 테아나우 호수를 보며 북상하여 드디어 밀포드 사운드에 도착한다. 퀸스타운에서 남쪽으로 다시 북쪽으로 달려 왔는데 오랜 시간을 달려 왔지만 사실 이곳은 퀸스타운보다 위도가 더 북쪽에 위치한다. 가는 길에 가이드는 어제 모든 관광객들이 밀포드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우리는 큰 행운이라고 강조하여 자랑스러워 마지않는다. 백두산을 제대로 볼 확률이 30~40%이고 밀포드는 대개 50%라고 한다. 나는 백두산에는 두 번째 방문에서야 제대로 보았는데 오늘은 단 한 번의 방문에서 밀포드 사운드 피요르드 협곡해안을 보는 행운을 가진다. 협곡을 발견한 사람이 영국식으로 사운드라고 이름을 붙인 때문에 밀포드 사운드라고 불리우고 있지만, 사실은 밀포드 피요르드라고 불러야 맞다고 한다.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

크루즈선을 타고 협곡을 돌아보면서 뷔페로 식사를 하는데 엄청나게 먹을 것도 많다. 손님들이 무지하게 담아와 먹어댄다. 이번 여행에서 만나는 외국여행객들은 대부분 한국인들과 중국인들이다.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으신 분이 참 좋은 여행사에서 같은 날 출발한 팀이었는데 그들은 어제 들어가려다가 실패하고 입구까지 도착했지만 공원 입장이 허락이 되지 않아 별수없이 퀴스타운으로 되돌아와서 와카티푸 호수의 유람선을 탔고 때문에 팀원들이 엄청 서운해 했다고 한다. 오세아니아 여행의 꽃이고 죽기 전에 꼭 가야할 곳 12위로 선정된 곳이라니 대처 그렇기도 하겠다.

 

 

●에로우 타운

옛 금광촌의 정취가 남아있는 에로우 타운을 찾는다. 오래된 시골 도시 같은 느낌을 주는 정도이다. 그저 기념사진을 찍는 정도로 잠간 머물었다.

●카와라우 다리 번지 점프대

어제 일기관계로 들어가지 보지 못한 번지점프대를 찾았다. 높이는 불과 43m인데 무슨 연유로 타지도 않는 번지점프대를 찾는 것인지 의아해 했었는데 이 점프대가 세계최초의 번지 점프대라고 하며 오래되어서인지 마치 전시용으로 만들어진 점프대 같다. 그러나 1998년에 설치된 것이며 지금도 이용하고 있는 곳이다. 새로 설치되는 점프대들과 비교하면 장난감 같겠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점프대이기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밀포드에서 돌아오면서 가이드가 황창현 신부의 행복강의를 들려준다. 자녀교육, 부부사랑, 행복한 노년 보내기, 행복하게 사는 법을 말하는데 매우 감명 깊은 내용이다. 세상은 놀랍게 변하는데도 아직도 자기 아이만은 일등을 시키겠다고 아이들을 경쟁속으로, 사교육장으로 몰아대며 힘들게 하는 우리나라의 일부 젊은 엄마들, 아직도 전통적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이 이루어낸 재산을 몽땅 자식에게 몰아주고 정작 자신들은 경제적으로 힘들어 하는 나이든 부모들에게 큰 경종을 울리는 내용인데 어쩌면 저리도 재미있게 강의를 하는지 귀에 쏙쏙 들어오면서도 웃음을 그치기가 어렵다. 처음으로 알게 된 신부님인데 훌륭한 분이다. 아아! 장차 의식 있는 아들부부, 의식있는 딸부부를 기대한다. 나의 아들과 딸의 부부는 결혼식은 아주 소박하고 간편하게 치르며, 자신들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며 경제를 만들어가되 결코 돈에 집착하지는 않아서 물질만능주의에 빠지지 않고, 아이들은 일체의 사교육을 멀리하며 착하고 바르게 키워가는 그런 아름다운 가정을 만들어 가기를 원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을 이루어가는 방법이고 길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많이 기대하고 있다.

 

제7일

●쇼핑

오늘 오전은 한가하다. 원래 오늘 찾기로 한 와카티프 호수, 애로우 타운, 번지 점프대를 어제 다 보았기 때문이다. 판매점 두 곳을 들린다. 이미 시드니의 쇼핑에서 많은 분들이 값비싼 건강식품을 많이 샀기 때문에 이곳 남섬에서 아무도 사주지 않으면 저 가이드 어쩌나하고 내심 걱정했으나 웬걸 또 상당한 건강보조식품을 사준다. 다행이다. 양드리는 필요한 화장품 한 세트를 사다.

점심 후 12시 35분 국내선 비행기로 북섬 오클랜드로 이동하여 오후 2시 25분 도착하다. 가이드는 유모어가 풍부한 당진출신 홍승택(피터)선생이다.

●파넬로즈가든(도브 마이어 로빈슨 파크, 장미공원) 구경

뉴질랜드의 수도는 웰링톤이지만 인구는 40여만 명이고, 남․북섬을 통틀어서 가장 큰 도시가 바로 오클랜드이다. 인구가 무려 150만 명이다. 장미공원을 찾으니 형형색색의 장미들이 잘 조성된 넓은 공원에 예쁘게 피어있다. 우리 익산의 내가 사는 마을에 있는 배산체육공원 장미화원의 꽃들보다 더 싱싱한 것이 다르다. 기후 탓인가 보다. 저녁때 찾은 우리 숙소호텔이 정작 이 장미공원 바로 앞에 있어 놀래고 저녁식사 후 다시 장미정원을 찾았다. 동네한 바퀴를 돌아보니 우리나라의 연립주택형 주택들이 많다. 시드니의 평범한 주택들이 대개 10억원 이상이고 고급 주택들은 수십억원이라는데 오클랜드는 보통집은 수억원 정도라고 한다. 선진국들의 부자들은 넘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부동산에 돈을 무더기로 쏟아 부으며 묻지마 투자를 하기에 부동산의 상승은 막아낼 도리가 없는 듯하다. 대한민국의 서울, 그것도 강남의 집값은 미친 가격이다. 32평 평범한 아파트가 15억원이라니 기가 막힐 일이지! 돈 놓고 돈 먹는 요지경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러다가는 모두가 우려하는 지나친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일은 결코 이루어내기 힘드리라. 우리가 사는 지방의 새로 지은 34평 아파트들은 3억 정도입니다. 그냥 마음 편하게 살지요.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는 1억이구요. 마음 편하게 사는 게 최고죠.

●미시온베이

바닷가에 있는 공원이다. 운동하는 젊은이들과 여행객들이 많다. 오클랜드의 바다를 바라보며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는 곳으로 여겨진다. 나도 덩달아 공원을 두어 바퀴 뛰며 돌아도 보고, 눕기도 하며 휴식을 취했다.

제8일

●와이토모 반딧불 석회동굴

로투루아로 가는 도중에 먼저 찾는 곳이 와이토모지역에 있는 석회암동굴이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엄청 많은데 놀랐다. 여행객들은 석회암 동굴을 찾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바로 그 안에 서식하는 반딧불을 보기 위해 찾아온 것이다. 우리가 통칭 반딧불이라고 부르지만 정식 이름은 아라크노캄파 루미노사(거미 같은 빛을 발하는 유충)이다. 이 유충은 뉴질랜드에만 서식하는 반디벌레 곤충이라고 한다. 우리가 어린 시절 여름밤이면 지천으로 반딧불이 날아다녔고 우리는 날아다니는 반딧불을 손으로 휘저어 잡으면서 놀았다. 그 반딧불이 멸종되다시피 하여 무주에서는 반딧불 축제를 하면서도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반딧불을 찾을 수는 없고, 인공적으로 키운 반딧불을 축제기간 동안만 일정한 장소에 풀어놓아 관광객들이 보게 한다. 이 석회암 동굴에는 영락없는 반딧불이가 동굴천정에 가득 붙어있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칠흑 같은 동굴 속 수로를 보트를 타고 관람한다. 관광객들이 모두 엄숙한 분위기속에서 숨을 죽이며 천정위의 반딧불을 보는데 마치 어린 시절 놀랍게도 신비스럽던 은하수를 다시 보는 것 다름 아니다.

●아그로돔 농장 양쇼관람 및 팜 투어

로토루아 시내에 도착하기 전에 시내 가까운 곳에 있는 농장투어를 한다. 50여만 평이나 된다는 큰 농장인데 우리나라의 체험농장 같은 곳이며 관광객들에게 먼저 양쇼를 보여준다. 19종의 양들을 소개하고 양털 깎는 묘기와 양젖 짜는 묘기를 보여주고 개들이 양떼를 모는 시범도 한다. 트랙터를 타고 농장을 돌면서 풀을 뜯는 양들을 만나 먹이도 주며, 키위나무 밭에도 들리는 코스다. 키위주스와 꿀을 맛보게도 한다. 우리를 안내하는 여성가이드는 한국여성인데 마치 개그우먼처럼 재미있는 안내를 한다.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젊은 한국인들이다. 일전에 찾은 남섬의 밀포드 사운드 유람선에서도 안내하는 여성들이 한국인들이었다. 해외에 나가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자랑스러운 한국여성들 파이팅!

●로토로아 도착, 레드우드 삼림욕

로토루아는 북섬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라고 한다. 로토루아 호수를 안고 형성된 도시처럼 보인다. 먼저 레드우드숲을 찾았는데 하늘을 향해 쭉쭉 벋은 어마어마한 나무들이 붉은 색을 띠어서 붙여진 이름인 듯싶다. 숲의 규모가 엄청나다지만 우리는 가볍게 30여분 삼림욕을 맛본다. 시민들이 울창한 숲길을 달리고 있는데 영화 『쥬라기 공원』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고.

●폴리네시안 스파 유황온천욕

이 스파는 『세계 10대 스파』로 알려지고 있는데 유황냄새가 짙다. 남녀가 자유스럽게 스파를 즐기는데 거의가 다 한국인들이고 중국인들과 서양인들이 조금 보인다. 온도가 다른 여러 개의 탕이 있는데 대부분은 그리 뜨겁지 않으나 호숫가 앞에 있어 경관은 매우 좋다.

●항이디너 저녁식사및 마오리쇼와 연가

호텔에 여장을 풀고 바로 곁에 있는 식당에 가서 마오리족의 전통요리인 항이디너를 먹으며 마오리족의 쇼가 있어 그들의 춤과 노래를 듣는다. 이 디너 값이 무려 6만원이라서 가이드에게는 제공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 비싼 저녁을 제공해주는 《참 좋은 여행사》가 고맙기 그지없다. 항이(Hangi)는 커다란 돌을 뜨겁게 달군 다음 땅을 파서 구덩이 안에 지열을 이용하여 이것저것을 굽는 전통음식이라고 한다. 7명으로 구성된 단원들은 정성을 다해 그들의 전통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준다. 특히 우리가 익히 아는 Pokarekare Ana(영원한 밤의 우정)를 구슬프게 들려주는데 우리가 즐겁게 부르는 연가와는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로토루아 호수의 모코이아섬 아래하부족의 추장 딸인 히네모네는 육지의 힌스터 부족의 추장아들인 두타나카를 축제에서 운명적으로 만나 첫눈에 반해서 사랑을 하게 된다. 그러나 두 부족은 오랫동안 전쟁을 치르며 원수지간이어서 사랑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두타나카는 히네모네를 그리워하며 밤마다 호숫가에서 풀피리를 불었고, 히네모아는 그 피리소리를 듣고는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카누를 타고 건너와 사랑을 나누었다. 그 사실을 안 히네모네의 아버지는 카누를 모두 불태웠다. 두타나카는 그 사실을 모른 채 그날도 호숫가에서 풀피리를 불었고 히네모네는 피리소리를 듣고도 가지 않으면 두타나카가 실망할 것 같아 몸에 표주박 수십 개를 달고 호수를 건너 두타나카를 만났다. 이 사실을 안 두 부족은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에 감동하여 화해하고 두 사람을 축복하였다.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같은 사랑이야기이다. 포카레카레 아나(Pokarekare Ana) 는 마오리족의 전통 민요로 현지인들에게 널리 불리다가, 1914년 투모운(P.H. Tomoan)에 의해 편곡이 되었고, 1917년 제1차 세계대전 때 초연이 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마오리족 출신의 뉴질랜드 국민가수 키리 테 카나와(Kiri Te Kanawa)가 이 노래를 부르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고 하며 1951년 한국전쟁에 참가한 마오리족 출신의 뉴질랜드 군인에 의해 대한민국에도《겨울연가》라는 노래로 번안되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는데 지금은 《연가》로 불린다. 나는 20대 시절 기타로 이 연가를 무지무지하게 많이도 불렀는데 요즈음 문화원 기타동아리인 《설레임》에서 다시 가끔 신나게 부르고 있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도 아름답지만

사랑스런 그대 눈은

더욱 아름다워라.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마오리족 단원들의 열정에 감동한다. 이까짓 손님 겨우 30~40명을 놓고도 땀을 흘리며 열정적으로 노래와 춤을 추는 저들이 존경스럽다. 오직 돈을 보고 하는 공연이 아니라 자신들의 전통예술을 외국인들에게 최선을 다해 보여주려는 모습을 보았다. 양드리와 나는 무대로 나가 그들과 어울려 춤도 추며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중고교시절 지리시간을 통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한 원주민으로 미국의 인디언과 일본의 아이누족, 그리고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을 잘 기억한다. 이번 여행을 통하여 호주의 애보리진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는데 자료에 의하면 그들은 현재 인구가 45만 명가량으로 오스트레일리아 전체인구의 약 2.4%에 해당하며 최하층을 형성한다고 한다. 그러나 마오리족은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자면 오랫동안 백인들과의 혼인으로 대부분 혈통이 뒤섞이게 되었으나 현재 뉴질랜드 인구의 15%를 차지하며 정부와 맺은 조약에 따라 자신들의 광대한 토지를 소유하고 있고, 오히려 갈수록 차츰 자신들의 정치적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고 한다. 마오리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된 것은 큰 공부다.

 

제9일

●테푸이아 마오리 민속촌

구글지도를 찾아보니 로토루아는 인구 7만 명의 작은 도시라서 우리가 찾는 모든 곳이 서로 가까이에 있다. 테푸이아 민속촌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만든 곳인데 들어가 보니 유황간헐천이 흐르고 진흙 열탕을 볼 수 있다. 백두산에서는 계란을 삶아 판다. 그러나 유황냄새나 삶은 계란 냄새나 다 같은 냄새라서 이곳에서는 옥수수를 삶아 판다고 하는데 옥수수 삶아 파는 모습이 보이지는 않는다.

●가번먼트 가든

로토루아 호숫가에 위치한 영국식 전통정원으로 매우 아름답다. 특히 영국 튜더양식이라는 베스 하우스가 있어 아름다움을 더해 주는데 현재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지만 시간관계상 겉만 구경하게 되었으나 큰 불만은 없다.

 

●스카이 라인 곤돌라 탑승

농고타하 산자락이라지만 시내 아주 가까이에 위치한 스카이라인에서 곤돌라를 탄다. 그리 높은 곳은 아니지만 올라보니 로토루아 시내와 멀리 호수가 다 보이는데 모코이아 섬까지 전경이 아름답다. 점심을 먹는데 음식이 아주 다양하고 풍부하여 지금까지 먹은 식사 중 가장 최고급 뷔페가 아닌가 여겼더니만 과연 식사비가 무려 4만원이라며 역시 가이드와 기사에게는 제공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고 여행비는 비싸지 않은데 어제저녁 디너에 이어 오늘 점심까지 이렇게 품격 있는 식사를 제공해주시다니 여행사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제10일

●오전 10시 5분 오클랜드를 출발하여 오후 6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피지-솔로몬제도-미크로네시아-가고시마-나가사키를 거치는데 오클랜드와 시드니는 위도가 거의 같은데도 비행시간은 12시간으로 시드니보다 두 시간이 더 걸린다. 12시간이 소요되었으나 시차로 인해 아직 오후 6시지만 벌써 깜깜한 저녁이다. 아버지께 전화를 드리고 아이들에게 도착을 알리고 서울집으로 가다.

 

제11일

오늘은 마포에 있는 경의선 숲길공원을 걷기로 했다. 이 숲길공원은 2009년 서울역에서 문산역까지 광역전철이 개통됨에 따라 옛 경의선 철도를 따라 용산에서 가좌까지 연결되는 구간(6.3km)에 만든 공원이다. 가족이 함께 가을 소풍을 하고 싶었지만 아들은 회사일로 출근하게 되어 어쩔 수없이 딸래미와 함께 셋이서 가을정취를 맛보며 걸어 연희동 칼국수집까지 찾아 점심을 먹고는 귀향하니 이미 벌써 깜깜한 밤이다.

 

마치면서(후기)

○이번 여행은 대부분 시내에 위치한 호텔에 들어서 편했다. 뿐만 아니라 여행 프로그램이 되도록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점이 확연하였으며 식사에도 연어고기, 양고기, 스테이크, 한식 등 많은 세심한 배려를 해준데 대해 여행사에게 감사드린다. 지난 봄 동유럽 여행에서 『참좋은 여행사』에 호감을 느껴서 이번에도 『참좋은』을 택했는데 대 만족이며 내가 아마도 참 좋은 펜이 될듯하다. 차암 좋은 여행사다.

○일행들이 모두 조용하고 점잖으신 분들이어서 편했다. 특히 60대 후반 누나들의 젊은 마음과 건강한 신체는 나를 놀라게 하며 우리 부부도 더 건강을 지켜나가야 함을 다짐한다. 특히 남자들의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아서 편안하고 건강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유감인 것은, 특히 뉴질랜드에서의 아침 호텔에서의 뷔페식사에서 내가 좋아하는 햄, 소시지, 베이컨, 치즈 등이 너무 짜서 실컷 먹지 못한 일이다. 점심이나 저녁에 주는 스테이크는 맛이 있어 잘 먹었으나 아침 뷔페는 별수 없이 빵 조각 몇 개와 커피로 때우고 말았으니 애석한 일이로다.

○가이드 세분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았다. 호주와 뉴질랜드에 이민 오신 분들인데 모두 유능하시고 답사지를 안내하고 설명하는데 막힘이 없는 전문가이드들이다. 되도록 많은 정보를 주시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 그 분들은 『참 좋은』 소속이 아니고 가이드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소속이라고 한다. 여행사마다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손님들의 수준이 다르기도 하며 고가의 상품으로 오는 손님들의 엉뚱한 갑질(?)이 있기도 하다고 귀뜸 한다.

○모두 다섯 군데의 가게를 안내하였으나 60대의 여성 여행객들이 상당한 구입을 해주셔서 덕분에 우리는 그리 큰 부담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우리는 해외여행시 절대 물건을 구입하지 않기로 맹세하고 떠나지만 우리나라의 패키지여행 구조를 잘 아는지라 막상 아무도 사려들지 않으면 괜히 불안하고 가이드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서는 필요한 물건만 간단히 구입하고 온 데 대해 스스로 만족하고 칭찬하며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우리는 평소 살아가면서 단 돈 몇 천원도 아껴 쓰면서 여행을 떠나면 상인들의 열정적이고 마음을 사로잡는 상품홍보에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며 지금 사지 않으면 손해를 보거나 후회하지는 않을지  하는 생각에 매우 당황하게 된다. 따라서 신중한 선택이 아니라 순간적 판단으로 수십만 원 또는 백만 원씩이나 하는 건강식품이나 수백만 원이나 하는 양털이불 등을 구입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물론 좋은 상품이겠지만 정말 꼭 필요한 물건이라면 진즉 국내에서 구입했어야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여행지의 상품이 매우 우수하거나 상대적으로 국내보다 가격이 저렴하여 의도적으로 구입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호주나 뉴질랜드에는 우리 현대차나 기아차가 잘 보이지 않아 조금은 서운했다. 그러나 호텔의 TV는 대부분 삼성이고 엘지였다. 핸드폰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재벌기업의 문제점이 크고 반드시 바로잡아야하겠지만, 그래도 해외에 나가면 눈에 띠는 우리 기업의 건물을 보면 자부심이 생기고 대한민국 국민임이 너무나 자랑스러워진다.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대기업들은 아직도 대한민국 경제를 책임지는 보루들이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근면성과 성실성과 지혜가 지금의 우리나라를 이루어냈지만 한편으로는 저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다는 측면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서로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해야 한다. 대한민국 만세다. 더 잘사는 대한민국을 향하여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이 언제나 고마울 뿐이다.

○부모님을 찾아 인사를 드렸다. 어머니께서 약간 편찮으셔서 자주 입원하시는 병원에 계셨으나 부러 말씀을 전하지는 않으셨다고 한다. 오늘 퇴원하셨다.

○내년 봄엔 성우회 모임에서 부부동반으로 타이완여행이 계획되어 있다. 가을엔 북유럽이나 인도중 하나를 선택하여 다녀오고 싶다.

2017.11.15.PM 1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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