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18년 10월기

청담(靑潭) 2018. 11. 5. 02:18



2018년 10


한 해 중 가장 좋은 계절인 10월입니다. 하늘은 맑고 비는 거의 오지 않으며 기온은 우리 사람들이 가장 활동하기 좋은 달이지요. 들판의 노란 벼들이 수확되고 온 산은 오색빛으로 물들어 가겠지요. 10월은 많은 축제들이 기다리고 있어 정말 바쁘게 찾아다니면서 행복한 10월을 보내고자 다짐했습니다.


●5일 전주세계소리문화 축제 공연 관람

매년 전주세계소리문화축제에 꼭 가려하고 있습니다. 별빛 콘서트 입장권을 예매하여 찾았습니다. 정미조씨와 장미여관이 출연했습니다. 1972년에 <개여울>을 부른 정미조씨를 직접 처음 봅니다. 가수로써 좋아하기보다는 대중가수활동을 중단하고 파리에서 미술을 전공하여 지금까지 미술과 교수로 살아온 그의 삶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왔습니다. 전인권의 노래를 직접 듣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 최고의 록가수이기도 하지만 지난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의 열창은 큰 감동이어서 우리나라에 저런 뛰어난 가수가 있음에 자랑스러웠었습니다.



●6일 이치수교장 아들 동원군 결혼

발령동기로 40여년을 함께 살아온 이교장의 아들인 동원군이 전주 전동성당에서 결혼식을 했습니다. 동원이는 의대를 나온 의사인데 신부는 약사라고 합니다. 의사와 약사의 결혼이니 정말 세상에 널리 자랑할 만한 결혼입니다. 동원이는 성품도 좋은데 오늘 외모도 마치 영화배우처럼 멋있고 신부도 아주 의젓했습니다. 우리 해우회원 부부 18명이 한 분도 빠짐없이 모두 참석하여 축하하였습니다. 이제 이교장은 아들 딸 모두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다시 또 한 번 축하합니다.


●7일 완주 와일드 푸드 축제 구경

초등친구들인 정기선, 박영수, 강해정이와 본디 지평선 축제에 가기로 약속하였으나, 내가 자가용기사인지라 완주 와일드 푸드 축제가 열리는 곳인 고산휴양림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진즉부터 가보고 싶었으나 번번이 기회를 놓쳤는데 오늘이 절호의 기회라 싶어서였습니다. 친구들도 가보지 못한 축제라 흔쾌히 동의 하였습니다. 생각한 것보다 축제 규모가 큼에 놀랐습니다.


●9일 남원관광단지 답사

평소 가보고 싶었던 남원관광단지인데 양드리가 김병종 미술관이 있으니 가보자 합니다. 먼저 춘향공원과 향토박물관을 찾았습니다. 다음에는 심수관 도예전시관을 찾았는데 심수관도자기를 실제로는 처음 보는데 아름답습니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는 김병종 미술관을 찾았는데 단지 외곽에 아름답게 자리 잡았습니다.



●11일 결혼기념일, 전라예술제 관람

익산에서 전국체육대회가 열리게 됨에 따라 배산야외공연장에서는 전라예술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매일 밤 공연이 있으나 날마다 갈 수는 없지만, 우리 마을에서 개최되고 있으니 한번은 꼭 가고자 하여 찾았습니다. 저녁 날씨가 매우 쌀쌀한지라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이 적어서인지 공연장이 한산합니다. 열심히 박수를 치며 관람하다보니 사회자인 아나운서가 우리 양드리를 불러내 발레리노와 발레 공연을 시킵니다. 평소 가끔씩 발레 폼을 잡는 양드리인지라 모두들 놀랄만큼 발레리노와 호흡을 잘 맞춥니다. 즐겁습니다. 집에 돌아와 맥주 한잔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함께 식탁 앞에 앉는데 불현듯 오늘이 우리의 결혼기념일인것이 생각났습니다. 서예다 그림이다 시골이다 축제다하여 바쁘게 살다보니 둘이 다 깜빡했습니다. 크게 웃고서 맥주 한잔씩으로 결혼 37주년 기념식을 조촐하게 치렀습니다.



●12일~18일 제 99회 전국체육대회 자원봉사 활동시작

내가 초등하교 5학년 때인 1963년에 제 44회 전국체육대회가 전주에서 개최되었고 나는 아버지를 따라 체육대회 구경을 갔습니다. 김제로 나가서 전주가는 시외버스를 탔는데 완산동 용머리고개를 넘어가던 기억이 납니다. 오전에는 전주고에서 복싱경기가 있어 구경하고 오후에는 종합경기장에서 육상과 야구를 구경했습니다.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큰 추억선물입니다. 그리고 1980년(제 61회)과 2003년(제 84회)가 전주에서 개최되었는데 이번 제 99회 대회는 익산이 주 개최지가 되고 많은 종목들은 여러 시군에서 분산개최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익산에서 치르는 가장 큰 행사이기도 하고 어린시절의 체전추억도 있어 꼭 자원봉사를 하기로 결심하여 신청하였고 종합경기장에서 봉사하게 되었습니다. 사전연수시 만난 인천에서 오신 두 누님(최정애 여사, 양수덕 여사)과 한조가 되어 휴지와 담배꽁초를 줍는 일을 했습니다. 두 분은 인천에 사시는데 모두 70대(79세, 72세)이십니다. 전국의 큰 행사를 찾아다니시며 자원봉사를 하시면서 건강하게 살아가시는 여장부들입니다. 나는 저런 직업(?)을 가진 노인들이 있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두 분이 사우나에서 주무시고 계시므로 교통이 불편하시어 내 차로 함께 출퇴근 하면서 일주일을 지내다 보니 정이 들었습니다. 나는 주로 야구장과 소프트 볼장을 책임지고 쓰레기를 줍고 다녔는데 운동도 되고 야구 관람(대학야구)도 할 수 있어 부스에 앉아 봉사하는 분들에 비하면 아주 행복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다가 전주KBS방송국 기자와 인터뷰를 할 상황에 하필이면 우리 양드리가 시골에 갔다가 열쇠를 잊어버려 급히 부르는 바람에 두 누님들을 소개하고는 급히 시골에 가야만 되어서 방송타는 출세길(?)을 놓쳤습니다. 재작년 진안들레길 걷기 행사에서 KBS <6시 내고향>에 인터뷰 출연을 한 이후 다시 한 번 온 기회를 놓치고는 우리 양드리에게

?남편 출세를 만들지는 못할망정 어찌 출세를 가로막는단 말이요??라며 농담했습니다.

두 여사님은 며칠 뒤 장애인 체육대회에도 오셨으므로 찾아가서 반갑게 만나 뵙고 저녁식사를 대접했습니다. 일행으로 오신 60대 여성분은

?인천 외 지역에 많은 봉사활동을 다녔지만 현지 분한테 식사대접을 받아보는 것은 처음이다.?라며 좋아하십니다. 자원봉사활동은 2018년 한해 내겐 가장 보람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13일 재경남성 한마음가족체육대회 참가

오늘은 무지 바쁜 날이었습니다. 마한서예문인화대전 시상식이 있고 양드리가 우수상을 받는데도(나는 특선) 동기회장이라 어쩔 수 없이 서울체육대회에 참가 하였습니다. 어제는 개막식이 있었으나 오늘은 아무 경기가 없는 날이라 하루는 결석하기로 조치하고 서울에 갔습니다. 지방에서 모두  16명이 올라가서 서울친구들에게 체면은 섰습니다. 마친 호주에 사는 김기준 부부가 익산에 와있어 함께 참석했습니다.


●15일 우리 딸 결혼식 청첩장 발송

이제 우리 딸 결혼식이 꼭 한 달이 남아 먼저 친척들에게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친척들은 결혼식장에 오게 되므로 일정조정에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일찍 알려드리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종이 청첩장은 어른들에게 드리기 위해 30여장 가져 왔지만 별 소용이 없고, 거의 모두 모바일 청첩장을 보냈습니다. 나는 19일부터 보내기 시작하여 29일까지 마쳤습니다.

내가 애경사를 치르는 것은 처음입니다. 2005년 할머니 상례 때는 학교 직원들과 친한 몇몇 계원들에게만 알렸을 뿐입니다. 청첩장을 보내는 대상자는 신중하게 선정하였습니다. 40여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애경사(부모및 장인장모 애사, 아들 딸 경사)를 찾았으나 정리해온 기록을 보며 함께 근무하던 옛동료 교사들과 관리직으로 있을 때의 동료들은 명단에서 과감히 모두 지웠습니다. 그리고 내가 애경사를 찾았던 분들 중에서도 다음과 같은 원칙을 세워 명단을 작성했습니다.

◯현재 친목모임을 같이 하고 있는 사람들

단, 초등동창회는 내가 회장이지만 동우회계원과 애경사에 부응한 친구만, 고등학교도 내가 익산회장이고 형식상 전체 회장이지만 익산친구들 전부와 애경사에 부응한 친구로 한정)

◯얼굴을 가끔씩은 보게 되는 사람들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내가 정을 많이 느끼는 몇 분, 또 아직 자녀혼사가 없는 젊은 분들로 내가 앞으로 애경사를 함께 하고 싶은 몇 분.

우리 부부는 이번 행사를 치르면서 설령 청첩장을 보냈으나 그 어떤 반응도 없는 분들이나, 결혼식에 참석할 것으로 여겼는데도 외면하는 분들이라 할지라도 절대 괘념치 말고, 추후 애경사 관리하는 자료로 삼는 것으로 위안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도 노후에 지나친 애경사 교류는 큰 짐이 되므로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하기로 합니다. 고맙게도 서울의 결혼식에 참석하시겠다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 버스 두 대를 대절하게 되니 참으로 영광스럽고 고맙고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우리 부부가 그래도 나름 잘 살아온 것 같습니다.


●19일 마한서예문인화대전 전시회 관람

전시 마지막 날입니다. 익산예술의 전당 전시실을 찾아 내 작품도 보고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졸지에 예상치 못한 특선을 하게 되니 먼저 시작한 연우회원들에게 죄송하기도 하고, 별로 자랑할 만한 작품이 되지 못하는지라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름 두 달 동안 작품을 만드느라 나름 애는 썼습니다. 양드리는 <난> 작품으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이 대회에서 두 번째 우수상을 수상한 것이라 이것도 주변인들에게 괜히 죄스런 생각입니다.



●20일 전주국립박물관, 전북서예대전 시상식

오늘 오후에 전북서예대전 시상식이 있고 전시가 시작되므로 전주에 간 김에 먼저 오전에는 양드리 치과치료를 받고 시간이 허락되어 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오늘은 <전북의 예술특별전시관>에서 종친인 석정 이정직 선생의 행서병품을 보았는데 놀랍습니다. 대단한 명필입니다. 전북서예대전 시상식에서 양드리가 역시<난> 작품으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21일 전북서예전람회 서연 참가

어제 나의 행서작품이 특선이 되었다고 연락이 오더니만 오늘 대뜸, 처음 특선대상자가 된 사람은 서연에 참가해야 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공모요강을 잘 읽어보지 않은 터라 상당히 당황스럽습니다. 어디 여행이라도 갔더라면 특선 취소될뻔 했습니다. 아침에 부랴부랴 두 번 써보니 이상 없이 잘 써 집니다. 전주선화학교 강당에서 단 한 번에 써서 가장 먼저 제출하고 말았습니다. 본인작품이 확실한지 확인하는 것이므로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연거푸 특선을 하니 연우회 동료들에게 자랑스럽기는커녕 더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이제 행서를 조금 알아가는 과정인데 벌써 특선이라니요.


●22일 연우회 야유회

나로서는 고군산군도 관광도로가 완성되고는 처음 찾게 됩니다. 버스를 대절하여 이미 육지가 된 야미도를 지나 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까지 이동하고 버스에서 내려 선유도로 산책하며 걷습니다. 고군산 군도의 섬들로 사람이 사는 섬으로 비안도와 말도, 명도, 방축도, 관리도는 앞으로도 거의 가볼 기회가 없을 듯합니다. 격포수산센타 2동의 오른편 두 번째 횟집에서 점심을 먹는데 4인분에 6만원(낙지 추가로 7만원)이니 일반횟집의 절반가격인데 웬걸 대 만족입니다. 격포에 가거들랑 꼭 다시 찾을 생각입니다.


●23일 화암사와 대둔산 산행

가을산을 찾아야 할 때가 왔습니다. 오랜만에 화암사와 대둔산자락을 찾기로 했습니다. 오후에는 일정이 있으므로 아침 9시에 출발하여 먼저 화암사를 찾았습니다. 단풍이 아직 물들지 않았으나 예쁘게 변해 가고 있습니다. 대둔산 뒷자락 태고사 입구에 있는 <토담>에서 값은 짱짱(1만 5천원)하지만 그래도 엄청 맛있는 청국장 백반을 먹었습니다. 원래는 야채 보리 비빔밥(1만원)을 먹으러 간 건데 올해는 채소가 싱싱하지 않아 당분간 안하고 있답니다.


●24일 성우회 모임

지난 3월 오끼나와 여행을 하고는 이제야 만나는 것입니다. 연 2회 모임이기 때문인데 내가 제안하여 연 4회로 모임을 갖기로 결정은 했지만, 일부는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눈치입니다. 연 2회 만나니 서로 할 말도 별로 없고 여성들의 우정이 돈독해지기 어렵습니다. 내가 가진 모임 중에 역사가 오래고(45년) 오직 두 개 뿐인 부부모임중 하나인데 어쩐지 일부 회원 간에 불협화음이 보이고, 서로 간에 우정나눔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여 안타깝습니다.

대학시절 나누던 우정이 많이 손상된 듯합니다. 멀리 창원에서 손자들 보아주고 있는 김용성 선생부부는 아예 불참했습니다. 지난 오끼나와 여행에도 불참했으니 일 년에 한 번도 얼굴을 못 보는 것이지요. 연 4회 만나자는 나의 제안이 별로 잘 한 것 같지 않습니다. 삼례 비비정 열차 카페에서 커피타임을 가지며 그래도 좋은 시간을 보내고 헤어졌습니다.


●25일 아신아 모임

결성 두 번째 모임으로 우리집 주관차례입니다. 다도일식에서 점심을 준비했습니다. 임교수님과 소주한 잔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어제처럼 비비정 열차 카페로 가서 두 시간이나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김종관 교장 부부는 연일 두 분이 산행을 즐기고 있고, 임교수님은 금년까지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27일 종정21회 수원가을모임

이번 서울 쪽 모임은 네 번째입니다. 2015년은 경복궁과 청계천, 2016년은 서울안산, 2017년은 인천월미도, 이번은 수원성입니다. 익산에서는 참가자가 나와 박영수이므로 둘이서 완행열차를 탔습니다. 지난달 문화원 답사 때 다녀온 바 있으므로 이를 벤치마킹하여 기획했습니다. 모두 21명이 화성행궁 광장에서 만나 그때 점심을 먹었던 궁전한정식에서 점심을 먹고, 의견을 물어 화성행궁을 돌아봅니다. 거의 모두가 처음 와 본다며 좋아들합니다. 화홍문을 지나 동장대까지 걸어가서 커피를 마시며 수원성을 돌아보는데 수원에 살았던 친구들도 너무 멋있어졌다며 감탄합니다. 화홍문 옆 연초갈비에서 돼지 갈비로 저녁식사를 했는데 다들 원더풀입니다. 오늘 기린회 산행이 있고 익산남성동창회산행이 모두 겹쳐 두 곳은 부득이 참석치 못하였습니다. 


●31일 10월의 마지막 밤

이용이 부른 <잊혀진 계절>이라는 노래는 1982년에 발표되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이라는 가사에서 10월의 마지막 밤이 우리에게 각인되고 그래서 언젠가부터 10월 31일은 마치 12월 31일 마냥 그냥 보낼 수 없게 했습니다. 일 년 중 가장 좋은 계절(10월)을 보내는 아쉬움 마음에서일까요? 나는 1990년대 어느 해부턴가 김호길 선생부부, 채수환 교수부부랑 10월의 마지막 밤 모임을 하기 시작했는데 도중에 중단되었고 10여년 전부터 익산해우회 부부(10명)가 이 모임을 해오고 있습니다. 횟집에서 식사후 함께 천만송이 국화축제장을 찾았습니다. 해우회는 모두 아홉 부부가 만나는 모임인데 우리 딸 결혼식에 여성 세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참석하신답니다. 정말 우리 부부가 가장 사랑하는 모임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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