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곳 : 안방 化粧室

청담(靑潭) 2021. 3. 21. 19:54

바로 안방 화장실입니다. 방금 몸이 찌뿌둥하여 안방 화장실에서 목욕통에 몸을 담그고 나오니 매우 상쾌합니다. 아침에 매주 한 번씩 다니는 익산온천에 다녀오자고 제안하니 가원은 요즘 코로나19가 더욱 무섭다고 혼자 다녀오랍니다. 오후에는 차를 몰고 군산월명공원으로 산책을 가기로 했는데 오전부터 운전하며 다녀오기가 귀찮습니다. 더구나 온천에 다녀오려면 우리 집은 시내의 서쪽 끝이고 온천은 동쪽의 변방이라 무려 왕복 20km나 되어서 별도로 기름 값도 듭니다.

 

샤워는 거의 대부분 현관입구에 있는 나의 화장실에서 입식으로 하기 때문에 목욕탕이 설치되어 있는 안방 화장실에서 좌식 샤워를 하는 것은 채 일 년에 한 번이나 될까요? 가끔씩 전구를 교체한다거나 가원이 나의 화장실에서 입식샤워를 한다거나 할 때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서 안방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은 기껏해야 연 5-6회 정도나 될까 말까입니다. 안방에 가원의 공간이 있는 통로가 있어 가원의 화장대와 드레스 룸, 그리고 화장실이 있는데 청소기로 청소할 때 그 통로까지는 들어가지만 정작 화장실 문을 여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가원이 자신의 화장실 청소는 물론 자신도 가끔씩 이용하는 나의 화장실까지 청소를 해주니 들어갈 일이 별로 없고요. 고맙기 짝이 없습니다. 더욱이 수년 전 부터는 아예 응접실에서 TV를 보다가 잠을 자는 생활 패턴이 자리잡았으므로 안방에 가는 일조차 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안방보다는 서재와 나의 옷방에 드나드는 횟수가 훨씬 많습니다. 

 

그러고 보면 국민주택에까지 만들어져 있는 안방화장실의 절대적 용도는 손님이 오셨을 때 뿐 인 듯싶습니다. 친인척이 왔을 때 여자들과 남자들이 하나의 화장실을 함께 이용하기는 여간 민망한 일이 아니니까요. 꼭 30년 전에 입주했던 전 아파트(역시 국민주택)에도 안방화장실이 있었는데 방벽에 출입문이 있고, 오랫동안 다섯 식구가 살았기 때문인지 당시에는 하루에 한 번씩은 출입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아파트에서는 온전히 단 둘이 살게 되고 샤워는 나의 샤워실과 온천을 이용하는 세월이 되면서 안방 화장실 출입은 거의 없어지게 되었고, 어쩌다 한 번 들어가게 되면 전화까지 받을 수 있는 홈 네트워크도 신기해서 슬쩍 바라봅니다. 물론 사용해 본적은 당연 한 번도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곳 같은 안방 화장실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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