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록

고지도의 비밀

청담(靑潭) 2012. 11. 28. 15:52

 

 

 

고지도의 비밀

 

유강(劉鋼)지음 2011 글항아리

 

1. 저자인 유강은 記者라고 한다. 2001년 봄 상하이에 출장을 가서 어느 골동품 가게에서 우연하게 1418년에 간행된 세계지도를 모사했다는 지도를 발견한다. 이지도의 우상단에 <天下全與總圖>라고 씌어 있으며 아래모퉁이에는 ‘건륭 계미년 중추월에 명나라 영락16년에 간행된 <천하제번식공도>를 모사하였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제작자는 막역동이라는 역사에 기록이 없는 이름 없는 사람이다. 저자는 이 지도가 1418년에 제작된 <천하제번식공도>를 1763년에 모사하여 그린 것이라고 확신한다. 놀랍게도 이 지도에는 5대양 6대주가 모두 그려져 있다. 그리고 각 대륙과 일부나라에는 풍속과 종교를 기록한 주석까지 달려 있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이곳의 백성들은 불교를 믿고 그 다음으로 도교를 신봉한다’고 되어 있다.

 

2. 이것은 지금까지 배워온 ‘지리상의 발견’과정을 뒤집을 수 있는 사건이다. 1487년의 디아즈에 의한 희망봉 발견, 1492년의 콜럼버스에 의한 아메리카 대륙 발견, 그리고 1522년 마젤란에 의한 세계일주로 비로소 오늘날의 세계지도의 모습이 나타났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지도에 따르면 콜럼버스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중국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갔으며 세계일주까지 했다고 할 수 있다. 정화(1405-1433)의 원정시기에 5대륙 5대양이 나타나는 세계지도가 이미 중국에서는 그려지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저자는 인정하며 연구에 착수한다.

유럽에서도 1321년에 피에트로 베스콘테 신부가 제작한 세계지도에는 희망봉이 표시되어 있었고 1459년에 제작된 <마로우의 지도>에는 아프리카 대륙의 윤곽을 표현하고 ‘1420년에 한 탐험대가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돌아 여행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발트제 뮐러의 세계지도>는 1507년에 제작된다. 이 지도는 남북 아메리카와 아프리카가 잘 그려져 있다. 그렇다면 마젤란의 세계일주와 관계없이 서양에서도 이미 세계지도는 거의 윤곽을 잡고 있고 많은 대륙탐험의 결과로 중국과 서양에서 5대양 5대주가 그려진 세계지도가 탄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뮐러는 ‘지도에 나타낸 수많은 정보는 옛 사람이 그린 세계지도에서 얻은 것이다’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그는 『세계지 입문』에서 ‘지구는 네 조각으로 구분된다. 세 조각은 서로 연결되어있는 대륙이고 네 번째 조각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다’라며 아메리카 대륙이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고 확신한다. 마젤란해협이 발견되기 13년 전에 유럽인들이 이 해로를 알고 있었고, 뮐러도 아메리카 대륙의 지리 형태를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3. 지도발달사를 돌이켜보면 중세시대 지구상에 세계지도의 제작에 관심을 기울인 문명세계는 유럽, 이슬람, 중국뿐이었다. 1602년에 마테오리치가 그린 <곤여만국전도>는 북극, 남국, 적도, 경선과 위선 등이 나타났다고 한다. 마테오리치 이전에는 중국에서 남아메리카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기록하고 있었으나 이 지도의 주석에는 이미 중국에서도 남아메리카에 대해 알고 있다는 기록이 나타난다. 또 허드슨 만도 그려져 있는데 역사학계에서는 1610년에 영국의 항해가인 헨리 허드슨이 처음 발견했다고 보고 있다.

 

※1389년에 재작된 <대명혼일도>에 인도와 아프리카 대륙이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1402년에 제작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지도이다. 이 지도는 비록 필사본이지만 남아있는 세계지도중 동양에서는 가장 오랜 지도라고 하는데 현재 류코쿠대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명혼일도>와 거의 흡사하며 다만 우리나라를 아주 크게 그리고 있을 뿐이다. 우리의 독창적 제작품이라고 볼 수 없다는 조심스런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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